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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안 들으면 '블랙' 오른다?”…‘블랙리스트’로 노동자 통제한 쿠팡
전효재 기자|storyta1@kid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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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안 들으면 '블랙' 오른다?”…‘블랙리스트’로 노동자 통제한 쿠팡

20일 서울 민주노총서 '쿠팡 블랙리스트 규탄 기자회견' 열려

기사입력 2024-02-20 18:4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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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안 들으면 '블랙' 오른다?”…‘블랙리스트’로 노동자 통제한 쿠팡
정성용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장

[산업일보]
“‘쟤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고 해’ 한 마디에 사람의 개인정보가 올라가는 게 쿠팡의 인사평가인가요? 쿠팡은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어쩔 수 없다고 이야기하는데, 직원을 보호하고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회사들은 다 블랙리스트가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정성용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장)

쿠팡이 취업 제한을 목적으로 1만6천450여 명의 개인정보가 담긴 ‘블랙리스트(PNG리스트)’를 작성했다는 의혹이 지난주 MBC 보도로 제기된 후 파장이 커지고 있다. 쉬운 채용과 퇴출로 근로계약이 불안정한 ‘플랫폼 노동’의 허점을 이용했다는 비판부터 타 업종에서도 ‘블랙리스트’를 운용한다는 증언도 나온다.
“말 안 들으면 '블랙' 오른다?”…‘블랙리스트’로 노동자 통제한 쿠팡
'쿠팡 블랙리스트 규탄 인권운동단체 긴급기자회견'

인권운동단체와 시민단체, ‘블랙리스트’ 피해자들이 20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쿠팡 블랙리스트 규탄 인권운동단체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정성용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장은 블랙리스트 명단에 올라간 당사자다. 그는 “현장의 폭염 문제를 알렸다는 이유로, 직장 내 괴롭힘 조사에 동행했다는 이유로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면서 “부당한지 타당한지조차 알 수 없는 낙인으로 생계와 생활에 지장을 주는 ‘블랙리스트’에 찬반 여론이 나뉘는 게 당황스럽다”라고 토로했다.
“말 안 들으면 '블랙' 오른다?”…‘블랙리스트’로 노동자 통제한 쿠팡
'쿠팡 블랙리스트'를 보여주는 홍주환 뉴스타파 기자

홍주환 뉴스타파 기자는 쿠팡 물류센터를 탐사보도했다는 이유로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사유는 ‘회사 명예훼손’이었다. 그는 “물류센터는 쉬는 시간도, 쉴 곳도 없이 체감온도 40도가 넘는 현장에서 마스크를 쓴 채 일하고, 야간 노동자는 시급을 1.5배 더 받는다며 기본 시급을 깎고 있다”라고 취재 내용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쿠팡을 법망을 교묘히 회피하는 ‘법꾸라지’로 비유했다. 그는 “쿠팡은 국내 고용규모 3위 기업임에도 합법의 최저선을 유지하고 싶어 한다”라고 비판하며 “이번에도 ‘불법은 아니다’라고 말하지만, 쿠팡에서 일해본 적 없는 사회부 기자의 이름이 왜 있는지부터 설명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플랫폼노동자를 보호하지 못하는 현행 근로기준법을 손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장여경 정보인권연구소 활동가는 “블랙리스트가 없다고 주장하던 쿠팡이 ‘직장에서의 안전을 위한 선의의 인사평가’라고 말하기 시작했지만, 언론인과 유튜버도 포함돼 사실상 회사에 적대적인 사람들을 전부 관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쿠팡은 채용 전 배제 목적으로 블랙리스트를 사용했고, 육아휴직‧학업‧악의적 보도 등 이해할 수 없는 사유도 포함돼 있다”면서 “블랙리스트가 횡행하기 전에 새 법을 만들어서라도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한화오션·삼성중공업·HD현대중공업 3개 대형조선사의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도 제기됐다. 안준호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노동안전부장은 “타 조선소에 합격해 출입증까지 발급됐지만 ‘노조 활동’을 이유로 출근 이튿날 해고되는 등 취업 제한 사례가 있다”라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또한 “수년 전 취업방해로 자신의 일터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있었다”고 토로하며 “블랙리스트를 비롯한 취업방해 행위는 근로자의 목숨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말 안 들으면 '블랙' 오른다?”…‘블랙리스트’로 노동자 통제한 쿠팡
김혜진 쿠팡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

블랙리스트가 현장 노동자의 저항을 막는 ‘통제’ 기능을 했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혜진 쿠팡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블랙리스트의 실체를 현장 노동자들이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단 사실이 중요하다”며 “관리자들이 ‘말 안 들으면 블랙리스트에 오른다’며 정보를 흘렸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쿠팡은 세밀한 전산망을 운용하며 물량에 따라 유동적으로 채용한다. 일이 많으면 사람을 많이 동원하고, 적으면 조금 뽑는 식이다. 여유인력 없이 최대한의 노동력을 뽑아내기 위해서다.

김혜진 위원장은 “현장 노동자를 강하게 통제하려 관리자에게 블랙리스트 등재 권한을 줬고, 일상적 해고이자 현장 통제의 도구로 사용됐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19일 60여 개 단체의 목소리를 모아 쿠팡을 집단 고발했고, 블랙리스트 피해자를 규합해 다음 주 중 집단 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라면서 “더 이상 블랙리스트와 같은 해고가 플랫폼 기업에서, 불안정 노동에서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라고 의지를 표했다.

한편, '블랙리스트 의혹'을 최초 제기한 MBC와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의 갈등은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MBC와 민주노총 등이 제기한 채용 불이익 의혹에 쿠팡이 19일 정면 반박하면서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다수 언론 보도에 따르면 19일 CFS는 내부 뉴스룸을 통해 '사업장 내 방화, 폭행, 성추행, 절도 등 각종 불법행위로부터 직원을 보호하기 위해 인사평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며 '직장 내 안전을 위협하는 사람들로부터 선량한 직원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장치'라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MBC는 '쿠팡 블랙리스트'의 피해자 증언과 재취업 제한 사유 등을 담은 웹 페이지를 개설했다. 해당 페이지에는 '일과 삶의 균형, 자기 개발, 군입대, 육아·가족돌봄, 학업' 등이 명시돼 있다.

CFS 측은 '인사평가 관리 자료에는 본인 의사에 따라 취업을 원치 않는 사람이 망라돼 있다'라고 반박했다. '군입대, 육아·가족돌봄, 학업' 등은 재취업 제한 사유가 아니라 퇴직 사유라는 것이다.

또한 '지난 13일부터 5일에 걸쳐 CFS에 대한 연속 보도를 이어가면서 아무런 반론의 기회도 제공하지 않았다'며 '방송심의규정 위반으로 CFS는 해당 보도를 방송통신위원회에 추가 신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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