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고용노동부가 노무법인 등을 통한 ‘산재 카르텔’ 의심 정황을 포착하고, 각종 부정 사례를 적발해 수사 의뢰 등의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이정식 장관은 20일 정부서울청사 본관 브리핑실에 ‘산업재해보상보험(이하 산재보험 제도 특정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브리핑에 따르면, 노동부는 작년 11월 1일부터 12월 29일까지 ‘산재보험 제도 특정 감사’를 실시하고, 올해 1월 18일부터 29일까지는 ‘노무법인 점검’을 진행해 산재보험 부정수급 조사 등 제도 전반에 대한 감사를 실시했다.
이는 최근 5년간 산재보험 적용 대상·범위의 확대로 산재 승인 신청 건이 급증한데다 업무상 질병을 중심으로 산재 카르텔·보험금 부정수급 등에 대한 지적이 제기된 데 따른 조치다.
노동부는 감사 과정에서 발견된 부정 정황에 대한 구체적 확인을 위해 노무법인 등의 위법 정황을 조사했다.
위법 의심 유형으로는 산재 환자에게 특정병원을 소개하고 진단 비용 등의 편의 제공 후 과도한 수임료를 수수한 사례, 산재 관련 상담·신청 등의 업무를 변호사나 노무사가 수행하지 않고 사무장이 사무실의 이름으로 수행 후 수임료까지 지급받은 사례가 주를 이뤘다.
이러한 정황을 바탕으로 노동부는 노무법인과 법률사무소 등 11개소에 대해 수사를 의뢰, 수사 결과에 따라 징계, 노무법인 설립 인가 취소와 같은 엄중 조치할 계획이다. 또, 공인노무사 제도 전반을 살피고 보완·개선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아울러, 노동부는 신고시스템으로 접수·자체 인지를 통해 883건의 부정수급 의심 사례를 조사했고, 이 중 55%인 486건을 적발했다. 적발액은 약 113억 2천500만 원으로 노동부는 부당이득 배액 징수, 장해 등급 재결정, 형사고발 등의 조치 중이다.
부정수급으로 의심된 4천900여 건은 근로복지공단에서 자체 조사 예정이며, 부정수급자에 대한 형사고발 기준을 강화하고 전담 부서를 확대 개편하는 등의 예방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산재보험 제도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했다.
근로자가 업무와 질병 사이 인과관계 입증 부담을 완화하고자 도입된 ‘질병추정의 원칙’은 취지와 달리 법적 위임 정도가 불명확해 현장의 혼란을 불러오고 있다.
‘소음성 난청’은 판례 등에 따라 청구권에 대한 소멸시효가 사실상 사라졌고, 연령병 청력 손실 정도를 고려하지 않아 과도한 보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산재 신청자 중 60대 이상의 고령층이 93% 비중이며 신청건수도 2017년 대비 6.4배, 보상 급여액은 5.2배 급증했다.
요양 절차상의 문제도 드러났다. 6개월 이상 장기 요양환자가 전체 요양환자의 절반 수준인 약 48%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노동부는 이런 현상이 적기 치료 후 직장 복귀라는 산재보험의 목적에서 벗어난 것으로 보고, 적정수준 관리를 위한 체계적 노력이 부족했다고 판단했다.
그 원인으로는 △상병별 표준 요양기간 부재 △요양 연장을 위한 의료기관 변경제도 이용 △저조한 집중재활치료 실적 △민간 산재병원 관리 부적정 등을 꼽았다.
이와 함께 노동부는 인프라에 대한 개선점도 짚었다.
우선, 고령화에 따른 수급자 증가 등으로 연금 부채가 약 55조 원에 달하는 만큼, 현재 보유 중인 약 22조 원의 적립금이 적정 여부·기금 적립방식과 규모 등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봤다.
재정 건전성 유지와 산재 근로자 과잉 보상 유무를 따져 개선해야 한다고도 내다봤다. 지속 가능한 산재보험 운영을 위해 연령 특성, 노후 보장으로서 타 사회보험과 연계 등을 고려한 합리적 보상 논의를 제시했다.
산재신청 증가로 업무상 질병 처리기간 장기화에 따른 개선 필요성과, 공단 직영병원의 경영적자 상황에도 인력 증원 등에 의한 인건비성 과다한 비용 지출·고가 의료장비 구매 후 사용률 저조와 같은 공단 및 병원 조직 운영의 비효율도 언급했다.
이 밖에도 ▲9년간 동결된 간병비 현실화 ▲직장복귀 지원금 확대로 원직복귀율 향상 ▲고용센터와 연계를 통한 산재환자 재취업제도 개선도 의제로 던졌다.
노동부 이정식 장관은 브리핑에서 “대다수 근로복지공단 임직원과 노무사들은 산업현장 최일선에서 재해를 당한 근로자를 위해 직무를 성실하게 수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제도의 허점 등으로 악용되고 있는 것도 사실로, 기금의 재정 건성 악화로 이어져 미래세대의 부담이 될 수 있다”라며 “여러 문제점 개선을 위해 1월에 발족한 ‘산재보상 제도개선 TF’에서 전문가들과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하겠다”라고 했다.
또한 “노동부는 산재보험 목적에 맞게 근로자들이 충분한 치료·재활을 통해 사회 및 직장복귀를 할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하겠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