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은 경제의 핏줄이다
초고령화와 저출산, 디지털 전환과 기후위기라는 거대한 변곡점 앞에서 한국 금융의 근본적 전환을 촉구하는 책이 출간됐다. 북랩이 지난 6월 펴낸 '한국 금융, 새판 짜기'는 정책금융 현장에서 쌓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70가지 금융 개혁 전략을 제시한다.
금융의 본질 회복을 위한 체계적 진단
저자들은 현재 한국 금융이 본질에서 멀어져가고 있다고 진단한다. 부동산 쏠림 현상, 단기 수익 중심의 금융기관 경영, 실물경제를 외면한 대출 구조, 반복되는 소비자 피해 등이 일시적 현상이 아닌 근본적 병폐라고 지적한다.
특히 2천조 원에 달하는 가계 부채와 성장 엔진에서 시스템 리스크로 전락한 금융 현실을 날카롭게 분석하며, "이제는 작은 수술로는 고칠 수 없다"고 강조한다.
7부 70개 꼭지로 구성된 종합 처방전
이 책은 7부로 나뉘어 금융의 실패 원인부터 미래 금융의 방향까지 체계적으로 다룬다.
1부에서는 금융의 실패 원인을 진단하고, 2부에서는 실물경제 중심의 금융 패러다임 전환을 제시한다. 3부는 은행·보험·자본시장 등 업권별 맞춤형 개혁 방안을, 4부는 소비자 보호와 포용 금융, ESG 경영 등 신뢰 기반 금융 구축 방안을 담았다.
5부에서는 AI·블록체인 등 디지털 혁신과 기후위기 대응 방안을, 6부는 감독·규제 체계의 혁신 방향을 제시한다. 마지막 7부에서는 가계부채 해결과 창업금융 활성화, 연금 개혁 등 자본 흐름의 정상화 방안을 다룬다.
현장 전문가들의 실천적 대안
공동저자인 권의종(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성의경(전 신용보증기금 본부장), 김혁(전 신용보증기금 주요 지점장 역임·現 경영공학박사), 조준기(전 신용보증기금 인천스타트업지점장) 등은 모두 신용보증기금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정책금융 전문가들이다.
이들은 단순한 비판을 넘어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대안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이 책의 차별성을 찾을 수 있다. 특히 디지털 혁신이 실물경제와 연결되지 않으면 거품만 키울 뿐이라는 경고와 함께, 포용적 금융과 전문성·독립성이 강화된 정책 거버넌스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구조를 바꾸는 일은 지금 우리로부터"
저자들은 "경제는 구조다. 구조는 바뀔 수 있다. 그리고 구조를 바꾸는 일, 그것은 지금 우리로부터 시작된다"고 말한다. 금융을 다시 경제의 본류로 되돌리고, 자본이 필요한 곳에 흐르게 하며, 금융의 공공성·투명성·포용성을 회복할 때 한국 경제의 새로운 도약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글로벌 금융 질서의 재편이라는 외부 변화와 초고령화·저출산이라는 내부 도전이 동시에 밀어닥치는 현실에서, 이 책은 한국 금융의 근본적 전환을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실천적 지침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