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수소차(FCV) 같은 활용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정작 그 심장인 핵심 소재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앞선 양산 능력과 가격 경쟁력이 한국 시장의 빈틈을 채울 수 있는 이유입니다."
중국 수소연료전지 소재 기업 YHKC가 한국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완성차 중심의 한국 수소 생태계가 가진 '소재 공급망의 한계'를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YHKC는 지난 4일부터 7일까지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World Hydrogen Expo 2025(HWE 2025)'에 참가해 자체 개발한 촉매와 막전극접합체(MEA) 기술을 공개했다.
현장에서 만난 앤디 구이(Andy Gui) CEO는 한·중·일 3국의 수소 산업 구조를 냉철하게 분석하며 한국 진출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은 현대차, 도요타 등 완성차 기업을 필두로 한 애플리케이션(활용) 분야에 강점이 뚜렷하다"고 진단했다. 반면 "중국은 정부 주도로 수소 충전 인프라와 수전해 설비 등 상류(Upstream) 산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며 "한국이 가진 애플리케이션 강점에 중국의 소재 양산 능력을 결합하면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수소연료전지의 핵심인 촉매는 백금(Pt), 이리듐(Ir) 등 고가의 귀금속을 다량 사용해 원가 비중이 매우 높다. 기술 장벽 탓에 이를 전문적으로 양산하는 기업도 드물다. YHKC는 이번 전시회에 참가한 기업 중 드물게 귀금속 촉매를 전문으로 다루며 주목받았다. 회사 측은 "축적된 양산 데이터와 비용 관리 노하우를 통해 한국 기업들이 겪는 소재 개발 리스크와 생산 비용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고 자신했다.
YHKC의 기술적 자신감은 탄탄한 연구 배경에서 나온다. 2015년 설립된 이 회사는 상하이 중국과학원(CAS) 연구팀이 모태다. 30년 이상의 연구 경력을 가진 양(Yang) 교수와 글로벌 기업 경험이 풍부한 앤디 구이 CEO가 의기투합해 창업했다.
사업 초기에는 귀금속 촉매 개발에 집중했으나, 소재의 완제품 적용 수요가 늘자 5년 전부터 MEA로 영역을 넓혔다. 현재는 PEM(고분자전해질) 및 AEM(음이온교환막) 수전해 설비부터 연료전지용 촉매까지 아우르는 라인업을 갖추고 고객 맞춤형 개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업계는 중국 기업의 진입이 국내 소재 부품 시장의 경쟁을 촉발하고, 가격 경쟁력을 요구하는 국내 수소차 및 발전용 연료전지 기업들에게 새로운 선택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