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임병욱 전문위원의 칼럼을 게재, 세계에서 벌어지는 사회경제적인 이슈를 통해 기업경영에 도움이 되는 경영이론과 관리기법의 개념을 파악하고 구체적인 실천 방법을 알기 쉽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세계 9개국 50여 건의 특허 침해 여부를 두고 삼성과 애플의 특허분쟁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특히 미국 법원에서 진행 중인 두 건의 특허소송은 초미의 관심사다. 캘리포니아 지방법원에서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S, 갤럭시탭10.1 등이 애플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배심원 평결이 있었다.
지난 9월 삼성전자의 갤럭시 S3와 갤럭시노트 10.1을 애플이 추가로 소송한 것에 맞서 삼성전자는 애플의 아이폰5에 대한 소송을 제기하기로 결정했다. 소송의 내용은 삼성의 3세대(3G) 표준 통신특허 2건과 소프트웨어 키보드, 디지털 이미지 촬영·복사, 원격영상전송 기술 등 상용특허 6건을 애플 아이폰5가 침해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측에서는 지난해 말 기준 미국 내 특허만 2만 9612건을 보유 중인 LTE 소송으로 확대하자는 주장도 있다. 삼성은 유럽전기통신표준협회(ETSI)에 신고된 LTE 표준특허 수가 819건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으며 이는 특허소송에서 상대를 공격할 수 있는 든든한 뒷심이다.
▷ 우리나라 국제 표준특허의 현주소
우리는 이번 삼성과 애플의 특허소송을 지켜보면서 국제 표준특허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되었다. 국제 표준특허는 국제 공식표준으로 정해진 특허로 장기간에 걸쳐 막대한 로열티 수익이 발생한다. 특허의 시장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어 국가 기술무역수지에도 큰 영향을 준다. 최근 기업 간 특허분쟁은 표준특허를 대상으로 일어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제품을 생산하거나 판매는 하지 않고 특허소송만으로 수익을 내는 특허괴물(Patent Troll) 등 특허관리전문회사를 중심으로 표준특허 확보 전쟁이 치열하다.
대통령 직속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의 국제 표준특허 점유율은 3.5%다. 이는 △ISO(국제표준화기구) △IEC(국제전기표준회의) △JTC1(ISO와 IEC 정보기술 표준 조직) △ITU(국제전기통신연합)-T(통신표준화 부문) △ITU-R(전파통신부문) 5곳에서 우리나라가 확보한 표준특허 평균비율이다.
ISO 표준특허로는 514건이 등록된 가운데 우리나라 보유 건수는 3건(0.6%)에 불과했다. 일본이 절반이상인 273건(53.1%)을, 미국이 142건(27.6%)을 보유했다. 우리나라는 독일 31건(6.0%) 영국 24건(4.7%) 네덜란드 14건(2.7%) 등 유럽에 밀려 9위에 머물렀다. IEC와 ISO/IEC JTC1 국제표준에서도 각각 160건과 82건으로 각각 5.7%와 3.3%에 그치고 있다. 두 국제표준에서 미국은 각각 974건(38.7%)과 1032건(37.0%)으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 순위는 IEC에서 유럽과 일본·호주에 이어 7번째, ISO/IEC JTC1에서 5번째이다. ITU 통신표준화 비중은 3.1%(ITU-T)와 5.2%(ITU-R)에 그치고 있다. ITU-T는 미국이 36.4%(1015건)로 가장 많이 보유했다. ITU-R에서는 일본 특허 비중이 64.1%(418건)이다. IEEE 표준특허 확보 비율도 1.7%로 미국(45.7%)·프랑스(21.7%)·일본(10.1%) 등과 비교해 크게 떨어진다.
더구나 표준특허 출원현황을 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는 17만8924건으로 미국(50만4089건) 일본(34만32610)의 3분의 1과 2분의 1 수준이다. 특허전쟁을 펼칠 무기가 적은 셈이다.
표준특허 확보 비중이 낮은 원인으로 기업의 인식 부족이 거론된다. 국제 표준특허 확보를 위해 비용과 시간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삼성, LG,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정도만이 참여하는 정도이다. 산업계는 이제 국제 표준특허 확보를 위해 함께 뛰어야 할 때이다. 대기업은 과감한 투자에 나서야 하고 중소·중견기업은 대기업과 공조가 필요하다.
중소ㆍ중견기업들이 표준특허를 획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최근에는 국제표준이 사후표준에서 제품이 시장에 출시되기 전에 작성되는 사전표준으로 변하고 있어 표준특허 확보는 더욱 어려워진다. 세계 각국은 자국의 기술경쟁력 확보를 위해 국제표준화 활동을 치열하게 전개하고 있다. 첨단 산업분야에서 표준특허를 다른 나라에 빼앗기면 또 다시 거액의 로열티를 지급하는 수모와 함께, 세계 시장경쟁에서 뒤쳐지는 결과를 겪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도 3.5%에 그친 국제 표준특허 확보 비율을 5년 내 5%로 확대하기 위해 지원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우리나라 국제 표준특허 확보가 특허강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고 막대한 로열티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에 따른 조치다.
▷ 늦출 수 없는 국제 표준특허의 확보
바야흐로 특허전쟁 시대다. 특히 당면한 특허 문제를 떠안고 있는 상당수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소·중견기업도 곧 그 파장이 다가올 것이라는 예상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동안은 현실에 급급한 나머지 지적재산권인 표준특허 확보에 쏟을 여력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과 대·중소기업의 공동 노력이 절실하다.
특허를 얻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연구개발 전략을 갖고 발명을 활성화시키는 기반이 조성되어야 한다. 연구개발 조직과 인력을 확보하고 표준특허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그 출발점이다. 연구개발 활동과 특허의 확보가 맞물려 진행되도록 해야 한다. 특허를 관리하는 조직에서는 특허지도(Patent Map)를 통해 선행기술에 대한 정보가 공유되도록 해야 한다. 과감한 특허 출원과 등록에는 전문조직의 책임 있는 업무수행이 필요하다.
또한 기업에서는 지식재산권을 경영전략 실행에 있어서 핵심 분야로 인식하고 업무 프로세스와 시스템들을 도입해야 한다. 신규 사업이나 제품 및 서비스의 시장 출시에 앞서 특허조사를 통한 각종 지식재산권에 대비해야 한다. 특히, 해외에 진출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의 경우 이러한 국제 표준특허에 대한 검토는 더욱 중요하다. 더구나 FTA 체결로 글로벌 기업의 국내 진출이 증가함에 따라 이 문제는 더 이상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이다.
경쟁력 있는 특허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R&D 단계서부터 차별화된 원천 특허를 확보해야 한다. 첨단 제품에 치우쳐 핵심부품 분야에서 수입이 많아져 부가가치를 떨어뜨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전체의 가치사슬(Value Chain) 안에서 융합적인 조합도 요구된다. MP3가 그 좋은 예이다. 세계 최초 MP3 플레이어는 국내 벤처기업이 개발했다. 하지만 MP3 플레이어라고 하면 떠오르는 제품은 애플 ‘아이팟’이다. 사용자의 편의와 감성을 자극하는 혁신적인 디자인과 기능 덕택이다. 우수한 기술을 기본으로 이제는 소비자의 감성을 한 발 앞서 파악하고, 그들의 마음을 훔치는 기술을 접목하는 유연한 사고가 필요하다.
R&D 기술의 국제 표준특허를 위해 핵심역량을 갖춘 국제표준 전문가의 양성이 시급하다. 또한 국민 개개인의 의식수준도 개선되어야 할 과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지식과 기술을 인정하며 적절한 대가를 지급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 가정에서부터 학교와 기업 내에서 타인의 지식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성숙한 문화가 필요하다.
국제표준도 마찬가지다. 선진국이 먼저 만들어 놓은 국제표준이나 제품을 열심히 따라 해서는 부족하다. 세계 1위 자리를 우리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 신규 국제표준을 제안하고 우리 기술의 국제표준화로 세계 최상위를 차지해야 한다.
이제 기업들은 특유의 기술력을 통해 시장에 들어갈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야 한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의 말처럼 세계는 평평하다. 국제표준을 선점하고 제조역량과 브랜드 파워 등 기업의 강점이 더해져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 끊임없는 기술혁신으로 새로운 기능과 성능향상의 융·복합을 통해 글로벌 시장지배력을 확보해야 한다. 삼성과 애플의 특허분쟁을 통해 우리나라 제조 기업들이 기존의 HW 기술 경쟁력의 틀을 뛰어넘을 수 있도록 국제 표준특허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