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일보]
대기업·중견기업·중소기업 10개 사업자가 약 7년간 한국전력공사가 발주한 가스절연개폐장치 구매 입찰에서 담합을 벌여 과징금 391억 원을 부과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황원철 카르텔조사국장은 27일 공정거래위원회 브리핑실에서 ‘10개 사업자의 가스절연계폐장치 입찰담합 제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사건의 법 위반 사업자는 효성중공업·LS일렉트릭·HD현대일렉트릭·일진전기 4개 대기업 또는 중견기업과 주식회사동남·디투엔지니어링·서전기전·인텍전기전자·제룡전기 5개 중소기업 및 한국중전기사업협동조합(이하 중전기조합)이다. 중전기조합은 5개 중소기업을 구성원으로 하는 사업자 단체다.
가스절연계폐장치는 발전소 또는 변전소에 설치되는 전력 설비의 주 보호장치로, 과도한 전류를 신속하게 차단해 전력계통을 보호하는 장치다. GIS라고도 한다. 정격전압에 따라 제품군이 구분되는데, 이번 담합에서는 170kV 제품이 합의 대상이 됐다.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의 발주 입찰은 업체의 신청을 받아 입찰 참가 자격을 부여하는 ‘일반경쟁입찰’과 전라남도 나주시에 공장을 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해당연도 전체 물량의 20% 이내에서 발주하는 ‘지역제한경쟁입찰’로 구분된다.
이번 사건의 합의는 10개 사업자가 모두 참여한 일반경쟁입찰에서의 합의와 3개 중소기업만 참여한 지역제한경쟁입찰에서의 합의 2개로 행위로 구성된다.
일반경쟁입찰에서는 효성중공업·LS일렉트릭·HD현대일렉트릭·일진전기 4개사만 참여하던 입찰시장에 2014년 10월부터 주식회사동남이 진입하면서 치열한 가격경쟁이 발생했다.
한전은 내년부터 170kV 발주 전량을 친환경 GIS로 대체 예정인데, 이를 개발하지 못한 중소기업은 전환 이전에 기존 GIS 투자금을 회수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이 때문에 주식회사 동남은 저가 투찰로 시장에 뛰어들었다.
대기업들은 경쟁입찰에서의 계약 금액이 수의계약 금액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하고, 물량 일부를 중소기업에 양보하더라도 저가 수주를 방지하고자 했다.
즉, GIS 입찰에 참여하는 대기업군은 저가 수주 방지, 중소기업군은 안정적 물량확보라는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이들은 2015년 3월부터 2022년 9월까지 한전이 발주한 134건의 입찰에서 대기업군과 중소기업군 간에 일정 비율로 낙찰 물량을 배분하기로 합의하고, 입찰별 낙찰기업군 선정 및 투찰 가격 공유를 진행했다.
대기업군 4개사와 주식회사 동남은 최초로 87:13으로 물량을 배분했고, 이후 디투엔지니어링·서전기전·인텍전기전자·제룡전기 등이 합의에 가담하면서 55:45로 조정됐다.
이들은 기업군별 총무를 내세워 물량배분 비율을 합의했고, 그 결과 가담 기업들은 134건의 입찰에서 평균 낙찰률 96.2%을 기록했다. 합의 종료 후 실시된 11건 입찰의 평균 낙찰률은 73.6%로 나타났다.
지역제한경쟁입찰에서는 주식회사 동남이 유일한 유자격사였으나, 디투엔지니어링과 인텍전기전자 등이 참가 자격을 취득하면서 각 사는 가격경쟁을 회피하고 안정적 물량을 확보하고자 했다. 이들은 2019년 3월부터 2021년 10월 중 발주한 11건에 대해 균등하게 낙찰받기로 합의했다.
공정위는 일반경쟁입찰 공동행위에 대해 ‘공정거래법 제40조 제1항 3호인 물량 담합 규정’을 적용하고, 지역제한경쟁입찰 관련 공동행위에는 ‘(구)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3호’를 적용했다.
또한 10개 사업자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391억 원을 부과하고, 법 위반 가담 정도와 조사 협조 정도 등을 종합 고려해 대기업군 4개사와 중전기조합, 제룡전기 등 6개 사업자를 고발했다.
황원철 국장은 “합의 가담자들은 담합 적발 회피를 위해 직접적 의사 연락을 최소화하고, 총무 역할을 하는 연락책중심으로 은밀하게 담합을 진행했다”라며 “공정위는 끈질긴 조사와 부분적 증거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해 법 위반을 입증했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조합이 대기업과 공모해 공기업이 발주하는 입찰에서 경쟁을 완전히 제거했다”라며 “공기업의 비용상승과 공공요금의 원가 인상을 초래하는 담합행위를 엄정 제재한 사례”라고 의의를 살폈다.
그는 “담합 가담자들이 은밀하고 지능적인 방법으로 합의를 실행하며 점점 담합이 고도화되고 있다”라며 “공정위는 조사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담합 적발 시 엄정하게 제재를 이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