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12월 3일 밤부터 4일 새벽 사이 진행된 비상계엄과 해제, 이어진 탄핵 정국 등으로 연말을 맞이한 정치계가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경제계 역시 정계발(發) 불안정성으로 인해 어려움이 배가될 것이라는 전망이 전문가들 중심으로 제기됐다.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23일 국회에서 ‘계엄쇼크, 한국 경제 긴급 진단’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해 한국 경제가 현재 처해 있는 상황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 전문가들과 함께 모색했다.
발제자로 나선 지식경제연구소 박종훈 소장은 ‘탄핵 지연 사태, 글로벌 투자자들의 우려는 ?’이라는 주제의 발표를 통해 글로벌 투자자들의 입장에서 바라본 한국 시장의 현 상황을 신랄하게 꼬집었다.
박 소장이 발표 중 계엄으로 인한 리스크 중 가장 먼저 언급한 것은 ‘불확실성’이다. “위험성은 계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투자 자체를 막지는 않지만, 불확실성은 계산조차 할 수 없기 때문에 앞으로 투자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 그는 “대외변수가 최악으로 가고 있는 상황이 6개월~1년 정도 지속되면 한국 경제의 미래 자체가 불확실해진다”고 경고했다.
박 소장이 우려를 표하고 있는 또 다른 영역은 ‘세계 각국의 한국 패싱’이다. 이미 미국과 일본, 스웨덴, 카자흐스탄 등 해외 주요 인사들이 예정됐던 한국 방문을 취소한 상황이며 이러한 현상은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박 소장은 “해외 국가에서 더 이상 한국을 카운터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게 될 수 있다”며 “이렇게 될 경우 미국의 고립주의에 맞설 경제적 연대의 형성이 힘들어지면서 미국의 관세정책에 대한 대응이 불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임박한 2기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 역시 격랑 속 한국 경제의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박 소장은 “미국 대선 기간 중 친 트럼프 행보를 보인 일론 머스크가 트럼프를 대상으로 로비를 펼칠 경우 중국의 CATL만 비과세 혜택을 받을수도 있고 그럴 경우 한국의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의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고 말한 뒤 “트럼프는 철저히 시장논리로 접근할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비상계엄은 ‘한국 경제’라는 나뭇가지 부러뜨린 눈덩어리” 이준석‧천하람 연이어 비판
한편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천하람 원내대표는 각각 개회사와 인사말을 통해 이번 비상계엄에 대한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이준석 의원은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이 이어지면서 급한 의사결정이 미뤄지면서 경제적 위기가 겹치고 있는데, 지역이나 업종을 가리지 않고 대한민국을 이끌던 중심 수출기업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2기 트럼프 행정부는 더욱 강한 고립주의와 미국 우선주의를 나타낼 것인데, 이 위기 속에서 한국이 미중 관계의 새로운 기회를 찾아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천하람 원내대표는 “비상계엄은 ‘한국 경제’라는 나뭇가지를 부러뜨리는 눈덩어리”라고 말한 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는 계속 가야하기 때문에 탄핵 지연으로 인한 어려움을 잘 살피고 바람직한 대안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