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데일리 최아름기자] 골프는 룰의 경기라고 할 만큼 엄격하고 세밀한 규칙에 따라 진행되는 게임이다. 세게 정상급 선수들도 룰 때문에 ‘눈덩이 스코어’를 기록하기도 하고 다 잡았던 우승컵을 놓쳐 땅을 치기도 한다. 선수들의 알쏭달쏭한 골프 규칙을 살펴보았다.
골프를 잘하기 위해서 골프 규칙을 잘 알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일만은 아니다. 알쏭달쏭하고 까다로워 무시하고 지나치기 쉬운 것이 바로 골프 규칙이기 때문이다. 이는 아마추어 뿐만 아니라 선수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골프경기에서 선두를 달리던 골퍼가 골프 규칙을 어겨 순식간에 2벌타를 받아 순위권 밖으로 밀리거나 실격 당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특히 미셸 위는 빈번한 벌 타로 오명을 쓰기도 했으며, 골프여제 로레나 오초아, 최경주, 박세리 등 세계 정상급 선수들도 규칙을 어겨 벌 타를 받은 적이 있을 정도로 골프 룰은 참으로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반면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는 골프 규칙 수준도 ‘황제급’인 것으로 유명하다. 한국여자 골프의 기대주 신지애 역시 어지간해서는 벌 타를 잘 받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다 보니 당연 세계 정상에 설 수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골프선수들도 실수를 종종 하는데 과연 아마추어 골퍼들이 필드에 나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실내연습장이나 스크린골프장과는 달리 실제 필드에서는 갖가지 상황이 생긴다. 골프 규칙을 미리 알았더라면 범하지 않았을 실수 때문에 벌 타를 받는 것도 속상한데, 서로 규칙을 모르는 사람끼리 입씨름에서 진 사람이 억울하게 벌 타를 받는 경우라면 골프 할 맛이 나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장타를 날려 버디 기회를 잡은 들 사소한 규칙 하나 제대로 지키지 못해 벌 타를 받거나 실격을 당한다면 얼마나 허무할까. 지금까지 스윙 자세나 퍼트, 장타에 신경 써왔다면, 이제 당당하고 재미있게 골프를 즐기기 위해서라도 골프 규칙을 제대로 알아보는 건 어떨까.
워터해저드 내에서는 아무것도 접촉하지 마라
지난달 4일 막 내린 한화금융클래식은 KLPGA 투어 사상 10억 원이란 최고액의 총상금이 걸린 매머드급 대회로 큰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최나연의 우승보다는 유소연의 골프규칙 위반이 더욱 화제가 됐다. 유소연은 12번홀(파3)에서 그린 왼쪽 해저드 안에 떨어진 공을 쳐내기 전, 손으로 풀(루스 임페디먼트)을 걷어냈다. 이 행동을 본 최나연은 경기위원에게 이의를 제기했고, 경기위원은 비디오 판독 후 3홀이 지나서 유소연에게 골프규칙 18조 1항을 적용, 2벌타를 부과했다.
유소연의 경우로 보면 샷한 볼이 워터해저드 또는 그 주변 러프에 떨어진 경우 그 어느 것에도 접촉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현행 골프규칙은 워터해저드 안에서 고정되지 않고 생장하지 않은 죽은 풀이나 나무의 잔가지 등의 자연물인 루스 임페디먼트를 제거하거나 접촉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2벌 타를 받은 것이다.
유소연은 벌 타를 받은 뒤 또 다시 한번 애매한 상황이 벌어졌다. 유소연은 해저드 선상에 놓인 공을 치기 위해 어드레스를 했다. 이때 클럽 헤드로 공 뒤의 풀을 누르는 장면이 보였다. 아마추어 골퍼들은 공이 해저드 안에 떨어져 있는 경우 절대로 클럽 헤드를 댈 수 없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잘못된 상식이다. 골프규칙 13조 4항에선 해저드 안에 있는 공을 치기 위해서 클럽 헤드를 지면(땅)에 대면 안 된다고 되어 있다. 즉, 잔디와 같은 풀은 어느 정도까지 마찰이 있어도 인정된다. 단, 클럽 헤드로 잔디를 꾹 눌러 지면에 닿지 않아야 한다. 라이를 개선하려는 고의성이 있어서도 안 된다. 따라서 클럽 헤드로 잔디를 살짝 누른 유소연의 행동은 규칙에 어긋나지 않는다.
1mm도 움직이지 마!
골프대회에서마다 ‘저절로 움직인 볼’을 둘러싼 논란이 잦다. 플레이어가 어드레스를 하지 않았다면 볼이 저절로 움직여도 벌타 없이 볼이 움직여 놓인 자리에서 플레이하면 된다. 문제는 벌 타를 받을 수 있는 어드레스 자세를 어떻게 판단하느냐는 것이다. 골프규칙은 스탠스를 취한 뒤 클럽을 볼 뒤 바닥에 놓았을 때를 어드레스 자세로 규정하고 있다.
지난 5월 웹 심슨은 PGA투어 웰스파고 챔피언십 4라운드 경기 중 18번 홀에서 자신의 볼이 저절로 움직이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미 그 전주에 취리히 클래식에서 한타 차 선두인 웹 심슨이 볼이 움직이는 바람에 벌 타를 받아 버바 왓슨과 동타가 되어 연장서 패배한 사건이 있었기에 놀랄 만도 했다. 당시 웹 심슨은 어드레스라고 보일만 한 정확한 어드레스 동작은 취하지 않았으나 볼 뒤 바닥에 퍼터 헤드가 닿는 바람에 어드레스 자세로 인정돼 벌 타를 받은 것이다. 루카스 글로버 역시 그린 위 볼에 다가가 어드레스를 하려는 순간 볼이 살짝 움직였다. 글로버는 바로 룰 담당자를 불러 문의했고, 담당자는 어드레스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볼이 움직였으므로 벌타 없이 그대로 치면 된다는 판정을 내렸다. 벌 타를 받지 않은 글로버는 조너선 버드와 동타를 이뤄 연장선에 나가 승리를 거머쥐었다. 만약 벌 타를 받았다면 우승컵은 조너선 버드에게 안길 뻔 했던 것이다.
KPGA투어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는 장타자 김대현은 볼이 움직이는 바람에 벌타의 희생자가 됐다. 그는 14번 홀 그린에서 볼이 저절로 움직이는 바람에 1벌타를 받고 더블보기로 홀아웃하는 최악의 상황을 겪었다. 박인비 역시 지난해 일본여자프로골프 PRGR 레이디스컵에서 1타차 1위로 경기를 끝냈지만 1번홀 2벌타를 받아 우승을 반납해야 했다. 50cm 정도의 퍼팅을 하기 위해 어드레스를 하려는 순간 볼이 후방으로 살짝 움직였기 때문이다. 경기위원회는 박인비가 연습 스트로크를 한 뒤 두 차례 퍼터헤드를 지면에 댔으며 이것이 볼의 움직임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정했다. 규칙 18조는 ‘플레이어 또는 캐디가 볼을 움직이거나 움직이게 한 경우 1벌타를 받고 볼을 원래 자리에 놓지 않으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박인비는 볼이 움직인데 대해 1타, 그리고 리플레이스 하지 않은 것에 대해 1타 등 2벌타를 받았다. 골프규칙 2장에는 플레이어가 스탠스를 취하고 클럽을 땅에 댔을 때 어드레스한 것으로 규정돼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볼이 중력이나 바람에 의해 저절로 움직이는 것에 대한 벌타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선수의 실수나 고의가 없는데도 공이 움직였을 때 벌타를 주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불합리를 인정한 PGA와 R&A(영국왕립골프협회)는 공동으로 이 규정을 개정해 선수의 실수나 고의가 없이 바람이나 중력에 의해 볼이 움직였을 경우 벌타를 주지 않도록 하자는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시보자 ‘내클럽
‘꽃미남’ 골퍼 홍순상은 다른 선수의 캐디가 저지른 실수로 컷탈락을 당하는 불운을 겪었다. 홍순상은 지난 5월 열린 ‘GS칼텍스 매경오픈’ 2라운드에서 총 15개의 클럽을 가지고 경기에 나서 2벌타를 받았다. 홍순상이 어긴 규정은 골프 룰 4조 4항으로 ‘골프백 속 클럽 수는 14개를 넘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사건의 요점은 홍순상은 1번 홀에서 티샷을 치고 페어웨이에서 두 번째 샷을 준비하던 중 자신의 캐디백에서 낯선 퍼터 하나를 발견했다. 홍순상은 이 사실을 경기위원에게 즉시 알렸고 2벌타를 받아 중간합계 3오버파 147타를 기록했다. 이번 대회 컷오프 기준인 1오버파 145타를 넘지 못한 홍순상은 예선 탈락했다.
클럽을 오버해서 경기에 임한 선수는 강욱순에게서도 일어났다. 강욱순은 지난 2009년 SK텔레콤오픈에서 규정클럽수보다 많은 클럽을 갖고 플레이하다 4벌 타를 받았다. 강욱순은 나중에야 골프백에 못 보던 클럽이 들어있어 자진신고를 했지만 이미 4홀을 치렀기 때문에 1홀당 1벌타씩 4벌타를 받았다. 그대로 라운드를 마쳤다면 실격이 될 뻔했다.
한편 앤서니 김은 지난 2008년 HSBC 챔피언십 대회 도중 샷이 마음대로 안 되자 들고 있던 드라이버로 땅을 친 뒤 이동했다. 이때 클럽헤드가 변형이 되었으나 이를 모르고 경기하다 경기위원에게 알린 뒤 실격됐다. 정상적인 플레이가 아닌 상황에서 클럽이 변형됐을 경우 이 클럽은 사용할 수 없다.
올해도 많은 선수들이 룰 때문에 울고 웃었다. 실수는 피말리는 승부에 몰입하느라 사소한 부분을 놓친 데서 비롯됐다. 룰 적용의 희생양이 된 선수는 눈물을 흘려야 했지만 규칙은 골프경기의 중요한 부분이다. 심판이 없어 더욱 엄격한 골프에서는 ‘아는 게 임’이다.
선수들이 굿샷을 치기 전에 룰을 정확히 알아야 되는 것이 우선일 아닐까 생각해본다.
자매사 : 골프먼스리코리아 www.golfmonthly.co.kr / 02-823-8397
골프데일리(http://www.golfdaily.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기사제공 산업일보 제휴사 골프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