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원숭이가 자기보다 100배 이상 무거운 코끼리가 탄 그네를 밀 수 있을까? 자연에서 흔히 일어나는 공명현상*을 이용하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국내 연구진이 작은 나침반을 움직이는 정도의 극히 미약한 지구표면의 지자기장 세기로도 스핀소용돌이* 회전운동의 진폭을 증가시킬 수 있음을 밝혀냈다.
공명현상을 이용해 한번 충전하면 오래가는 저전력, 고효율의 스핀정보소자로의 응용가능성을 제시한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대 재료공학부 김상국 교수가 유영상 박사, 한동수 연구원 및 로렌스버클리 국립연구소 피터박사와 함께 수행한 이번 연구는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이주호)와 한국연구재단(이사장 이승종)이 추진하는 리더연구자지원사업(창의적연구)의 지원으로 수행됐고, 네이처 자매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2월 18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전자의 흐름을 제어하는 CMOS(Complementary Metal?Oxide?Semi-conductor) 방식의 기존 반도체 소자는 집적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전하 누수나 과도한 열이 발생한다.
그 대안으로 열적 안정성이 높고 반영구적으로 정보를 기록하고 전달할 수 있는 스핀을 매개로 하는 신개념의 정보처리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나노자성체에서 개개의 스핀들이 만들어내는 특이배열인 스핀소용돌이 구조의 회전운동을 이용한 스핀정보소자* 연구가 활발하다.
하지만 스핀소용돌이 회전운동을 이용한 정보신호 발생 및 처리를 위해서는 저전력으로 충분히 큰 정보신호를 발생시키고 증폭하는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김 교수 연구팀은 결맞은 자기펄스*를 주기적으로 가해 공명현상을 일으킴으로써 매우 적은 전력으로 스핀소용돌이 핵의 회전운동을 자극하고 신호를 증폭시킬 수 있음을 규명해냈다.
연구팀은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나노점(nano dot)에 수 Oe 크기(극히 미약한 지자기* 세기인 0.5 Oe)의 자기장 펄스를 주기적으로 가해 스핀소용돌이 회전운동의 진폭이 증가되는 조건을 찾아냈다.
X-선 현미경을 이용해 유도된 스핀소용돌이를 직접 관찰한 결과 스핀소용돌이 핵의 회전운동(수백㎒~1㎓) 진폭이 약 4배 가량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 이를 응용하면 저전력으로 고효율의 정보신호를 발생시킬 수 있게 된다.
김 교수는“리더연구자지원사업의 지속적인 지원으로 10년 이상 스핀소용돌이 동역학 기초연구에만 주력할 수 있었고 그 결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연구성과를 얻게 돼 매우 기쁘다”면서“또한 학생들을 석사 때부터 가르쳐 한국의 자성연구를 이끌어 갈 차세대 글로벌 인재로 양성해 배출할 수 있어 교수로서 매우 보람되고 행복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