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기계수주 부진, 설비투자 증가세 ‘둔화’ 조짐
확대 균형적 내수 활성화 정책 시급
지난 상반기 경제는 살인적인 수준의 물가상승으로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괴로웠던 시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지난 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의 분석을 보면, 상반기 동안 경상수지 흑자는 물론 경제성장률도 수치상으로는 지속적인 4%대를 달성해왔음을 알 수 있다. 수치상의 경제는 긍정적인 수준이지만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점으로 인해 체감경기는 결코 긍정하기 어려운 시기였던 것이다.
아무리 코스피 지수가 2000을 상회하고, 경상수지 흑자가 난다 하더라도 체감하게 되는 실질적 물가가 너무 높게 되면 소비가 위축되고, 기업들이 자금난과 같은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 특히, 국제 유가 및 원자재 값이 오르면서 자연스럽게 상승한 물가는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경기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만든 요인이었다. 유가보조금제의 1년 연장, 각종 공공요금의 인상계획 등의 정부정책을 보면 악화된 체감경기를 적정한 수준으로 조절하기 위해 얼마나 고심하는지 알 수 있다.
우리나라만이 아닌 세계경제 상황을 봐도 먹구름은 여전히 있었다. 선진국이라 일컬어졌던 유럽 몇몇 국가들의 재정악화 상황과 더불어 인근 국가인 일본의 대지진으로 인한 위기, 미국의 심각한 수준의 재정적자 등은 경제 상황을 낙관하기 어렵게 만들기 충분했다. 이러한 불확실한 미래와 구조적인 여러 문제들 가운데서, 하반기 경제 역시 긍정과 부정의 지표가 공존한다. 한 · EU FTA의 발효와 같이 새로운 시장을 진출하는 사업의 미래는 밝지만 내수 시장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건설과 설비 분야의 저조한 성장과 높은 청년실업률, 가계부채의 지속적인 증가 등의 지표는 하반기 경제를 두고 낙담하기만은 어려움을 알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하반기 국내외 경제상황을 부문별로 예측하며, 시사점으로 확대 균형적 내수활성화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경상수지 흑자 불구, 물가불안 지속 체감경기 악화
올 상반기 국내 경제의 전반적인 특징은 경기 회복세가 지속됐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2010년 3/4분기에는 4.4%, 4/4분기에는 4.7%, 올해 1/4분기에는 4.2%로 잠재성장률 수준인 4%대를 유지해 나갔다.
높은 수출 증가세가 경상수지 흑자로 이어진 것도 주목할 만하다. 수출은 올해 1~5월까지 2,284.7억 달러를 기록해 27.4% 증가했고, 수입은 같은 기간에 2,172.2억 달러로 26.2% 증가했다. 이로써 무역수지와 경상수지는 각각 157.5억 달러(1~5월)와 44.9(1~4월)억 달러의 흑자를 달성했다.
그러나 구조적인 문제점도 여전히 존재했다. 수출이 급증하는 가운데 국내 민간소비와 건설투자는 부진했다. 수출증가율이 2010년 3/4분기 22.7%, 4/4분기 23.8%, 올 1/4분기 29.9%로 꾸준히 상승한 가운데, 민간소비는 작년 3/4분기 3.6%, 4/4분기 2.9%, 올 1/4분기 2.8%로 하락세를 보였다. 건설투자는 동일 기간 중 -3.1%, -2.9%, -11.9%로 급락했다.
체감경기가 악화된 것도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내수부진과 함께 교역조건의 악화 등으로 국민총소득(GNI) 증가율이 국내총생산(GDP)보다 낮아 체감 경기의 회복이 더디었다. 국내총생산 증가율은 지난해 4/4분기 4.7%, 올 1/4분기 4.2%인데 비해 국민총소득 증가율은 각각 3.0%와 1.8%를 나타냈다.
관광 · 교육 등 서비스업의 경쟁력 약화로 큰 폭의 서비스수지 적자가 이어졌다. 2010년 112.3억, 올해 1/4분기에 25.4억 달러의 적자를 보였다.
국제 유가 및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차이나플레이션(중국발 인플레이션) 등에 따라 국내의 물가 불안이 지속됐다. 이에 따라 국내 소비자 물가는 올 들어 4.1% 이상의 상승률을 보였다. 두바이유, 구리 등 원자재 가격 상승세도 이어졌다. 두바이유는 지난 5월 배럴당 평균 108.04달러, 1월 이후 100달러 이상 기록했다.
실업률은 3% 초반으로 떨어졌으나 청년 실업률은 7%대의 높은 수치를 보였다.
선진국 성장 부진 속, 신흥국 성장 기대
올 하반기 대외경제는 세계 경기의 탈동조화(Decoupling;디커플링 현상) 여파로 유럽, 일본 등 선진국경제는 회복세가 미약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중국 등 신흥국 경제는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1/4분기 경제성장률은 1.8%로, 작년 4/4분기 3.1%에 비해 크게 하락해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유럽(유로)은 재정위기의 여파로 1/4분기 0.8%의 성장률을, 일본은 대지진 이후 소비지출 부분과 기업 및 공공부문 투자의 둔화로 1/4분기 -3.7%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중국은 1/4분기에, 2010년 4/4분기 9.8%와 비슷한 9.7%를 유지했고, 인도도 1/4분기 7.8%로 전년도 4/4분기 8.3%보다는 둔화되었지만 여전히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선진국 경제성장률은 올해 각각 2.4%로 경기가 둔화되는 조짐을 보이는 반면, 신흥개도국은 6.5%로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11년 미국 경제성장률을 2.8%,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6%로 예상하고 있다. IMF와 OECD의 전망치로 볼 때, 일본은 0.9%~1.4%, 유럽은 1.6%~2.0%의 성장률을 점치고 있다.
중국경제와 인도는 IMF와 OECD의 전망치로 보면 각각 9.0%~9.6%와 8.2%~8.5%의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아세안(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베트남)은 전년 대비 1.5%p 낮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세계교역의 증가 속도는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과 일본은 유럽의 재정위기 및 동일본 대지진의 영향으로 성장이 다소 부진했지만 미국경제의 회복에 힘입어 수출 8.0%, 수입은 7.6% 증가했다.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신흥국은 실물경기의 회복세가 빠르게 나타나며 금융위기 이전의 교역 수준을 회복해 수출 16.3%, 수입은 10.4% 증가했다.
올해 세계 교역량은 미국의 경기둔화, 유럽의 재정위기 지속,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일본의 성장률 하락 등 주요 선진국의 성장세 둔화로 지난해에 비해 하락할 전망이다.
신흥국은 하반기에도 견조한 경제 성장세를 이어나가며, 수출입 증가율이 선진국 보다 높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신흥국 경제가 회복됨에 따라 원자재의 수요가 증가해 국제 유가를 포함한 주요 원자재 가격은 하반기에도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곡물, 원유, 금속 등의 주요 17개 품목의 상품선물 시세를 나타내는 CRB지수 역시, 작년 4/4분기 말 332.80에서 올해 5월 341.56으로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두바이유는 지난 5월 배럴당 평균 108.04달러로 1월 92.55달러 이후 100달러 이상을 기록했다. 마찬가지로, 서부텍사스유 또한 지난 5월 배럴당 평균 101.29달러로 2월 92.55달러 이후 100달러 이상을 유지해 나갔다. 신흥국 경제 회복에 따른 원자재 수요의 증가와 중동지역 정치 상황의 불안으로 국제 유가를 포함한 주요 원자재 가격은 하반기에도 상승세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캠브리지에너지연구소(CERA)에 따르면 두바이유는 2010년, 연간 기준 배럴당 평균 78.03달러에서 2011년 평균 109.59달러로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이상기후 등으로 인한 곡물가격의 급등으로 올 하반기에도 원자재 가격의 상승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 경기의 더딘 회복 속도와 지속적인 저금리 정책 등의 이유로 글로벌 달러 약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달러화는 미국 경기의 회복 둔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저금리 정책이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약세의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차 양적 완화 정책의 종료와 올 연말, 미국 기준 금리의 인상을 기대하는 심리로 달러 약세는 하반기에 다소 완화될 것이라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다.
이에 반해, 유로화 강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크지만 최근 남유럽국의 재정 위기가 다시 부각되면서 강세 흐름이 다소 억제될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반면, 동일본 대지진 복구의 지연으로 인한 일본 경제성장의 둔화를 우려한 양적 완화 및 저금리 정책으로 인해 엔화의 약세가 예상된다.
수입 물가 상승의 압력과 달러화 약세에 따라 위안화 환율 절상은 하반기에도 이어나가면서 달러 대비 일일변동폭이 0.5%에서 1.0%로 확대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