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이 최근 한화시스템과 공동으로 미국의 필리 조선소를 1억 달러(한화 1천380억 원)에 인수하면서 새로운 먹거리 확보에 일단은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경영상의 부진에 빠졌던 필리 조선소였던 만큼 이에 대한 정상화와 일감 확보 등의 과제도 함께 껴안게 된 상황이다.
미 해군기지 옆에 위치한 필리 조선소, 미 해군 시장 진출에 시선 맞춘 한화오션
최근 하이투자증권이 발표한 ‘한화오션&한화시스템의 미국 필리조선소 인수’ 보고서에 따르면, 필리 조선소(Philly Shipyard)는 미국 필라델피아 해군기지의 바로 옆에 위치한 조선소이다. Jones Act를 준수하여 미국 공공기관과 해군, 해경 등에서 발주하는 선박의 건조 및 수리, 유지보수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조선소다.
대주주는 미국이 아닌 노르웨이의 종합 해양/에너지 업체인 Aker ASA의 100% 자회사 Aker Capital으로, 현재 수주잔고는 미국 해사청(MARAD)이 발주한 NSMV(국가안보다중임무선) 4척 등을 보유하고 있으며 과거 다수의 소형 컨테이너, 탱커, 관공선 등을 건조한 이력이 있다.
현재 수주잔고에 군함은 없으나 언제라도 해사청을 비롯한 해군/해경 등 미 정부기관의 발주를 받아 수행할 자격을 보유한 조선소이다. 여기에 필리 조선소가 필라델피아 해군기지 바로 옆에 위치한 점을 고려하면 향후 미해군 유지보수‧정비(MRO)사업으로의 진출 가능성도 크다.
첫 발걸음 내딛었지만 경영정상화 등 과제 해결해야
한화오션의 이번 필리 조선소 인수는 외형적으로는 성공적 인수라고 할 수 있으나, 인수 직전까지 필리 조선소의 경영이 부실했던 것을 감안할 때 해결해야 할 숙제가 녹록치 않은 것 역시 현실이다.
인수 직전까지 필리 조선소의 경영 상황은 코로나 사태 이후로 증가한 원가와 취약한 미국내 조선업 공급망 등의 문제로 어려운 상태다. 2023년 매출은 4억 4천185만 달러에 영업손실(EBIT)은 7천161만 달러로 -16.2%의 대규모 영업적자를 기록하면서 2023년 말 기준 부분자본잠식 상태이다.
따라서, 시가총액을 감안한 시세보다는 비싸지만 조선소 인수금액으로는 일견 비싸지 않아 보이는 1억 달러라는 인수금액은 향후 정상화에 필요한 투자의 시작일 수 있다.
하이투자증권의 변용진 연구원은 “시장이 지속적으로 기대해 왔던 미 해군 MRO사업 진출의 첫 발을 떼었다는 점에 큰 의미를 둔다. Jones Act를 준수하는 미국 본토 소재의 조선소를 교두보로 확보한 것은 태평양 7함대 뿐 아니라 전체 미 해군의 함대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당장 건조 및 수리작업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알려진 미 해군의 상황을 고려하면 수리사업 등의 일감을 확보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변 연구원은 “이번 인수에 군함 전투체계 및 레이더 등을 공급하는 한화시스템이 공동으로 참여했다는 점은 단순 지원선 및 비핵심 전투체계 관련 MRO뿐만 아니라 전투함 및 핵심 전투체계의 MRO사업까지도 넘볼 수 있다는 기대를 심어 준다”고 보고서를 통해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