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큰 대회에 갤러리로 참여해 유명 선수들의 경기를 눈앞에서 직접 보는 것만으로도 꽤 흥분되는 일이다. 국내외 Top 프로의 선수들이 어떤 자세로 샷을 하는지, 위기를 어떻게 넘기는지, 매 순간 표정 하나하나 동작 하나하나를 볼 수 있는 경기는 골프마니아라면 절대 놓칠 수 없는 즐거움.
여기에 더해 그들과 함께 라운딩을 할 수 있다면 평생토록 기억될만한, 하나의 사건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많은 이들에게 일어나는, 흔한 일은 아니지만 ‘프로암대회’는 골프를 사랑하는 아마추어골퍼들에게 프로골퍼들과 라운딩을 하는 행복한 추억이 되어준다.
프로암은 ‘Professional and Amateur’의 약자로 말 그대로 프로골퍼들이 본 대회를 앞두고 아마추어 골퍼들과 한 팀을 이뤄 연습을 겸해 라운딩을 하는 것을 일컫는다. 18홀에 걸쳐 경기를 하며 순위도 가리는 등 본 대회와 다를 바 없이 진행되며 국내 프로암대회의 경우 본 대회가 열리는 목요일 전 날인 수요일에 열리는 것이 보통이다. 경기는 본 대회에 참가하는 프로골퍼 1명과 아마추어골퍼 3~4명이 한 조를 이뤄 진행되는데 아마추어골퍼들은 프로골퍼들에게 레슨을 받는 행운을 갖게 되는 셈이다.
*Top 프로 선수들과의 꿈같은 라운딩
그렇다면 국내 아마추어골퍼들이 프로암대회에 참가하려면 어떤 자격이 필요할까? 엄밀히 말하자면, 현재 국내 프로암대회의 경우 자의로 참가할 수 있는 기준은 없다. 보통 타이틀 스폰서 기업에서 참가 대상 아마추어골퍼를 선정하는 이벤트성 프로암대회의 성격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내 프로암대회에는 타이틀 스폰서 기업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인사들이나 VIP 고객들이 주로 초청을 받곤 한다. 이벤트성 프로암 대회를 통해 기업들은 홍보와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효과를 거둘 수 있어 2007년 KLPGA의 이벤트성 프로암 대회가 30개 이상 개최되기도 했다.
이에 반해 PGA나 LPGA 프로암대회는 투어대회가 많은 터라 각 지역의 유지들이 상당 금액의 비용을 투어 주관사에 납부하면 참가자격이 주어진다. 이로 인해 PGA 및 LPGA 프로암대회에는 완전 초보 수준부터 프로 못지않은 실력을 갖춘 다양한 아마추어골퍼들이 참가한다. 이들이 납부한 비용은 본 대회의 상금이나 자선기금으로 쓰이기도 한다. 특히 외국의 프로암대회는 자선경매 등 기금을 마련하는 다양한 이벤트를 겸하며 사회환원 활동의 또 다른 형태로 자리매김해 가고 있다.
이에 반해 프로골퍼들에게는 프로암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기준이 분명하다. 본 대회에 참가하는 프로골퍼들이라고 해도 아마추어골퍼들을 포함해 일반적으로 30~35팀 정도만 출전할 수 있기 때문에 본 대회 출전 선수들 중 상금랭킹이나 성적이 좋은 선수들을 우선으로 초대하기 때문이다.
*프로암대회에도 정규투어는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찾아볼 수 없지만 미국 PGA투어 중에는 정규투어의 형태로 치러지는 프로암대회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AT&T 페블비치 프로암대회와 밥 호프 크라이슬러 클래식을 들 수 있는데 두 대회 모두 유명 연예인들이 다수 출전해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으며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어 모으는 프로암대회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다. 일반적으로 프로암대회는 2개 라운드를 남겨두고 컷오프하지만 이 두 대회는 최종라운드를 남겨두고 컷오프를 하기 때문에 컷 탈락을 하는 선수들일지라도 하루 더 플레이를 하며 아마추어골퍼들과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두 대회의 가장 큰 차이점은 시상 방식이다. 매년 시즌 초 캘리포니아주 라킨타의 5개 코스를 돌면서 5라운드로 치러지는 밥 호프 크라이슬러 클래식은 최종라운드에서는 프로골퍼들만의 플레이로 순위를 가리며 AT&T 페블비치 프로암대회는 최종라운드 때 프로골퍼의 순위와 함께 프로골퍼와 아마추어골퍼가 이뤄낸 팀 성적을 집계해 별도의 시상을 한다.
한편 AT&T 페블비치 프로암대회는 지난 2월 13일 최경주 선수가 갑작스런 폭우로 3라운드만에 경기가 끝나버려 순위를 끌어올릴 기회를 놓친 채 공동 55위에 그친데다가 삼성그룹의 이재용 전무가 이 대회에서 최경주 선수와 함께 라운딩을 할 계획이었으나 이혼 소송이 불거지며 참가를 취소해 이슈가 되기도 했다.
*그들의 리그를 위한 특별함
정규투어대회로 열리는 두 대회를 제외한다면 프로암대회는 대부분 대회 개막 전 이벤트 경기나 개별 경기로 치러지는데 보통 샷 건(Shot-gun) 방식으로 경기를 진행한다. 샷 건이란 단어 그대로 총을 쏜다는 의미로 대회 참가자들이 18홀에 각자 흩어져 총소리에 맞춰 일제히 경기를 시작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30여 개 팀이 파3홀은 1팀, 파4홀은 2팀, 파5홀은 3팀 정도씩으로 나뉘어 각 홀에 배정되며 정해진 신호에 맞춰 순차적으로 경기를 진행한다. 동시에 경기를 시작해 거의 동시에 끝나기 때문에 라운딩 후 대회에 참석한 모든 선수들이 한 데 모여 시상식이나 기타 부대행사를 진행하기에 가장 좋은 방식이다.
성적을 집계할 때는 베스트 볼(Best-ball) 방식과 신페리오(New-Perio) 방식 중 한 가지를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베스트 볼 방식은 4명이 샷을 한 뒤 가장 좋은 위치를 골라 다른 세 명의 볼을 그 지점에 옮겨 다시 샷을 하는 방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팀 성적을 집계해 시상하게 되며 함께 라운딩을 하는 선수들간 팀워크를 다지기엔 더 없이 좋다.
신페리오 방식은 18홀 중 임의로 뽑은 12개 홀에서의 스코어로 핸디캡을 산정한 후 그 날 산출된 핸디캡을 빼고 난 후의 스코어를 비교하는 것이다. 이 방식은 팀내 골퍼들간의 스코어를 비교할 수 있는 개별 채점 방식이며 프로골퍼들은 스트로크 플레이로 별도의 순위를 가리게 된다.
*프로암에 대처하는 프로들의 자세
대부분의 선수들은 프로암대회에 참가할 경우 코스에 익숙해지는 기회를 한 번 더 가질 수 있고 골프 대중화에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에 긍정적이다. 간혹 프로암대회 후 아마추어골퍼들로부터 프로골퍼들이 레슨 보다는 코스 읽느라 정신이 없었다는 불평이 종종 튀어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일부 코스 답사에 집중하는 프로골퍼들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외국의 사례와 비교하며 프로골퍼들에게 별다른 대가 없이 봉사만을 요구한다는 등 경기 자체의 의미를 망각한 채 불만을 터뜨리는 시선도 있다. 골프 인구가 늘어나고 프로암대회가 활성화되면서 국내의 프로암대회도 일정 금액의 사례를 하는 경우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외국의 사례와 비교한다면 액수의 차는 매우 큰 게 사실. 그러나 진정한 프로골퍼라면 참가비를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아직까지 골프 대회의 규모나 골프 인구의 수, 문화 등에서 외국과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는 우리나라의 상황을 고려해 골프 인구 확산과 대중화를 위해 프로암대회에 적극성을 보이는 것이 더 긍정적인 자세가 아닐까?
외국의 경우 프로암대회에 대한 인식부터 국내와 큰 차이를 보인다. 일단 투어에 있어 프로암대회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기 때문에 특별한 이유 없이 프로암대회에 참석하지 않은 선수에게는 본 대회에 아예 참석하지 못하게 한다. 특별한 경우가 있을 수 있으므로 1년에 한 번 선수에게 프로암 출전을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을 주지만 한 번의 기회 후 프로암대회에 참석하지 않는다면 500달러의 벌금을 부과하기도 한다. 또한 아마추어골퍼가 프로골퍼의 불성실한 라운딩을 주최 측에 건의해 라운딩 중 다른 선수로 교체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한 예로 지난 2007년 맥도널드 LPGA 챔피언십 우승자인 수잔 페테르센은 같은 해 나비스코 챔피언십 프로암대회에서 라운딩 내내 말 한 마디 없이 자신의 플레이에만 집중하다가 아마추어골퍼의 항의로 9홀 만에 교체되는 수모를 겪은 바 있다.
이에 반해 세계적인 프로골퍼들 중 타이거 우즈, 아니카 소렌스탐, 줄리 잉스터를 비롯해 우리나라의 최경주 선수, 배상문 선수 등은 프로암대회에 참가하는 아마추어골퍼들에게 레슨은 물론 직접 벙커 정리까지 해주는 등 라운딩 내내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실력 뿐 아니라 마인드 및 서비스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으로 자신의 가치를 더욱 높이고 있다.
현재 LPGA에 많은 국내 선수들이 진출해 있고, 좋은 성적을 내는 선수들도 그만큼 늘고 있다. 또한 국내에서도 큰 규모의 대회가 열리는 빈도가 높아지며 국내 골프 인구들의 수준도 높아지고 있는 만큼 프로암대회에 참가하는 국내 프로골퍼들의 인식의 개선과 함께 외국의 사례처럼 프로암대회가 자선 모금 등 의미 있는 문화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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