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그러나 방위산업계에 몸담고 있는 이들은 “방위산업은 고도의 기술력이 집약된 만큼, 대기업의 시스템 통합 능력과 중소·벤처기업의 특화된 부품·소재 기술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29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의 마지막은 방위산업에 몸담고 있는 기관과 대기업, 중소기업이 각자가 생각하는 상생의 방안을 공유하는 난상토론으로 진행됐다.
상생협력촉진법, 어떤 내용이 담겨야 하나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의 상생을 촉진하는 상생협력촉진법의 제정에는 공통적으로 찬성을 표했으나, 이를 바라보는 시각에는 온도차가 있었다.
방위사업청 이형석 국장은 "법적 근거 없이는 정책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연내 법안 발의를 목표로 5월 중 공청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중소벤처기업부 이은청 국장은 "기존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법과 차별화된 방산 특화 내용을 담아야 한다"며 방사청과 계속 협의하겠다고 했다.
반면 LIG D&A 장동권 실장은 법보다 실질적인 제도 설계를 강조했다. “10년짜리 방산 사업에서 성과를 사전에 예측하고 공정하게 배분하는 기준을 만드는 게 핵심”이라며, 올해 안에 성과 공유 방안을 구체화하겠다고 밝혔다.
다비오 박주흠 대표는 AI 기업 관점에서 “AI 라이센스 계약 방식이 현실화되지 않으면 법이 만들어져도 소프트웨어 기업은 방산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현장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스타트업 지원 5년 후 발생하는 죽음의 계곡, 어떻게 건너야 하나
현재 방위사업청은 방위산업과 관련된 혁신기업 82개사를 선정해 이들에 대해 5년간 지원을 하고 있다. 그러나, 5년의 지원을 마친 이후에는 기업이 자생적으로 살아남아야 하고 이 과정에서 많은 기업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방기술진흥연구소 윤성현 본부장은 “정부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결국 다양한 소요군과의 연계를 만들어주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한 뒤 “실제로 82개 혁신기업이 방산 체계 업체와 고도화 R&D를 진행 중이며, 개발 이후 구매로 바로 연결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강조했다.
스타트업을 대표해 목소리를 낸 다비오 박주흠 대표는 “LIG의 방산혁신펀드 1호 투자를 받으면서 방산 시장에 진입했는데, 재무 지원보다 보안 체계, 사업 단계별 프로세스, 용어 하나하나를 배우는 과정이 더 큰 장벽이었다”며 “이런 진입 경험이 체계화돼서 후속 AI 기업들이 더 빠르게 들어올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AI·소프트웨어 기업, 방위산업 시장에 연착륙 하려면?
박 대표는 스타트업으로서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에 대해 다시 한 번 언급했다. 그는 “AI 모델은 수십 명이 동시에 협업해야 만들어지는데, 현재의 폐쇄적 보안 환경에서는 연구 인력이 기관 내부에 들어가서 제대로 된 개발을 할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덧붙여 그는 “AI 석박사들이 보안 사업에 투입되면 논문도 못 보고, 오픈 프레임워크도 못 쓰고, 여러 명이 함께 연구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며 “이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더 좋은 AI 기업들이 방산 시장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LIG D&A 장동권 실장도 “소프트웨어는 초기에 대규모 투자가 선행돼야 하는데, 하드웨어 중심의 기존 방산 획득 체계에서는 수익성을 확보하기가 구조적으로 어렵다”며 “AI·소프트웨어 기업이 방산 체계 안에서 지속 가능하게 살아남을 수 있는 제도 설계가 시급하다”고 현행 제도의 난맥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방사청 이형석 국장은 해당 지적에 대해 공감을 표하면서도 “원가 인정 범위나 보안 규제 완화는 세부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국방기술진흥연구소 윤성현 본부장은 “R&D 예산과 구매 예산이 분리돼 있는 구조 자체가 문제”라며 “개발하고 시험해서 쓸 만하면 바로 구매로 연결되는 DOI(국방 오픈 이노베이션)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한편, 중견기업을 대표해 참석한 포스텍의 배경호 부사장은 “방산 육성·수출 지원 예산의 상당 부분이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에 집중돼 있고, 중견기업은 지원도 못 받으면서 규제는 대기업 수준을 적용받는 이중고에 처해 있다”며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회사를 분할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