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한국 정부가 3대 ‘게임 체인저’ 기술 중 하나로 ‘첨단바이오’ 분야를 집중 육성 중인 가운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개발한 치매치료제가 3억 7천만 달러(한화 5천37억 원)에 해외로 기술수출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KIST가 창업한 연구소기업인 (주)큐어버스가 이탈리아 제약사와 16일 개발 단계별 마일스톤이 포함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수출 대상 기술은 올해 9월 임상 1상에 착수한 ‘CV-01’이다. 2014년부터 KIST의 박기덕 박사를 비롯한 연구진이 개발해 온 치매치료제다. 산화성 스트레스 및 염증에 대한 생체 내 대표적 방어 기전인 ‘Keap1/Nrf2 시그널 경로’를 통해 신경염증 반응을 억제해 뇌 신경회로 손상을 방지하는 방식이다.
박기덕 박사는 브리핑에서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고령화에 따른 글로벌 어젠다의 사회 현안”이라며 “발병 원인으로 그동안 아밀로이드베타단백질과 타우가 지목돼왔으나, 최근에는 뇌 염증이나 산화성 스트레스가 실질적 원인이라는 연구가 많이 보고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Keap1/Nrf2 시그널 경로’는 우리 몸이 자체적으로 방어하는 생체 내 중요한 방어기전”이라며 “고령화나 질환 등의 환경에서는 방어기전의 스위치가 켜지지 않아 치매나 파킨슨병이 야기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에 개발한 약물은 방어기전의 스위치를 작동시키는 개념”이라며 “퇴행성·난치성 뇌질환 또는 만성 염증 질환으로도 적응증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한 큐어버스의 조성진 대표는 “정부의 신약개발 단계별 지원을 받아 기술이전에 성공한 CV-01은 내년 말까지 임상 1상을 완료하고, 2026년에는 임상 2상에 진입해 알츠하이머병 정복을 위한 치료제 개발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해설했다.
그러면서 “큐어버스는 ‘바이오스타아 사업’을 통해, KIST의 시드 기술을 가지고 신속하게 창업할 수 있었다”라며 “이 과정에서 R&D인프라, 창업 실무 및 전략 수립, 투자 유치 등 많은 도움을 받은 것이 빠른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이유”라고 강조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황판식 연구개발정책실장은 “치매치료제는 주사제가 다수인데, CV-01은 먹는 약으로 개발돼 고령의 환자도 스스로 제때 복용이 가능하다”라며 “치매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밝혔다.
황판식 실장은 “이번 성과는 신약 개발 전 주기에 걸친 정부와 정부출연연구기관의 기술 사업화 지원 전략의 결과”라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KIST는 2016년부터 2021년까지 국가과학기술연구회 미래선도형 융합연구단의 지원을 받아 신약 후보 물질을 개발했다. 2021년에는 바이오 기업 출신 연구자와 KIST 연구자 및 기술성과를 매칭하는 ‘바이오스타 사업’의 지원으로 큐어버스를 창업하고, 2022년 ‘CV-01’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큐어버스를 연구소기업으로 등록하고 세제 혜택을 비롯한 사업화 지원을 펼쳤다. 큐어버스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보건복지부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단’의 지원을 받아 임상 1상 단계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