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트럼프발 강달러 현상에 ‘계엄령’까지 덮치면서 추락한 원화 가치가 내년에도 빠르게 회복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의 금리 인하 기조에 따라 달러화가 점차 약세를 보이겠지만, 환율 상승을 부추길 위험 요인도 숱하다는 것이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12일 ‘2025년 세계경제통상전망 세미나’ 자리에서 “원·달러 환율은 내년 상반기에서 하반기로 갈수록 하락하겠지만, 미국의 금리 인하가 지연될 경우 최대 1천435원까지 상승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과 미국 외 국가의 정책 금리 차이가 축소되면서 달러화가 점차 약세를 보일 것으로 진단했다. 문정희 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 캐나다·유럽 국가·한국 등 주요국이 금리를 내리면서 달러가 약세를 보이고, 원·달러 환율도 점차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정학적 리스크나 중국 성장 둔화 등의 영향으로 당초 전망보다 하방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트럼프의 복귀는 미국의 금리 인하를 지연시키거나 멈출 수 있는 큰 변수다.
문정희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금리는 물가와 고용으로 결정된다”면서 “트럼프 당선인이 대규모 감세와 보편관세를 실현하면 미국 경제 성장률이 높아지고, 물가도 오르면서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현재 원화가 유독 약세를 보이는 건 각종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계엄령을 비롯한 정치적 불안, 반도체 수출 증가세 둔화, 중국 리스크, 국내 기관·개인의 해외투자 달러 수요 등 기타 요인이 원화의 힘을 끌어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문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금리 인하를 가속화하고 국제 유가가 60달러 이하로 낮아지면 내년 연말 환율은 1천235원까지 떨어질 수 있지만, 반대로 미국이 금리 인하를 지연하거나 종결하고 국제 유가가 90달러 이상으로 오르면 내년 환율도 최대 1천435원까지 상승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환율은 양 국가의 거시경제지표 차이로 결정되고, 경제가 한쪽만 좋아지기는 어렵다”면서 “장기적으로 기업은 1천253원에서 1천361원 까지를 적정 환율로 보고 운영 전략을 세우는 것이 안전하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