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일보]
최근 폐막한 CES 2025에서 엔비디아(NVIDIA)의 CEO인 젠슨 황이 자사의 GPU에 삼성전자의 칩이 들어가지 않는 것처럼 언급했다가 뒤늦게 이를 정정하는 일이 발생했다.
단순한 해프닝이라고 할 수는 있으나 이후 젠슨 황이 ‘삼성전자의 HBM은 새로운 디자인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사실이 다시 알려지면서 한국이 반도체 산업의 선도국가에서 변방으로 밀려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민주연구원과 민주당 경제안보특별위원회는 13일 국회에서 ‘트럼프 2.0시대 핵심 수출기업의 고민을 듣는다 : 반도체 산업’을 개최해 반도체 산업이 현장에서 겪는 애로를 듣고 이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삼성글로벌리서치 이안재 부사장은 ‘반도체 소부장 현황 및 발전방안’이라는 주제의 발표를 통해 현재 한국 반도체 산업이 맞닥뜨린 현실과 이에 대한 정책 제언을 전했다.
이 부사장은 “반도체는 한국의 핵심산업이자 국가 안보를 위한 전략 자산”이라고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반도체는 단일 품목 기준으로 수출액이 전체의 24%를 차지하면서 1위를 기록하는 산업분야인 동시에 첨단 산업의 경쟁력 유지를 위한 인재 양성 등 양질의 고용창출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반도체 시장을 둘러싼 환경은 녹록하지 않다. 이 부사장은 “반도체 산업이 국방 및 경제 안보를 위한 전략자산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반도체 경쟁력이 흔들리면 국가의 안보와 전략적 위상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주요국들은 반도체 산업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고려해 반도체 제조시설의 ‘국내 자산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최근의 흐름을 공유했다.
이 부사장의 설명에 따르면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시가총액은 급증하고 있으나 미국‧대만에 집중되고 있으며 한국의 입지는 오히려 줄어들면서 중요한 변곡점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의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환경은 ‘국가총력전’”이라고 말한 이 부사장은 “기술 및 공급망 경쟁력은 해외메모리사와의 기술 격차 축소와 국가별 정책적 뒷받침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기를 하는 형국인데다가 대내외 환경은 미국의 신정부 출범과 글로벌 경제 블록화, 국내 정책 불확실성 등으로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방안으로 이 부사장은 “경쟁국과 유사한 수준의 정책지원 확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언급한 뒤 “첨단산업 인력에 대한 근로시간 규제 완화를 통해 우수 인재들이 충분히 일할 수 있는 근로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정부‧국회가 기업과 협력해 대외 리스크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 부사장은 “주요국 정부와의 협력채널 강화로 한국 기업에 대한 불이익을 방지하는 동시에 통상애로 해소 및 공급망 안정 등의 지원이 요구된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