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플랜트시장은 2003년부터 고도 성장기에 접어들었다. ENR(Engineering News Report)에서 매년 발표하는 세계 223대 건설기업의 매출액을 기준으로 세계 건설시장의 규모를 추산해 보면, 2002년 1천138억불이었던 시장규모가 2006년 2천243억불로 97% 증가했다. 중동시장의 규모는 2002년 97억불로 전체 시장에서의 비중이 9.6%에 불과했으나, 2006년에는 414억불을 기록해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8.4%로 증가했다.
공정별로는 석유화학, 발전, 수처리 등을 비롯한 플랜트 시장 규모가 2006년 881억불로, 2005년(686억불)보다 28% 증가하는 등 급격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중국을 비롯한 브릭스(BRICs) 국가들의 고도 성장에 따른 과잉 유동성, 고유가 지속에 따른 산유국의 석유개발 설비 발주 증가, 그리고 아시아 및 아프리카 지역의 개발 붐 때문이다. 이러한 호황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기계수출 확대로 이어져
플랜트산업은 정유 설비, 발전소, 석유 시추 설비 등 거대한 자본재를 건설하는 산업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단순히 기계를 설치하는 것뿐만 아니라 프로젝트의 사업성을 검토하고, 금융을 주선하며, 사후 운영을 위한 기술적인 책임까지 포괄하는 것으로 그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즉, 플랜트산업은 컨설팅 등 서비스, 제조기술, 복합금융 등을 융합한 고부가가치 산업인 것이다. 통상적으로는 발전소, 정유공장, 석유화학설비, 제철소 등과 같은 산업기반시설을 의미하나, 종이컵제조 플랜트와 같은 생필품 제조공장도 이에 포함된다.
플랜트는 다수의 생산요소를 결합, 패키지화한 형태로 제공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계약자가 단순 시공만을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설계 및 엔지니어링(Engineering), 기자재·장비 등의 하드웨어 설치(Procurement), 건설시공(Construction)을 일괄제공(Turn-Key)하는 방식으로 사업이 이루어진다. 따라서 타 산업과의 연관 효과가 높고 산업구조 고도화에 크게 기여한다.
일반 건설업은 전체 원가 중 시공과 관련한 원가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나, 플랜트 건설에서는 기자재 구매 원가가 50~60%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건설 공사비 부문이 25%, 설계비와 시운전비가 10~15%를 차지한다. 따라서 플랜트 공급시 대규모의 기자재 공급이 수반돼, 일반 건설업에서는 기자재 공급자가 설계 시공에 거의 관여하지 않으나 플랜트 산업에서는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게 된다.
플랜트산업 연평균 20% 성장
세계 플랜트 시장은 지난 2003년, 2004년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중동시장에서의 프로젝트 발주 및 유럽시장의 급성장에 따라 연평균 20% 이상 성장했다.
이와 같은 시장 호황의 중심에는 무엇보다 중동지역에서의 잇따른 대형 프로젝트 발주가 있다. 최근 몇 년간 지속된 고유가의 지속으로 재정수입이 축적된 중동국가들은 과거의 유가상승 시가와는 달리 원유의존도를 낮추고, 산업구조를 다각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유, 가스처리, 석유화학 등 산업설비와 담수, 발전 등 기반시설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유가상승이 중국, 인도 등의 경제성장에 따른 수요 증대에 기인한 측면이 크고, 이러한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어 향후 중동경제의 호황이 지속될 가능성은 더욱 높다.
산유국들이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개발 분야는 석유화학, 석유 및 가스, 발전, 담수 등이다. 석유화학은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쿠웨이트 등이 생산능력을 두 배 이상 늘린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석유의 경우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생산능력을 40% 정도 늘릴 계획이며, 쿠웨이트는 70억달러가 소요될 ‘Project Kuwait’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가스의 경우는 이란이 세계 최대 가스전인 South Pars 가스전을 개발하고 있으며, GCC(걸프협력위원회) 국가들의 합작사업인 Dolphin Project 운영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국내 건설업체들이 주력하고 있는 중동지역에서의 국가별 시장점유율 구성을 보면, 유럽,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초대형 기업들이 전체 시장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세계 플랜트 시장에서는 선진 엔지니어링 기업들의 시장점유율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시장 과점화 현상은 프로젝트의 대형화 추세, 유럽과 미국기업들의 활발한 인수합병에 따른 기업 대형화 움직임 등이 가속화되면서 시장을 주도하는 소수 기업들에 의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선진 엔지니어링 기업에 의한 과점화는 LNG 플랜트 등과 같은 가스처리 분야에서 선진기업들의 기술력 독점도 한 원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이러한 추세는 최근 시장의 확대로 한국, 중국 기업들의 시장점유율이 증가하면서 다소 완화되기는 했으나, 선진 기업간 인수합병, 발주 프로젝트의 대형화, 단위당 발주금액이 큰 LNG, GTL(Gas To Liquids)플랜트 부문에서의 선진기업들의 기술독점 등을 감안할 때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GCC 6개국 30여년간 공업화 추진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UAE, 카타르, 바레인, 오만 등 걸프지역 6개 산유국 협력체인 GCC는 1980년대 초 이후 에너지와 자본 투입 중심의 공업화 전략을 추진해 석유화학, 정유, 철강, 알루미늄 등의 산업을 집중 육성해 왔다.
이에 이란, 알제리, 이집트, 리비아 등 다른 주요 국가들은 1960~1970년대에 수입대체를 목적으로 중화학공업에 집중 투자했으나, 국가독점체제와 세계 경제와의 고립 등에 따라 성과가 좋지 않았다. 최근에는 석유화학 등을 수출산업으로 적극 육성하고 있다.
중동 산유국들은 우선 석유산업의 지속적인 경쟁 우위 확보를 위해 신규 유전 및 가스전 개발, 정유시설 확장 등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사우디는 2006년 현재 1천100만배럴 수준인 산유량을 1천500만배럴로 확대했으며, 이란은 2020년까지 390만배럴에서 700만배럴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또한 세계 시장을 겨냥한 제조업 분야의 가장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석유화학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중동 산유국의 에틸렌 생산능력은 지난 2002년 세계 전체의 7.5%에서 2008년에는 13.5%를 늘어났다.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등의 건설자재산업은 1970년대 이후 중동의 건설붐에 따라 수입대체를 목적으로 육성됐으며, 이에 따라 대규모 시설 확장이 추진되고 있다.
이밖에 냉방시설 가동과 수자원 부족으로 전력과 담수 부문의 개발 수요가 크게 발생하고 있다. GCC 산유국들은 발전, 담수시설 확충을 위해 외국인투자와 민간자본 위주의 IWPP사업을 권장하고 있다.
쿠웨이트, 한국업체 약진 활발
지난 2005년의 쿠웨이트는 한국 건설업체가 해외에서 수주한 국가 중 금액대비로 가장 선두에 올라서는 국가가 됐다. 중동 플랜트 특수를 맞이해 SK건설, 현대건설, GS건설, 대림산업, 현대중공업 및 두산중공업 등 한국업체들의 약진이 제일 활발한 곳이다.
‘실크시티’는 쿠웨이트 수도 쿠웨이트시티와 36㎞의 다리로 연결되며, 이 다리를 따라 인공섬 2곳이 건설된다. 송도국제도시 면적의 4배에 달하는 이 신도시에는 상업도시, 휴양도시, 자유무역도시, 문화도시, 생태도시, 영화도시, 산업도시, 교육도시, 의료도시, 주거단지 등이 들어서게 된다.
UAE 아부다비, 세금없이 지사형태 운영
아부다비는 UAE의 수도로서, 도로, 통신, 의료, 금융 등의 모든 인프라가 잘 갖춰진 현대적인 곳이며, UAE의 석유화학 프로젝트가 대량으로 발주되는 곳이기도 하다. 다른 중동 국가와는 다르게 아부다비는 법인세 및 개인소득세가 전혀 없는 곳이며, 지사형태라도 자유롭게 엔지니어링센터의 운영이 가능하며 현지법인 설립도 쉽다.
아부다비 엔지니어링센터의 선두주자는 프랑스의 Technip이다. Technip의 아부다비 엔지니어링센터는 지사형태로 1천명의 인원을 고용하고 있으며, 아부다비의 대학과도 연계해 산학협력 및 교육훈련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아부다비에서는 중견 엔지니어링 업체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기본설계와 프로젝트 관리용역을 주로 하는 네덜란드의 Tebodin과 미국의 VECO는 EPC업체가 하기 어려운 틈새시장에서 호황을 맞고 있다.
영국의 Mott MacDonald는 두바이와 아부다비에 400명의 엔지니어링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석유, 가스, 전력 등의 기본설계와 프로젝트 관리용역을 제공하는 중동의 지역본부 역할을 하고 있다.
아울러, 한국 업체가 아부다비에 엔지니어링센터를 설립함으로써, 본사 엔지니어링 인력의 능력을 증대시킴은 물론, 중동지역 대형 EPC프로젝트의 지속적인 수주에도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카타르, 시계 가스산업의 중심지
카타르는 세계 가스산업의 중심지가 되면서 알려지기 시작한다. 세계 가스 매장량의 15%를 차지하고 있으며, 세계 가스산업의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카타르는 세계 최대의 가스매장량을 바탕으로 1993년부터 LNG 공장건설을 시작했으며, LNG 최대 수출국뿐만 아니라 이 분야 세계유수 EPC업체들의 가장 큰 시장이 됐다.
카타르는 또한 청정에너지로 각광받는 GTL산업의 선구자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는 엑슨모빌, 코노코필립스, 마라톤, 셰브론 등 세계의 메이저급 기업들이 투자하는 총 4개의 GTL공장이 계획됐다.
한편, 한국은 카타르에서 LNG를 대량 수입하는 국가인 만큼, 한국업체들의 카타르 진출은 활발한 편이다. 지난 1998년에 LG건설은 독일의 루르기(Lurgi)와 컨소시엄으로 NODCO정유공장 건설을 수주해 성공리에 완공했으며, 한국업체로는 가장 좋은 지명도를 유지하고 있다. LNG와 GTL프로젝트를 제외한 정유공장 및 석유화학시설 프로젝트에 한해서 한국업체들의 참여가 많다.
해외건설 수주의 90% 중동 아시아
국내 플랜트 엔지니어링 기업들의 해외 플랜트 수주 실적을 살펴보면, 2003년 25억불에 불과했던 수주금액이 2007년에는 252억불로 증가했으며, 올해 3월 현재 55억불을 초과하는 등 호조를 보이고 있다. 2007년 기준으로 전체 해외건설 수주의 63%를 플랜트 공사가 차지하고 있으며, 지역적으로는 전체 해외건설 수주의 90%를 중동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의 수주가 차지하고 있다.
이는 전세계적인 자원확보 경쟁심화, 중동지역에서의 정유 및 가스처리, 석유화학 플랜트 중심의 발주 급증, 브릭스 국가에서의 자국내 산업성장을 위한 플랜트 건설 증가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플랜트 시장은 소주의 선진 기업에 의해 독점되고 있는 시장으로 원천기술의 확보 여부에 따라 수주경쟁력이 결정된다.
GS건설은 2002~2003년 해외공사 진행물량이 감소함에 따라 해외공사수입이 감소했으나, 2002년 수주한 이란 South Pars Phase 9-10 Project 등 대규모 해외 프로젝트의 본격적인 진행으로 해외 매출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
주력 시장인 중동지역의 수주환경 개선과 과거 LG그룹 계열사 발주 해외 석유화학 플랜트 공사경험, LG상사의 네트워크 활용 등을 토대로 플랜트 수주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고유가 지속 전망과 함께 중동지역의 석유정제 수요 증가로 정유플랜트 발주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GS건설이 동 분야에 강점을 보이고 있는 만큼 당분간 수주 증가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SK건설은 다년간 계열회사에서 발주한 석유화학 플랜트를 건설하면서 시공경험 및 기술력을 축적했다. 이를 바탕으로 1990년대 말 멕시코 국영 석유회사로부터 까데레이타 정유플랜트 공사, 마데로 정유플랜트 공사를 수주했으나, 잦은 설계변경에 따른 공기 지연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기도 했다.
이후 해외 플랜트 수주에 보수적으로 접근해 2004년까지는 수주가 부진했으나, 2005년 Kuwait Oil Company 발주 대규모 정유플랜트 증설 프로젝트 수주를 계기로 해외 플랜트 수주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 SK건설은 특히, 중동지역의 쿠웨이트를 중심으로 당분간 수주물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해외수주 사상최대…가스 발전분야로 확대 필요
삼성엔지니어링은 다른 종합건설업체와는 달리 플랜트 엔지니어링 전문업체다. 주로 중동지역과 아시아지역을 기반으로 석유화학플랜트에 주력하고 있으며, 에틸렌 프로젝트에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중동지역의 에틸렌 프로젝트는 선진 엔지니어링 기업들에 의한 진입장벽이 형성돼 있는 분야로, 국내 업체로는 유일하게 삼성엔지니어링만이 에틸렌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주력 시장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플랜트 수주가 증가하고 있다.
타 기업에 비해 해외건설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현대건설은 공종 면에서도 플랜트에 집중돼 있지 않고 일반 건축, 토목 공종도 다수 영위하고 있다.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이 엔지니어링 부문을 보완하고 있으며, 발전플랜트, 가스플랜트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리비아에서 화력발전소 건설공사, 카타르에서 국내 최초로 GTL가스처리 플랜트를 수주했다.
해외 플랜트 수주가 사상최대의 실적을 기록했다고 하나, 아직까지 전세계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미미한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의 호황이 중동지역의 대규모 투자에 따른 발주 증가에 기인한 것임을 감안한다면, 이 지역의 경기변동에 따라 수주액이 큰 폭으로 변동할 위험도 존재한다.
또한, 고부가가치 분야에서는 원천기술 부족으로 선진기업에 뒤지고 있고 노동집약적 분야에서는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 인도, 터키 업체에 비해 원가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수익성 면에서도 최근의 원자재가 상승, 환율변동에 따라 향후 수익성이 저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한국 산업의 성장을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하는 플랜트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원천기술 확보와 전문인력 육성, 연구개발에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정유, 석유화학플랜트 위주의 사업을 벗어나 가스플랜트 등 다양한 플랜트 공종으로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제조업과 금융·서비스업을 망라하는 미래의 복합산업이며, 전후방 효과가 탁월한 플랜트산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