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기술 융합과 미래 지향적 법, 기술패권 경쟁 속 초격차 기술 확보, 페이스메이커 리더십. 앞으로 세상을 바꿀 세 가지 트렌드입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15일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제10회 월드클래스기업협회 정기총회’ 강연자로 나서 한 말이다. 그는 “세상이 빠르게 바뀌는 원인을 고민해 나름대로 결론을 얻었다”며 세 가지 트렌드를 소개했다.
첫째는 ‘기술 융합과 미래지향적 법’이다. 안철수 의원은 코로나19 바이러스 백신으로 유명한 ‘mRNA(messenger RNA) 백신’ 개발 과정을 예시로 설명했다.
mRNA 백신은 실험실에서 쉽게 만들 수 있지만 구조가 불안정해 금방 파괴되는 한계가 있었다. 사람 몸에 주사하기도 전에 부서지니 바이오기술 연구자들이 손을 놨다.
어느 날 초미세 입자를 다루는 나노 기술 연구자들이 mRNA 기술을 발견했다. 지방질로 초미세입자를 만들어 mRNA에 덮으면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화이자와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이 탄생했다.
백신이 빠르게 만들어진 건 미국 정부의 역할도 컸다. 새로운 백신을 만드는 과정에서 속도를 떨어트릴 만한 규제를 전부 없앴다. 백신 개발 전부터 ‘고속도로’를 깔아 준 거다.
안철수 대표는 “기술이 융합하며 존재하지 않았던 것을 만들기 시작했고, 분야를 넘나들며 융합을 잘 하느냐가 국가와 기업의 성패를 결정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과학과 사회가 어떻게 발전할지를 미리 알고, 그 과정에서 걸림돌이 될 만한 규제나 법안을 미리 없애는 ‘미래지향적 법’이 필요하다”며 “법을 대하는 태도를 바꿔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둘째는 ‘기술패권 경쟁 속 초격차 기술 확보’다. 안 의원은 “중국과 미국의 기술패권 경쟁으로 외교‧경제‧과학기술‧안보가 하나로 합쳐지는 초유의 상황을 겪고 있다”면서 “한국이 살아남으려면 2등이 도저히 1등을 따라잡을 수 없는 ‘초격차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미국이 대만을 포기할 수 없는 건 반도체 1위 기업 TSMC가 있기 때문”이라면서 “과학기술이 곧 안보인 현 상황에서 초격차 기술을 찾는 게 한국의 생존과 직결된다”라고 말했다.
셋째는 ‘페이스메이커 리더십’이다. 안철수 의원은 “마라톤 페이스메이커는 앞에서 뛰는 것처럼 보여도 따라오는 사람의 등을 밀어주는 역할”이라면서 “기업과 정부의 리더십도 바뀌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기술 융합으로 새로운 분야가 생기고, 세계 각국이 기술 경쟁을 펼치는 ‘속도전’ 속에서 리더가 조직을 이끌기보다 ‘현장 전문가’에게 판단을 맡겨야 한다는 의미다.
안철수 의원은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일 하는 방식과 더 좋은 결과를 낼 방법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고 언급하며 “과거엔 리더가 앞에서 끌었지만, 이제 각 전문가들을 뒤에서 밀어줘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각 분야별 ‘산업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도 전했다.
안 의원은 “AI 반도체, 디스플레이, 원전, 수소, 2차전지 등 한국이 세계 1위 그룹이지만 ‘초격차’엔 도달하지 못한 후보 산업이 많이 있다”면서 “미국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법(CHIPS Act) 등 분야별 산업 정책을 마련하는 것처럼, 한국도 빠르게 움직여 성과를 내고 초격차 과학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