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임병욱 전문위원의 칼럼을 게재, 세계에서 벌어지는 사회경제적인 이슈를 통해 기업경영에 도움이 되는 경영이론과 관리기법의 개념을 파악하고 구체적인 실천 방법을 알기 쉽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평균수명 81세까지 생존할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은 36.2%로 3명중 1명이 암에 걸린다는 통계가 있다. 그만큼 암은 우리 건강을 위협하는 가까운 질병이 되었다. 2009년 1년 동안 새롭게 암으로 진단받은 암 발생자는 192,561명(남 99,224명, 여 93,337명)이며 ’08년 180,465명에 비해 6.7% 증가하였다. 남자의 경우는 위암, 대장암, 폐암, 간암, 전립선암 순으로, 여자의 경우는 갑상선암, 유방암, 대장암, 위암, 폐암 순으로 많이 발병하였다.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세포의 유전자에 변화가 일어나면, 비정상적으로 세포가 변하여 불완전하게 성숙하고, 과다하게 증식하게 되는데 이를 암(cancer)이라 한다. 정상적인 세포는 세포내 조절기능에 의해 분열하고 성장하고 죽어 없어지기도 하며 세포수의 균형을 유지한다. 그러나 암 세포는 주위 조직 및 장기에 침입하고 이를 파괴할 뿐 아니라 다른 장기로 퍼져 가는 특징이 있다.
아직도 많은 암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있어, 발암요인과 암발생 간의 인과관계에 근거한 위험요인들을 찾아내고 있다. 국제암연구소(IARC)에서는 암 원인의 70% 정도를 흡연, 만성감염(바이러스, 세균, 기생충), 음식, 음주, 방사선 및 화학물질 노출 등의 생활환경으로, 5% 정도를 유전적인 원인으로 보고하고 있다. 이를 통해서 우리는 위험요인을 피하는 생활양식의 변화로 암의 예방이 가능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 기업의 암, 품질불량이 주는 손실
세상을 놀라게 하는 품질불량 기사가 종종 보도된다. 세계적인 선도 기업들의 대량 리콜사태가 그것이다. 당장의 비용도 문제지만 기업 이미지 실추로 판매가 급감하는 결과를 낳게 되고, 회복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에 기업에게는 ‘암’과 같은 문제이다.
도요타는 미국 내에 출시된 일부 차량에서 가속페달의 결함이 발생되자 2010년 1월 대규모 리콜을 진행했다. 이후, 이 리콜은 유럽, 아시아 등 전 세계로 확산되며 도요타 뿐 아니라 일본의 이미지마저 추락시켰다. 한편, 대규모 리콜사태의 주원인으로, 해외 생산거점 확대와 과도한 원가절감으로 생산규모를 뒷받침하지 못한 품질경영이 지목되면서 글로벌 생산시스템의 문제점이 부각되기도 했다. 공격적 투자로 생산능력은 급속히 증가한 반면 품질경영은 이를 따라 잡지 못해, 도요타는 2005년 미국에서 그해 자동차 판매량보다 많은 238만 대의 리콜을 실시하는 굴욕을 겪어야 했다.
포드는 2013년 새롭게 디자인 된 이스케이프 SUV에서 브레이크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브레이크 패딩 결함이 발견돼 1만대 이상을 리콜하기로 했다. 카페트 패딩이 잘못 설계되어 페달 주변 공간이 좁아 운전자가 엑셀을 변경할 때 실수로 브레이크 패달을 밟아 사고로 이어 질 수 있기 때문으로 포드는 카페트 패딩을 회수하고 무료로 콘솔 트림 패널로 대체키로 했다.
미 전역의 패스트푸드체인과 대형 식품체인에 납품된 슬라이스(sliced) 사과가 대량 리콜된 사례도 있다. 미국의 대형 식품가공업체 '레디 팩 푸즈(Ready Pac Foods Inc.)'는 식중독 원인균인 리스테리아균 오염 가능성이 있는 슬라이스 사과 포장상품 60만 개를 자진 수거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레디 팩 푸즈' 측은 감염 환자 발생 보고는 없었지만 생산 현장 가공 장비에서 리스테리아균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왜 이러한 대규모 리콜사태가 벌어질까?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치열한 원가절감 경쟁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원가절감은 보통, VE를 통한 부품의 간소화. 보다 저렴한 재료의 구매. 제조공정의 간소화 등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불량 제로화를 위한 치밀한 예방관리가 요구된다.
▷ 품질불량을 없애는 공정관리
어느 기업이나 품질불량에 대한 구호나 철학은 지나칠 만큼 명확하다. 그럼에도 기업은 암과 같은 존재인 품질불량을 왜 완전히 없애지 못할까?
먼저 제품개발 단계에서 감성적인 고객의 요구(Voice of Customer)에 치우쳐 환경, 안전, 보건에 대한 치밀한 검토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색감, 사용하기 쉬운 형태, 보기 좋은 디자인 등 감성적인 요구에 밀려 재질이나 제조기술이 갖고 있는 위해성이 치명적인 결함요인으로 되는 경우이다. 고객의 요구를 제품품질 특성으로 변화시키는 과정인 품질의 집(House of Quality)을 활용하여 고객의 요구를 기술적인 측면으로 연결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제조공정에서 발생되는 불량요인의 관리에 허점이 노출되는 경우이다.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 필요한 요소, 자재, 설비, 사람과 방법 등을 꼼꼼히 관리하는 공정관리가 필요한 이유다. 인간을 괴롭히는 중대질병인 암을 예방하기 위해 생활양식을 변화시키는 것과 같은 의미로 관리시스템을 바꾸어야 한다.
제조공정의 구성요소로 설비를 들 수 있다. 생산 고도화가 진행되면서 가공이나 조립에 기계장치가 운용된다. 그런데 그 제조설비의 성능이 요구품질에 적정한 것인지에 대한 보증과 검토에는 인색한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요구품질에 맞는 성능을 가진 제조설비야말로 제품불량의 특효약이라는 사실을 상기하자.
기계장치의 조작성과 신뢰성도 눈여겨봐야 한다. 혹시 일어날 수 있는 오동작 또는 실수를 방지하는 실수방지장치(Fool Proof, Error Proof)는 품질불량을 없애는 공정개선의 방편으로 많이 활용된다. 설비의 자동화와 더불어 작업 중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실수를 검출하고 조치하는 부가적인 기능을 보강하는 개선이 요구된다.
제조공정관리에서 자재, 중간재, 반제품, 제품을 취급하는 물류작업의 관리도 빼놓을 수 없는 관리대상이다. 생산과정은 새로운 물건을 만드는 과정이다. 그런데 물품을 입고하고 보관하고 운반하고 적치하는 과정에서 오염에 노출되거나 손상을 입는다면 좋은 품질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제조업을 서비스업이라고 할 때, 고객은 단순히 제품만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제조과정 즉 공정을 구매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만들어지는 과정과 물자의 흐름에서 쾌적하고 바람직한 환경이 유지되어야 한다.
생산과정에서 사람의 역할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다. 모든 공정관리 요인을 관리하는 것이 사람들의 임무이기에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제조공정을 기대에 맞추어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 품질불량과 제품결함을 발생시키는 실수를 야기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물품의 검사와 측정, 공정설비의 조작과 운전, 작업의 수행과 자주관리, 각종 물류작업 등 어느 하나라도 놓쳐서는 안된다. 이 모든 활동의 주체로 적절한 역량을 갖춘 사람을 세우고 활기차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겠다.
고객이 요구하는 품질을 만들어내기까지는 끝없는 노력이 요구된다. 좋은 품질은 제품개발, 제조기술, 공정설비, 공정작업, 물류과정 등 생산제조의 모든 영역의 총합적인 노력의 결과이다. 종합적품질경영(TQM)활동이 곧 경영이라는 개념이 일반화 된지 오래다. 품질불량이 기업에게는 ‘암’과 같은 것이다. 품질불량은 기업의 수치라는 의식을 모두가 새기며 환경과 설비, 물품을 바르게 관리할 수 있도록 공정관리 수준을 높여야 하겠다. ‘모든 일이 사람의 역량에 달려 있다’는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