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휴스터니언 골프장(파72·6650야드)에서는 LPGA투어 시즌 마지막 대회인 LPGA 투어챔피언십이 열렸다. 올해의 선수상이라는 명예를 차지하기 위한 숨 막히는 공방전이 벌어진 가운데 오초아와 신지애가 최종 라운드에서 격돌했다.
초반 기선을 제압한 쪽은 오초아였다. 전날 라운드에서 부진하면서 신지애에게 1타 뒤진 채 마지막 라운드에 나선 오초아는 1번 홀부터 3연속 버디를 잡으며 기분 좋은 출발을 보였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안나노르드비스크(스웨덴)가 8번 홀부터 5연속 버디를 잡으며 오초아를 2타차 2위로 밀어내면서 신지애와 오초아의 처지는 바뀌었다. 오초아가 준우승한다면 신지애는 6위만 해도 올해의 선수상 수상이 가능한 상황이었고, 때마침 신지애는 11번 홀에서 버디를 잡으며 공동 5·6위권을 유지하자 오초아의 표정에선 초조함이 묻어났다.
11번 홀, 오초아의 티샷이 왼쪽으로 감겨 벙커에 빠졌고, 두 번째 샷이 다시 벙커에 빠졌을 때만 해도 행운의 여신은 신지애를 향해 웃고 있었다. 오초아가 세 번째 샷을 그린에 올렸지만 홀까지 거리가 만만치 않았고, 더블보기를 기록한다면 공동 4위로 밀려 올해의 선수상은 신지애의 차지였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이었던가. 오초아는 3m짜리 보기 퍼트를 성공하며 승부를 이어갔고, 신지애가 올해의 선수가 되기 위해선 18번 홀에서 버디를 잡아 다시 공동 5위로 도약하는 수밖에 없었다. 버디가 꼭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그녀의 두 번째 샷은 그린에 못 미쳤다. 신지애는 세 번째 샷이 바로 홀로 빨려드는 장면을 머릿속에 그리며 칩인버디를 시도했지만 똑바로 굴러가던 공은 홀컵을 한 뼘 정도 비켜가고 말았다. 신지애는 눈을 감은 채 고개를 뒤로 젖혔고, 그녀의 샷을 지켜보던 오초아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이로써 끝까지 결과를 예측할 수 없었던 올해의 선수상은 오초아에게 돌아갔다.
*쉽지 않았던 2009
2004년 LPGA투어 첫 대회에서 우승한 오초아는 메이저대회 중 3개 대회에서 TOP 10에 오르며 당시 최강 아니카 소렌스탐의 아성에 도전할 가장 유력한 후보임을 전 세계에 알렸다.
이후, 2006년은 오초아가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낸 시기이다. 6번의 우승과 6번의 준우승을 거두며 상금랭킹 1위는 물론 올해의 선수부문에서도 1위에 오르며 바야흐로 오초아의 시대를 활짝 열었다. 이듬해에 브리티시 여자오픈을 제패하며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을 차지한 오초아는 25개 대회에서 8번의 우승, 5번의 준우승 등 무려 21번의 TOP 10에 진입하며 소렌스탐을 제치고 세계랭킹 1위에 등극한다.
2008 나비스코 챔피언십까지 우승을 차지한 오초아는 2005년 소렌스탐 이후 최초로 메이저대회 연속 우승 기록을 세웠고, 이어진 코로나 챔피언십까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새로운 골프여제의 등장을 알렸다. 특히, LPGA투어 입문 5년 만에 명예전당 헌액 자격 점수를 획득하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승승장구하던 오초아에게 2009 시즌은 예년과 달랐다. 한때 상금랭킹 10위권 밖으로 밀려나는가 하며, 시즌 초반 2승을 거둔 이후 장기간 부진에 빠지며 결혼과 함께 은퇴할 것이라는 추측까지 흘러나왔다. 정규대회가 아닌 초청선수로 다른 투어대회에 출전하는 경우가 지난 시즌에 비해 확연히 줄었고, 외부활동을 노출시키지 않으려는 모습까지 모였다.
하지만 시련은 잠깐, 오초아는 여전히 여제다운 모습을 보였다. 나비스타 LPGA클래식에서 우승 트로피를 차지하며 6개월 동안 우승 못했던 한을 풀었고, 이는 시즌 3번째이자, 통산 27번째 우승 트로피였다.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오초아는 “개인적으로 올 시즌은 최고였다, 대회 성적은 지난 시즌과 비교해 썩 좋지 않았지만 전체적으로 행복하다 느끼고 이에 만족 한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고, 주위의 우려 속에 필드로 당당하게 돌아온 오초아의 자신의 클래스를 확실하게 보여줬다.
*멕시코는 인간미 넘치는 오초아를 사랑한다
2004년 아마추어 무대를 석권했고 신인왕까지 차지하는 등 골프팬이 거의 없었던 멕시코에 골프열풍을 일으킨 오초아는 멕시코의 영웅이었다. 뛰어난 실력이 그녀를 주목하게 했지만 그 뒤에 숨겨진 매력에 멕시코인들은 오초아를 멕시코의 영웅이라 생각한다.
오초아는 부유한 집에서 태어났고 유능한 기업가와의 결혼을 앞둔 부족함이 없는 사람이지만 조국 멕시코를 찾을 때마다 빈민 가정의 아이들 교육에 앞장서고 대회가 열리면 골프장에서 일하는 히스패닉 계열의 이민자들을 모두 불러 파티를 열어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낯선 땅 미국에서 소외 받으며 주로 하층민의 생활을 하고 있던 멕시코인들은 오초아의 따뜻한 정에 감격하며 그녀로 인해 멕시코 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다시 한 번 되새긴다고 한다.
오초아는 늘 멕시코인인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자신으로 인해 조국 멕시코가 조금이라도 더 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 이처럼 조국을 사랑하는 그녀의 따뜻한 마음을 보며 멕시코인들은 그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교육으로 멕시코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믿는 그녀는 재단을 설립해 멕시코 교육 사업에 힘을 보태고 있다. 멕시코 최고의 스포츠 선수로 대통령에게 친구처럼 전화하고 퍼블릭 골프장 건설을 건의해 실현시킬 정도인 오초아는 겉으로는 냉철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조국과 멕시코 국민에 대한 사랑을 간직한 따뜻한 사람이다. 최고의 실력 속에 따뜻한 마음을 간직한 진정으로 아름다운 로레나 오초아. 올해는 잠시 흔들리기도 했지만, 그녀의 실력이 떨어진 것은 분명히 아니다. 아직도 그녀는 세계 최고의 실력을 지닌 ‘골프여제’이다.
올 시즌 그녀가 다시 한 번 올해의 선수상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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