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삼성전자 반도체공정 제어감시 시스템 입찰’에 대한 담합행위를 포착하고 제재를 가했다.
반도체공정 제어감시 시스템은, 반도체 공정에서 발생하는 인체 유해 재료·부산물과 반도체 품질에 영향을 미치는 화학물질을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종류로는 유해가스 누출 감시 및 대피를 유도하는 SMCS, 펌프·냉각장치·화학물질 정제 및 배출 장비를 감시하는 PCS, 공장 내 설비를 제어하는 FMCS가 있다. 공정위는 각 시스템의 설치 및 유지관리 비용이 반도체 등 생산품의 제조원가에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담합은 2015년부터 2023년까지 삼성SDS(주)가 발주한 총 334건의 반도체 공정 등 제어감시시템 관련 입찰에서 벌어졌다.
삼성SDS는 삼성전자 등의 위탁에 따라 SMCS, PCS, FMCS를 각각 공사, 제어판넬, 소프트웨어 입찰로 분리해 발주하고 있다.
담합 행위가 발생한 334건의 입찰 중 306건의 삼성전자의 국내·해외 공장을 수요처로 하는 반도체 공정 관련 입찰이었고, FMCS 관련 입찰 중 28건은 삼성디스플레이를 비롯한 삼성 계열사다.
삼성SDS는 매년 입찰 풀을 구성해 ‘지명경쟁입찰’을 실시하고, 주로 ‘최저가낙찰제’를 통해 낙찰자를 선정하고 있다.
반도체 제조용 기계제조업 등을 영위하는 12개 업체는 9년간 입찰에 참여하며 낙찰예정자, 투찰가격 등을 담합했다.
공정위는 이들과 함께, 폐업한 ‘피엔스이엔지’의 관련 사업부문을 분할합병한 ‘대안씨앤아이’도 제재대상에 포함했다. 제재 내용은 13개 사업자에 대한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104억 5천900만 원 부과다.
브리핑에서 공정위가 밝힌 담합 배경은 다음과 같다.
2015년 이전에는 삼성전자 등의 제어감시시스템 입찰 시 단독응찰이 허용돼 사실상 수의계약이 이뤄졌다. 그러다 삼성SDS가 원가 절감 차원에서 2015년부터 단독응찰 시 유찰되도록 함으로써 실질적인 경쟁입찰제도를 도입했다.
입찰에 참여하던 12개 협력업체는 경쟁 심화에 따른 저가 수주 방지와, 기존 수주 품목의 기득권을 서로 인정함으로써 신규 경쟁사업자의 진입을 저지하자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담합을 시작했다.
이들은 입찰 사전에 유선연락이나 카카오톡 메시지 등을 통해 낙찰예정자와 투찰가격 등을 합의했고, 각 품목별 낙찰 예정자가 ‘들러리’ 업체의 견적서 또는 투찰가격을 전달하면 들러리 사가 그 내용대로 투찰하는 방식으로 합의를 실행했다.
그 결과, 총 334건의 입찰 중 332건에서 합의된 낙찰예정자가 낙찰을 받는 데 성공해 온 것이다.
공정위는 이 업체들의 공동행위를 총 4개로 구분했다.
제1공동행위는, 10개 사가 SMCS 공사 입찰에서 피에스이엔지 또는 타스코를 낙찰예정자로 합의 실행했다. 두 회사는 사실상 동일인의 지배에 있는 하나의 사업자로, 공정위는 발주처의 담합 의심을 피하기 위해 SMCS 공사를 번갈아 낙찰받은 것으로 판단했다.
또, 12개 업체는 발주처의 담합 의심을 피하고 들러리 업체의 입찰참가 자격을 유지할 요량으로 일부 입찰에서는 다른 사업자를 낙찰예정자로 정하기도 했다.
제2공동행위는 4개 사가 PCS 공사 입찰에서 아인스택을 낙찰예정자로 합의한 것이다.
제3공동행위는 10개 사가 SMCS 제어판넬 입찰에서 한텍을, FMCS 제어판넬 입찰에서는 메카테크를 각각 낙찰예정자로 정한 행위다.
제4공동행위는 5개 사가 소프트웨어입찰에서 메카테크놀러지를 낙찰예정자로 합의한 것이다.
공정위 오행록 제조카르텔조사과장은 31일 공정위 브리핑실에서 담합 적발 및 제재 결과를 발표하며, “이번 조치는 국가기간산업인 반도체 제조와 관련한 담합을 적발하고 제재한 최초의 사례로, 반도체산업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는 고질적 담합 관행이 근절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는 앞으로도 산업경쟁력을 약화하고 소비자 피해를 유발하는 중간재 분야의 담합 감시를 강화하고, 법 위반 행위 적발 시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계획을 전했다.
오행록 조사과장은 “공정위는 5월 1일부터 민생 밀접 분야 불공정행위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라며 “민생 관련 담합·재판매가격 유지행위 등을 알고 있는 분들의 적극 신고를 기다린다”라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