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사건 사실상 무죄 판결
징역3년·집유 5년…에버랜드 사건 등 핵심 혐의 대부분 무죄
이건희 삼성그룹 전 회장이 집행유예를 선고받는 등 삼성특검이 기소한 삼성의 전현직 임직원 8명이 모두 ‘무죄’ 또는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핵심 쟁점이었던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발행 사건과 삼성 SDS 신주 인수권부 사채발행 사건에 대한 무죄 결정에 따른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 민병훈 재판장은 16일 오후 열린 삼성 특검 사건의 1심 선고 공판에서 이 전 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과 벌금 1100억원을 선고했다.
또 이학수 전 부회장에 대해서는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5년, 벌금 740억원, 김인주 전 사장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740억원, 최광해 전 사장에 대해서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400억원을 각각 선고했다.
이밖에 현명관, 유석렬 씨에 대해서는 무죄를, 김홍기, 박주원씨에 대해서는 각각 무죄 또는 공소시효가 지난 면소를 선고했다.
▶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발행 사건 무죄
이건희 전 회장 등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된 것은 이번 특검 사건의 핵심 쟁점이었던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발행 사건과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헐값 발행 사건에 대해 무죄 또는 면소 판정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특검은 앞서 에버랜드가 전환사채를 헐값으로 발행했고 이를 인수할 권리가 있는 중앙일보 등 삼성 계열사들이 인수권을 포기해 결국 이재용가 인수권을 획득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우선 사채발행을 위한 주주통지절차와 이사회결의 등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또 헐값 발행이 됐다면 손해를 본 곳은 에버랜드라기보다는 삼성 계열사들이라”며 삼성 계열사에 대해서는 공소 자체가 제기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삼성 SDS 전환사채 헐값 발행 사건에 대해서는 일부 회사 손해를 인정했지만 공소시효가 지난 것으로 판단했다.
특검은 지난 1999년 발행된 삼성SDS 전환 사채의 적정가가 5만5천원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자체적인 조사 결과에 따라, 적정한 전환사채 가격을 8천원 정도로 추정했다. 결국 회사의 손해액이 불과 30~40억에 불과하다고 본 것이다.
손해액이 50억에 미치지 않은 배임죄는 공소시효가 5년에 그쳐, 삼성SDS 사건에 대한 배임죄는 면소 처리됐다.
▶ 조세 포탈만 일부 유죄
차명계좌를 통한 양도소득세 포탈은 유죄로 인정됐지만, 전체 차명계좌 거래가 아닌 2003년 이후에 취득 양도한 주식에 대해서만 유죄로 인정됐다.
1998년 이전에는 상장주식의 양도소득에 대한 과세 규정이 신설되기 전이며 2001년과 2002년 거래분은 공소시효(5년)가 지났다고 봤다.
또 대주주로서 증권보유 내역을 신고하지 않은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유죄가 인정됐다. 그러나 이 부분은 당초 재판과정에서 삼성 측이 유죄를 인정했으며, 재판부도 ”법정형이 낮은 범죄로 양형에 크게 참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 삼성 ”다행“…경제개혁연대 ”역사에 부끄러운 판결“
이건희 전 회장은 재판을 받고 나온 뒤 ”결과를 예상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예상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어 이 전 회장은 이날 집행유예 판결에 만족하느냐는 질문에 ”예상할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느냐“라며 ”그동안 국민과 기자들에게 폐를 많이 끼쳐 죄송하다“고 말했다.
또 삼성 변호인단의 이완수 변호사는 ”“법정에서 피고인들과 변호인의 의견이 충분히 개진됐고 재판부가 그 입장을 많이 받아들여 다행”이라며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경제개혁연대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실망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경제개혁 연대 김상조 소장은 재판이 끝난 뒤 기자간담회를 갖고 “재벌의 과거에 대한 책임과 단절된 이번 판결은 역사적으로 매우 부끄러운 것이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특검 측도 판결 결과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조준웅 특검은 “말도 안되는 판결”이라며 “당연히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 특검은 특히 재판부가 각각 무죄와 면소 판단을 내린 것을 지적하며 “무죄나 면소를 한 게 무슨 소린 지 모르겠다. 판결이유를 정확히 확인해 봐야 겠다”면서도 “판결 이유를 납득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삼성특검팀은 이날 오후 판결 결과를 조목조목 반박하고 향후 계획을 밝힐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