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전세사기 피해자들과 참여연대, ‘주택세입자법률지원센터 세입자114’가 ‘전세사기특별법’의 개정안에 다중주택에서 거주하다 사기를 당한 피해자의 보호 방안을 담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19일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주민·김남근·박민규 의원 등과 함께 ‘서울 관악·동작 전세사기 피해자 최소보장 및 다중주택 매입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다중주택이란 건축법상 단독주택으로, 여러 사람이 장기간 거주할 수 있는 구조로 돼 있고 ‘독립된 주거의 형태’를 갖추지 않은 것을 말한다. 이는 각 실별로 욕실은 설치할 수 있으나 취사시설은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입주자가 자신의 방 하나 또는 욕실만 단독으로 사용할 수 있고 거실·부엌·화장실은 공동으로 사용하는 형태다.
더불어민주당 김남근 의원은 “다중주택은 하나의 단독주택을 통해 10여 세대가 넘는 거주자들에게 거주공간을 제공하자는 취지로 공급된 주택 유형”이라며 “특히 관악구와 동작구에는 사회초년생들을 대상으로 다중주택이 많이 공급돼 있다”라고 살폈다.
이어 “다중주택이면서도 취사 시설을 마련하고, 장기거주가 가능한 것처럼 임차인을 속여 전세계약을 하고 1억 원이 넘는 전세보증금을 받은 사례가 관악구와 동작구에서 상당수 발생한 상황”이라며 “취사 시설이 마련되고 전세 계약이 맺어진 이러한 다중주택도 LH가 매입하고 장기 임대 주택으로 제공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동작구 대방동에서 전세사기를 당한 피해자 A는 “전세금 3억 2천만 원 중 1억 8천만 원을 대출받았다”라며 “경매 배당 시 전문가와 상담으로 보증금의 절반 정도를 회수할 수 있다고 판단했지만, 선순위임에도 불구하고 보증금이 크다는 이유로 ‘상대적 우선 소액 임차인’에 밀려 4천만 원밖에 배당받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10년 넘게 모은 돈보다 더 큰 빚이 생겼고, 아내와 곧 태어날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해 버티고 있지만 제게 닥친 현실이 너무나 버겁다”라며 “경매절차가 모두 완료된 상황에서 우리 가족이 버틸 수 있는 방법은 ‘선구제 후회수’ 방안이라고 생각되며, 전세금의 3분의 1이라도 회수할 수 있는 ‘최소 보장 방안’이 마련되길 바란다”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장려하는 대출상품을 이용해, 정부가 발급해 준 자격증을 갖춘 공인중개사와, 정부에서 작성한 표준 계약서로 전세계약을 진행했다”라며 “전세계약 대부분에 정부가 개입해 놓고, 보이스피싱과 다단계처럼 거래 사기와 같은 맥락이니 모든 피해를 피해자가 책임지라는 것은 책임회피”라고 힘주어 말했다.
26가구가 사기 피해를 입은 다중주택의 피해자 B는 “대한민국에는 다중주택으로 인허가를 받은 뒤 개별 취사시설을 불법으로 개조해 다가구주택인 양 속여서 임대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라며 “그러나 현행 제도에서는 위반 건축물도 임대하는 데 어떤 제약도 없고, 건축물대상으로 확인할 수도 없는데 임차인이 어떻게 대처할 수 있었겠는가”라고 강조했다.
B는 “아무것도 모르고 불법 원룸 주거 상태에 세 들어 살고 있는 저희는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단전, 단수, 화재 위험 등의 문제를 겪고 있다”라며 “국토교통부와 LH가 다중주택과 근린생활시설의 임차인들도 전세사기 피해 지원 정책의 대상자가 될 수 있도록 개정안을 마련해주길 요구하며, 서울특별시와 각 구청에도 적극적이고 조속한 해결 방안을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동작구 상도동의 다중주택 전세사기 피해자 C는 “집주인은 경매 절차 시작 이후 세입자가 관리비를 내지 않아 어쩔 수 없다며 엘리베이터를 비롯한 건물 하자 수리 및 관리에 대한 요청을 거부하며 구체적인 상황 설명이나 노력도 하고 있지 않다”라며 “이 와중에도 단기임대나 에어비앤비 투숙시설을 운영하며 이득을 챙기고 있다”라고 전하며 대안 마련을 촉구했다.
세입자 114 운영위원장 김태근 변호사는 “현행법상 다가구, 다중주택은 작년 4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전까지 선순위 전세금을 확인할 길이 없었다”라며 “현재 관악구와 동작구에서 피해가 발생한 주택이 10채인데, 사각지대에 놓여있어 경매가 진행되고 나면 배분할 수가 없다”라고 상황을 분석했다. 이 때문에 전세금의 3분의 1이 보장되는 ‘최소보장대책’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내놨다.
더불어, “경매 차익 배분을 위해 다중주택의 매입이 있어야 하므로, 국회 차원에서 정부의 다중주택 매입 여부에 대한 확실한 답변을 끌어내 주시길 바란다”라며 “정부와 국회 간의 공동주택에 대한 관리 방안은 논의 중이지만, 단독주택은 논의되고 있지 않아 세입자의 안전 문제 위험이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라고도 언급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관악구와 동작구 피해자들을 만났는데, 관악구는 구청 차원에서 피해지원센터를 만들고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동작구는 특별한 대책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라며 “전세사기특별법에 다중주택에 거주하다가 피해를 입으신 분들을 보호할 방안이 명확하지 않아 20일에 열리는 개정안 법안 심사 소위원회에서 보호 방안을 담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