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일보]
지난해 12월부터 이어진 계엄-탄핵 정국으로 정치적 리더십이 공백 상태에 놓이며, 한국 경제가 ▲산업정책 부재 ▲내수 진작책 미흡 ▲기업 지배구조 개선 논의 중단 3가지 리스크를 맞이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기획재정위원회 정책조정위원회가 개최한 ‘탄핵이 경제다’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 김학균 센터장은 “국내 주식시장이 계엄령 선포 이전 수준을 회복했으나, 그 주가는 7년 전 수준으로 장기적인 우려가 존재한다”라고 살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지난 주말(18~19일) 1천 450원대의 환율은 역대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환율이 높으면 수출업체에는 유리할 수 있지만, 한국 공동체의 전체적인 실이 더 많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모든 통화가 달러에 약세를 띠고 있어, 최근의 원화 약세가 우리 내부의 정치적인 이슈 때문이라는 인과관계는 명확하지 않다는 해설이다.
코스피(Korea Composite Stock Price Index)는 계엄령 선포 당시 2천500p였으나, 17일 2천523p까지 상승했다. 단, 미국을 비롯해 다른 나라의 주가 상승에 따른 것으로 큰 의미는 없다고 내다봤다. 외국인 투자가들은 계엄령 이후 2조 원 넘게 매도했으나, 올해 들어서는 4천123억 순매수해 외국인 이탈은 심각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채권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의 영향으로 지난해 12월에 기준금리를 낮췄다. 한은이 2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하향 조정한 것은 처음으로, 중앙은행이 나름 대응을 하고 나서면서 국고채를 비롯한 시장 금리는 비교적 안정적이다.
김 센터장은 “시장에서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지난해 10월 초까지는 2.2% 성장할 것이라고 봤으나, 현재는 1.8%로 조정됐다”라며 “한국 경제에서 성장률이 1%대를 기록한 때가 2023년이 처음이고, 1.8%는 역대 여섯 번째로 낮은 성장률”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장기적인 우려로, “코스피 2천p를 처음 본 때가 2007년 8월인데, 17년이 지난 지금 2천 500p라는 건 연이율로 1.2%밖에 성장하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현재 금리도 한국보다 미국이 높은데, 이는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 여력이 약하다는 것”이라며 “일시적으로 미국 금리가 우리보다 높을 때도 있었지만, 이렇게 몇 년째 굳어지는 것은 처음 나타나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국 경제가 미국보다 GDP 성장률이 2년 연속 뒤처진 것도 사상 처음”이라고 제시한 김학균 센터장은 “올해 시장 기대치도 한국은 1.8%, 미국은 2.1%로, 한국이 미국보다 금리가 낮은 것은 성장 둔화를 반영하고 있어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여력을 말하기 앞서 상당히 심각한 구조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봐야 한다”라고 해설했다.
또한, 과거 한국은 박정희 대통령 암살과 외환위기 등을 계기로 경제 성장률이 둔화되면, 다음 해에는 V자 형으로 반등했었다며 “지금은 성장률 자체가 낮아 반등할 여력이 부족한 상태”라고 경고했다.
김 센터장은 “중요한 것은 내수(민간소비)와 건설·설비투자가 장기적으로 위축되고 있다”라며 “작년 상반기에 경기가 좋았다곤 하지만, 실제로 체감한 사람은 차량·수출 회사뿐이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수출의존도가 굉장히 높고, 내수는 구조적으로 안 좋은 나라로 향하고 있다는 딜레마를 겪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현재 가장 긴 소비 침체가 이어지고 있으며, 본질적으로 좋아지긴 어렵다고 본다”라며 “가계 부채가 너무 많으며 부채의 대부분은 부동산에서 기인하기 때문으로, 은행 원리금을 갚느라 소비에 사용될 돈이 없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더불어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은 낮아지고 대미 수출은 높아져, 전 세계에서 대미 의존도가 가장 높은 나라가 됐다”라며 “트럼프 2기 행정부 취임 이후 어떤 정책이 펼쳐지나에 따라 수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김학균 센터장은 “장기적으로, 산업정책의 공백이 정치적 리더십 부재의 명확한 리스크”라며 “석유화학 분야에서 정책적인 협약이 나와야 한다고 본다”라고 제언했다.
한편, 이번 토론회는 20일 국회 의원회관 306호에서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