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성빔을 이용한 원자층 식각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과학기술부가 추진중인 테라급 나노소자개발사업단 염근영 성균관대학교 연구팀이 그 주인공이다.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식각 후의 손상 및 정확한 공정 속도의 조절, 대면적화 등 기존 방식에 비해 월등히 향상된 결과를 보여주는 획기적인 식각법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식각이란
하나의 반도체가 완성되기 위해서는 여러 단계의 공정을 거친다. 먼저 실리콘 용융액과 시드 결정을 반죽해 회전시키면 단결정규소봉이 형성된다. 방앗간에서 가래떡을 뽑는 것을 상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 규소봉을 떡국용 떡을 썰 듯 균일한 두께로 자르는데 이때 만들어진 얇은 막을 웨이퍼라고 부른다. 이 웨이퍼의 한쪽면을 거울처럼 매끄럽게 깎아 회로패턴을 스케치하고 그 위에 산화막 만들기, 감광액 바르기, 사진 찍기, 현상 하기 등의 공정이 이어진다. 그후 진행되는 것이 바로 식각이다.
식각이란 앞서 스케치한 회로패턴을 형성시키기 위해 웨이퍼 위에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하는 일종의 조각과 같은 공정이다. 식각 방법에는 화학용액을 사용하는 습식 식각과 가스나 플라즈마, 이온 빔 등을 이용한 건식 식각이 있다. 이때 정교함을 요하는 미세한 선폭의 식각에는 플라즈마가 사용된다. 플라즈마란 준 중성 상태에 있는 이온화된 가스를 말하는데 식각할 때 이온이 웨이퍼 표면에 전기적인 손상을 입히는 단점이 있다. 또한 공정시 이온이 전기장에 의해 가속됨에 따라 물리적 손상도 동반된다. 하지만 이전의 반도체 제작 공정에서는 이러한 전기적, 물리적 손상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기존 식각 방법의 문제점
최근 나노 미터급의 초소형 반도체 개발 추세에 따라 웨이퍼 손상의 문제가 큰 현안으로 떠올랐다. 나노미터 스케일의 반도체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단일 원자층 수준의 손상 정도만 허용된다. 또한 단일 원자층 수준의 식각 깊이 조절이 필수적이다. 단일 원자층이란 액체나 고체의 표면에 용해, 흡착된 분자가 한 층만 배열된 것을 말한다. 이때 막의 두께는 단일 분자의 크기로 매우 얇게 나타난다. 이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1990년대 초반부터 원자층 식각 공정 기술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왔으며 현재 일부에서 제한적으로 적용을 시도하고 있는 수준이다.
차세대 나노미터급 반도체 제작에서 요구되는 원자층 식각은 반응석 가스의 주입ㆍ표면 흡착, 반응물 탈착, 반응물 및 잉여 가스 배기 등의 3단계의 순서로 이루어 진다. 이때 사용되는 가스로는 주로 염소, 불소와 같은 할로겐족이 주가 된다. 하지만 불소를 반응성 가스로 사용할 경우 실리콘과의 자발적 반응을 억제하기 위해 식각 물질의 온도를 -160도 이하로 낮추어야 하는 문제점이 있어 대부분 원자층 식각에는 염소가 쓰인다.
피식각 물질이 상온에서 반응성 가스에 노출될 경우 랭뮤어등온식 흡착에 의해 단일 원자층 이상은 흡착되지 않는다. 단일 원자층이 흡착된 피식각물의 최외각 표면층은 가스와의 결합으로 인해 전하가 이동하게 된다. 이는 결과적으로 흡착되지 않은 나머지 피식각물의 원자간 결합을 약하게 만든다. 때문에 반응성 가스가 흡착된 표면에 이온빔이나 엑시머 레이저(Eximer Laser)와 같은 별도의 에너지를 인가해 피식각물의 하부층을 끊어 지게 만든다. 결국 반응성 가스의 흡착과 외부 에너지의 유입을 통해 흡착층의 제거가 이루어지면서 한 사이클의 공정이 이루어지고 원자층 단위의 식각 공정이 완료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개발된 원자층 식각 공정 기술은 반응성 가스가 흡착된 피식각물의 표면을 탈착시키기 위해 플라즈마원을 그대로 사용하거나 엑시머 레이저 또는 급속 고온 방법이 사용됐다. 플라즈마원을 그대로 사용하면 플라즈마 내에 존재하는 전하 입자에 의해 공정 후 발생하는 전기적 손상과 웨이퍼의 온도가 높아질 경우 이어지는 열적 파손을 피할 수 없었다. 또한 엑시머 레이저를 이용할 경우 전기적, 열적 손상은 피할 수 있지만 300mm 웨이퍼에 적용하기 위한 대면적화 공정에는 한계가 있었다. 때문에 앞서 이야기한 전기적, 물리적 손상의 최소화와 함께 대면적화를 이룰 수 있는 식각 방식의 개발이 반도체 업계의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중성빔 원자층 식각의 원리 및 특성
이상의 문제점을 고찰한 결과 원자층 식각이 실제 나노미터급 반도체소자 공정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식각 후 발생되는 전기적, 물리적 손상이 없어야 하고 대면적화가 가능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위해 중성빔을 이용해 에너지를 매우 낮은 수치로 조절하는 기술이 필요했다.
테라급나노소자개발사업단의 성균관대학교 플라즈마 장치 및 공정 연구팀에서는 2000년부터 대면적화가 용이한 중성빔 소오스를 개발중이며 이를 이용한 원자층 식각 기술을 확보했다. 중성빔이란 이온화된 가스가 존재하지 않아 중성의 전하만을 띄게 되는 분해된 가스를 말한다. 가스는 분해, 이온화 될 때 화학적으로 불안정한 상태가 되면서 높은 화학 반응성을 갖게 된다. 기존의 플라즈마 식각에 사용된 입자는 이러한 이온화된 가스와 전하를 띄지 않는 분해된 가스였다는 점에서 중성빔과 차이점을 갖는다.
<그림2>은 원자층 식각의 주요 인자인 염소 가스의 압력과 중성빔의 조사량 변화에 따른 실리콘 식각 속도(Etch Rate)와 표면 거칠기(RMS Roughness) 변화를 나타낸 것이다. <그림2>에서와 같이 충분한 양의 염소 가스와 중성빔이 주어질 경우 식각 속도는 실리콘의 결정 방향에 따라 각각의 단일 원자층에 해당하는 빠르기를 갖는다.
신기술 기대효과 및 의의
이 신기술을 이용하면 일정한 원자층 단위의 정확한 실리콘의 식각 속도와 깊이를 조절할 수 있다. 또한 식각 공정 후 발생되는 표면 거칠기도 원자층 단위 내로 낮출 수 있다. 이번에 세계 최초로 개발된 ‘중성빔을 이용한 원자층 식각 공정’은 식각 후 손상 및 정확한 공정 속도의 조절, 그리고 대면적화 등 기존의 문제들을 현저히 줄여 나갈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이라고 과기부는 평가했다.
중성빔을 이용한 원자층 식각 기술은 신개념의 식각 기술로 2010년경 상용화 될 경우 4,000억원 이상의 수입 대체 효과 및 수출 등의 경제적 파급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 된다고 과기부는 전했다. 전세계 차세대 반도체 식각 장비 시장은 2005년 2조원 규모로 성장했지만 우리나라는 국내 반도체 식각 장비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고 과기부는 밝혔다.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나노미터급 반도체소자의 제작 뿐만 아니라, 원자층 수준의 식각 깊이 및 손상 정도의 제어가 필요한 양자점 또는 양자선 등의 제작 및 식각 후 손상에 매우 민감한 HEMT(고전자 이동도 트랜지스터)소자, 그리고 정확한 식각 재현성을 필요로 하는 FinFET(3차원 구조의 트렌지스터핀)소자 등에 적용이 가능하다고 과기부는 덧붙였다.
한편 이번 개발의 책임자인 염근영 교수는 “중성빔을 이용한 원자층 식각 공정 개발의 성공은 차세대 나노소자 개발에 없어서는 안 될 원자 단위의 식각 깊이 조절에 대한 원천 특허를 획득했다는데 의의가 크고 반도체 장비 및 공정의 국산화와 차세대 반도체 산업에서 기술적 리더십을 확보하는 큰 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Electrochemical and Solide-State Letters』 9월호를 비롯해 총 3편이 SCI(섹계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 논문에 소개됐다. 또 이 기술과 관련해 국내와 미국에서 2건의 특허를 등록했다.
자료제공 : 테라급나노소자개발사업단 염근영 성균관대학교 연구팀
정리 : 미디어다아라 전은경 기자(miin486@daar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