[산업일보]
지난 2022년 2월 러시아는 끝내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러우전쟁의 무대는 우크라이나 영토로 한정됐지만 이 전쟁은 순식간에 세계를 뒤흔들었다. 세계 곳곳이 코로나19 종식과 리오프닝을 기다렸지만 러우전쟁으로 공급망의 무력함만 짙어졌다.
국가 간 전면전의 발발은 제3차 세계대전이 도래한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고, 무엇보다 세계 6위 밀 수출국인 우크라이나와 천연가스 및 석유 생산 국가인 러시아의 전쟁 영향은 순식간에 가시적으로 드러났다. 필수 자원인 식량과 에너지 가격의 상승은 당장 일상에서 체감됐으며 기업 생태계에도 큰 변화를 야기했다.
유럽은 이 위기를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기회로 삼았지만, 당장 액화천연가스(LNG)를 비롯한 화석연료를 끊을 수는 없었다. 국제 에너지 시장에서 유럽발 수요 증가는 에너지 순수입국인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끼쳤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러우전쟁 종전 이후에도 서방의 대러 경제·에너지 제재는 장기간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2014년 크림반도 사태에 따른 서방의 대러 경제제재가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점에 빗대어 보면 이 전망에 더욱 힘이 실린다.
유럽연합(EU)은 러시아의 전쟁자금줄을 옥죄기 위해 지금까지 총 11차례의 대러 제재 패키지를 발표한 바 있다.그리고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지난 8일 G7 외무장관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했을 당시 '며칠 안에 집행위원회와 함께 새로운 제재안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 밝히기도 했다. EU는 내주 초 다이아몬드 수입금지를 포함한 12번째 대러 제재 패키지를 내놓을 전망이다.
여기에 지난 7일에는 하마스 무장정파의 기습 공격으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소식까지 전해졌다.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고 이같은 유가 상승은 국내 화학, 철강 산업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역사적으로 중동지역 전쟁은 국제유가 급등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이며 앞선 러우전쟁에서는 4개월 만에 유가가 68% 뛰었다.
산업연구원은 지난 8일 ‘이-팔 전쟁으로 인한 유가 변동 가능성과 국내 산업 영향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유가 상승은 원재료와 중간재 수입 물가를 상승시켜 기업의 비용 상승을 견인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유가와 산업별 재료비 증가율의 상관관계를 살펴보면 재료비 규모가 큰 화학, 석유정제, 1차 금속산업에서의 상관관계가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즉, 우리나라 기업들에 유가 상승 충격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도 '오일 쇼크'를 비롯한 세계 경제 충격을 우려하며 이팔전쟁에 적극 개입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가지지구 침공(재점령)에 부정적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혔으며, 우크라이나 지원용 일부 포병 탄약 등 무기를 이스라엘에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이팔전쟁은 이제 시작돼 주변국들의 참전을 걱정해야 하고, 이로 인해 러우전쟁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분산될 것이란 전망도 이어지고 있다.
세계는 지금 변화의 소용돌이 안이다. 수년간 지속해 온 미중 무역갈등에, 코로나19로 각국의 무역장벽이 높아졌고, 이어진 전쟁으로 공급망 위기를 마주하며 자국 이기주의 양상은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무역 국가' 한국은 지정학적 환경 변화를 살피며 발전가능성 높은 신시장을 꾸준히 확대·개척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는 정부의 자체 기술개발에 대한 적극 지원 등 능동적인 대처가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