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공간에 머물던 인공지능(AI)이 현실 세계로 걸어 나오는 '피지컬 AI' 시대가 본격화하고 있다. 인간형 로봇, 즉 휴머노이드가 차세대 산업의 패권을 가를 ‘게임 체인저’로 떠오른 가운데, 국내 스타트업이 글로벌 기업의 두뇌(컴퓨팅 시스템)를 장착한 산업용 휴머노이드를 선보이며 출사표를 던졌다. 제조업 현장의 비효율과 안전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대안으로 주목된다.
국내 로봇 스타트업 에이로봇(A-Robot)이 공개한 '앨리스 M1'은 휠 타입 세미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키 130~180cm, 무게 97kg에 31개의 관절(31DoF)을 갖춰 복잡하고 정밀한 동작을 유연하게 수행할 수 있다. 특히 7축으로 움직이는 로봇팔과 허리를 수평·수직으로 이동시킬 수 있는 구조는 좁은 공간에서도 1.3m에서 1.8m 높이의 선반에 물건을 옮기는 등 정밀 작업을 가능하게 한다. 에이로봇 측은 '앨리스 M1'이 기존 산업 현장의 고질적인 비효율을 개선하고 작업자의 안전을 획기적으로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앨리스 M1'의 핵심인 두뇌 역할은 글로벌 산업용 컴퓨팅 기업 어드밴텍(Advantech)의 로보틱스 전용 시스템 'AFE-R360'이 맡는다. 인텔® 코어 울트라 프로세서를 기반으로 한 이 시스템은 소형·경량 설계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성능과 확장성을 자랑한다. 로봇에 장착된 3D 라이다, 스테레오 카메라, 각종 센서가 쏟아내는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해, 로봇이 고도의 AI 기반 판단을 신속하게 내리도록 돕는다. 어드밴텍 관계자는 "AFE-R360은 실시간 센서 데이터 처리와 모션 제어에 최적화된 제품"이라며 "이번 협업은 국내 로봇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은 연평균 30% 이상 폭발적으로 성장해 2030년에는 수십억 달러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 자동화 수요 증가가 맞물리면서 제조업뿐만 아니라 돌봄, 의료, 교육 등 다양한 분야로의 확장이 기대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앨리스 M1' 출시를 국내 기업이 글로벌 휴머노이드 기술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는 의미 있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