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19일 국회 스타트업 연구모임인 ‘유니콘팜(더불어민주당 김한규,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 공동대표)’은 스타트업 얼라이언스(STARTUP ALLIANCE)와 함께 산업현장과 제도 사이 간극을 줄이기 위한 해법을 모색하는 ‘AI 서비스 확산, 산업별 규제 해법을 찾다’ 토론회를 개최했다. 행사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산업별 규제 병목을 진단하고, 글로벌 기준을 반영해 세계 흐름에 부합하는 혁신 친화적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카이스트(KAIST) 김병필 교수는 ‘리걸테크(Legal-Tech) AI’ 분야 규제 개선 과제를 살폈다.
그는 “개인적으로 법률 분야 AI는 제도보다는 기술의 문제라고 생각해 왔다”라며 “그러나 올해 마이크로소프트가 발표한 의료 진단 AI ‘오케스트레이터’를 통해 제도의 문제에 가까워졌다”라고 말했다.
오케스트레이터는 5개의 AI 모델(가설 수립, 검증, 비용 평가 등)이 서로 토론을 거쳐 진단 결과를 내놓는다. 복합 질환 진단 정확도가 85%에 이른다.
김 교수는 “이러한 다중 에이전트 방식이 에이전트 AI 시대의 새로운 기술 동향으로, 중국에서는 AI 모델을 배심원처럼 구성한 뒤 토론을 통해 사건의 결과를 예측하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라고 동향을 전했다.
그러면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기술 연구가 시작돼, 향후 3~5년이 골든타임”이라며 “이 기간 동안 법률 AI는 빠르게 발전할 전망으로, 이에 맞춰 제도적 기반을 신속하게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병필 교수는 국회에 발의된 ‘리걸테크산업진흥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안(권칠승 의원 대표 발의)’과 ‘법률정보기술산업진흥 및 법률소비자 편익 증진에 관한 법률안(이해민 의원)’을 두고 “권칠승 의원안은 허가제, 이해민 의원안은 신고제”라고 분석했다.
이어 “리걸테크 서비스 유형별로 자유를 허용하는 범위를 확정하고, 일정한 영역은 법무부가 안전장치를 마련해 감독하며, 기술적으로 부족한 영역은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다층적 규제 체계가 필요해 보인다”라고 제언했다.
현행 판결문 데이터 공개 제도의 한계도 짚었다. 우선, 판결문 열람 시 건당 1천원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에 대해 “반드시 받아야 하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또한, 판결문이 이미지 형태로 제공되고 있어 기계 판독이 어렵다며 “공공데이터법 위반 소지가 크며, 음성 변환이 불가능해 시각장애인을 위한 서비스 구현이 제한된다”라고 언급했다.
판결문 데이터가 법인명이나 건물명 등 개인정보보호법에 해당하지 않는 정보까지 과도하게 비실명 처리하고 있다고도 지적하며 “명확하게 비실명 조치의 범위를 정하는 입법이 필요해 보인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회입법조사처 박소영 입법조사관은 법률 데이터 개방 시 고려해야 할 상황에 대해 제시했다.
그는 “법률데이터 전면 개방 시, 국내 스타트업이 빅테크 기업에 비해 어느정도 경쟁력을 가졌는지 파악하고 전략적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스타트업이 먼저 개발을 시작하더라도, 빅테크 기업이 ‘규모의 경제’로 몇 주 만에 따라잡는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판결문 데이터 공개 쟁점을 두고는 “서술형·사건·판단 중심 데이터로, 문맥 속에서 정보 유추가 쉬워 단순 비식별 처리가 어렵다”라며 “대다수의 국민에게 향상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감수할 수 있는지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조사관은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AI 기술 발전을 위해 개인정보 관련 규제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으나, 해킹을 비롯한 침해사고가 많이 발생하면서 데이터 개방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이 낮아졌다”라며 “개인정보 침해 사고에 대한 보완적 안전장치 마련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