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연료 주입(벙커링) 시 발생하는 '카푸치노 현상'(기포로 인한 측정 오차)을 잡고, 연료 소비와 배출가스를 정밀 계측하는 솔루션이 부산 벡스코에 등장했다.
100년 역사의 독일 계측기기 전문 기업 크로네코리아(KROHNE Korea)는 지난 21일부터 24일까지 열린 ‘국제조선해양산업전(KORMARINE 2025)’에 참가, 해양 산업의 탈탄소화와 에너지 효율화를 위한 정밀 계측 시스템을 선보였다.
Piero Padroni 크로네 글로벌 해양사업부 총괄(General Manager, Global Marine Division)은 “해양 산업은 에너지 효율성, 디지털화, 환경 규제라는 세 가지 과제에 직면해 있다”며 “연료 소비량과 배출량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은 비용과 탄소세 산정, 규제 대응에 직결되는 핵심 요소”라고 설명했다.
'카푸치노 현상' 해결… 韓 조선 3사 모두 적용
크로네코리아는 현장에서 해양 벙커링 과정을 시뮬레이션한 ‘Bunkering Demo System’을 공개했다. 이 시스템은 유속, 온도, 질량 유량, 밀도 등을 실시간 계측하며, 배관 내 기포로 인한 측정 오차를 최소화한다.
김태형 차장(영업부)은 “이 시스템은 전·후단 압력계를 통해 배관 내 압력 차를 조절, 유량계가 최적 조건에서 작동하도록 설계됐다”며 “연료의 실제 주입량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으며, 이미 여러 글로벌 선사와 프로젝트에서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크로네의 질량 유량계 및 벙커링 솔루션은 현대중공업(Trion, RUIA 프로젝트), 삼성중공업(ZLNG, SIDA 프로젝트), 한화오션(Galapagos 프로젝트) 등 국내 주요 조선소의 해양 프로젝트에 적용되고 있다. 김 차장은 "내년에는 다수의 신규 해양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료·배출 모니터링부터 LNG 품질 자동 청구까지
크로네는 해양 연료 계측 외에도 연료 품질, 배출가스, 저장 탱크 관리 전반으로 솔루션을 확장하고 있다. 대표 기술로는 ▲‘EcoMATE™’(선박용 연료·배출 모니터링 시스템) ▲‘CARGOMASTER®’(선박 탱크 모니터링 및 경보 시스템) ▲‘L-QRS’(실시간 LNG 적하 품질 측정·청구 자동화 소프트웨어) 등이 있다.
EcoMATE™ 시스템은 선박의 연료 소비와 탄소 배출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해, EU MRV 규제(2015/757) 등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리포트를 생성한다. L-QRS는 ISO 8943 및 ASTM 4784 등 국제 표준에 따라 품질 증명서(Certificate of Quality)와 선적 명세서(Bill of Lading)를 자동으로 발행, LNG 거래의 투명성을 높인다.
Padroni 총괄은 “정확한 계측이야말로 미래 해양 산업의 출발점”이라며 “연료 사용, 배출량, 에너지 효율 등 모든 지표는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크로네는 해양 분야에 특화된 엔지니어링 역량과 글로벌 인증 기술을 바탕으로, 선박 운영의 효율성과 환경 규제 대응력을 동시에 높이는 솔루션을 지속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크로네코리아는 계측 기술이 운영 효율, 비용 절감, 규제 대응, 탈탄소화의 핵심 인프라로 기능할 수 있음을 강조하며, 향후 국내외 조선소 및 선사와의 협력을 확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