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2024년에도 AI(인공지능)는 대세몰이를 이어갔다.
‘AI폰’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가 ‘갤럭시S24’를 비롯한 올해 출시 스마트폰에 생성형 AI 모델인 ‘삼성 가우스(Samsung Gauss)’를 탑재하며 ‘인류 첫 AI폰’을 내놓았다. 애플도 ‘애플 인텔리전스(Apple Intelligence)'를 발표해 AI폰의 대중화에 동참했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행보로 부상한 기술이 있다. ‘온디바이스(On-device) AI’다. AI가 ‘똑똑’해지려면 반복적인 사용과 많은 양의 데이터로 학습이 이뤄져야 한다. 바꿔 말하면, AI의 성능이 향상될수록 AI 모델의 크기 역시 복잡하고 무거워진다. 때문에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ChatGPT나 클로바X 등 LLM 기반 AI 서비스들은 AI 연산이 가능한 고성능 하드웨어가 있는 데이터센터에서 사용자의 요청을 받아 처리한 뒤 다시 보내주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러한 방식은 PC·웹사이트의 안정적인 네트워크 환경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스마트폰과 같이 외부에서 이동하면서 사용하는 불안정한 네트워크 환경에서는 장시간의 지연 발생은 물론, 서비스 장애나 이용 불가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온디바이스 AI 기술이 적용된다. 디바이스 내장 자원을 활용해 자체적으로 AI 모델의 연산 과정을 수행하는 원리로, 네트워크와 연결하지 않아도 AI 기능을 연결할 수 있다. 사용자의 개인정보 같은 민감한 데이터는 기기 내부에서만 처리하고 외부로는 전송하지 않아도 돼 보안성도 강화할 수 있다.
이 기술을 통해 음식점의 키오스크에 AI를 탑재해 매장 주변의 날씨나 시간대 정보에 따른 메뉴를 추천하거나, 음성형 AI 챗봇 상담을 제공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같은 전자 기업에서는 냉장고, 세탁기, TV 등을 AI 탑재 디바이스로 진화시키고 있다.
지난해 12월 열린 ‘2023년 대한민국SW대상 우수소프트웨어 설명회’에서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의 함은식 팀장은 “2024년은 AI 기업들이 본격적인 서비스 경쟁을 벌이는 한 해가 될 것”이라며 “AI 모델 성능 고도화와 산업별 특화 모델을 내놓으며 ‘AI 일상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AI 기업들의 움직임은 어땠을까? 구글(Google)은 지난 2월 AI서비스의 이름을 바드(Bard)에서 제미나이(Gemini)로 리브랜딩하며 유료버전으로 Gemini Advanced를 출시했다. 이 모델은 Ultra 1.0을 탑재했다가, 5월 Gemini 1.5 Pro를 도입해 최대 1백만 토큰(1,500 페이지 분량)을 처리할 수 있게 향상됐다. 7월에는 무료 버전에도 Gemini 1.5 Flash 모델을 적용하고 Google Workspace와 연계, Imagen 3을 통한 이미지 생성 기능 추가 등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이어오고 있다.
OpenAI는 5월 GPT-4o 모델을 발표했다. 기존 GPT-4 Turbo 모델보다 2배 빠르게 작동한다. 7월에는 무료버전으로 제공되면 GPT 3.5 모델을 대체하는 GPT-4o mini를 출시했고, 9월에는 추론 기능을 강화한 o1 모델을 공개했다.
네이버의 클로바 X는 1월 API 방식으로 원티드, 컬리, 트러플의 서비스와 연계 기능을 추가했다. 8월에는 문서 분석과 이미지 수정이 가능한 ‘에이전트’ 기능을 내놓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Microsoft 365와 생성형 AI 기술을 결합한 ‘Microsoft 365 Copilot’의 한국어 버전을 출시했다.
이렇게 AI 모델들이 고도화되면서, AI 업계에서는 AI 모델 경량화와 하드웨어 최적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AI 최적화 솔루션을 제공하거나, AI 개발에 필요한 GPU 공유 플랫폼을 서비스하는 업체들도 등장했다.
한편, AI 기술의 고도화와 경량화 작업으로 업계에서는 ‘AI 에이전트’를 주목하고 있다. LLM AI 모델을 기반으로 사람의 개입 없이도 자율적으로 특정 작업을 수행하는 지능형 시스템이다. AI 에이전트는 스마트폰 산업을 중심으로, 수익성이 악화돼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여러 산업의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또한, 게임 체인저로 자리 잡은 AI 기술의 선도 국가가 되기 위한 각국의 경쟁이 심화하는 만큼, 파운데이션 모델·서비스로 구성된 ‘AI 밸류체인’을 확보하는 ‘Sovereign AI’을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KDB 미래전략연구소는 ‘Sovereign AI 동향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한국이 AI 글로벌 경쟁력 순위에서 4~6위권에 머무르고 있으며, 국내 기업들의 AI 활용률도 30%라는 저조한 수준으로 정부 차원에서 초거대 AI 개발 지원 사업을 통해 대표 사례를 구축하고 기업에 공유해 AI 도입을 장려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