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신정부가 디플레이션 탈피를 기치로 내걸고 강하게 밀어 붙이는 양적완화조치에 따라 엔화가치는 하락하고 있다.
국내외 민간싱크탱크들은 달러당 엔화환율이 올해 중 85~95 엔 사이를 오갈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일본기업들은 평균 104.87 엔에 육박하던 2008년 2분기 리먼쇼크 때와 비교하면 미흡한 수준이며, 100 엔 정도가 적절하다고 오히려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같은 엔저 가속으로 해외시장에서 우리 주력 상품의 수출 둔화현상이 가시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미 미국 등 글로벌시장에서 엔저를 배경으로 일본 완성차메이커가 가격을 인하하거나 판매 인센티브를 늘리는 등의 방법을 강구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업종별로는 섬유류, 철강, 자동차, 기계류 등이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섬유·의류 등 소비재분야는 타 업종에 비해 가격 경쟁력에 크게 의존하고, 환리스크 관리가 어려운 중소기업 비중이 커서 수출업체에 직접적인 타격이 우려된다.
철강은 일본기업들이 엔저 및 철강제품의 국제가격 상승 영향으로 수출 채산성이 개선되면서 상대적으로 우리 기업의 입지를 위축시키고 있다.
자동차는 최대시장인 미국에서 일본 메이커들이 부진에서 벗어나 판매를 회복해가는 상황에서 엔저까지 더해지며 올해 1월 일본 3대 메이커의 판매량이 16%나 증가했다. 다만 자동차는 일본, 한국 모두 미국을 포함한 주요국에서 현지 생산을 늘리고 있어서 엔저의 영향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수도 있다.
일반기계의 경우 한국산은 일본산에 비해 10-20%의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었으나 엔저로 인한 가격경쟁력 저하가 우려된다. 더욱이 일본은 주요 기업의 해외 수출비중이 80%에 달하고, 생산거점이 일본 국내라는 점에서 엔저로 인한 효과는 보다 커질 전망이다.
정보통신, 가전은 중국 등 동남아시장을 중심으로 일본상품에 비해 한국산 선호도 및 경쟁력이 크게 앞서고 있고, 조선분야도 일본 조선사들과 달리 해양플랜트, LNG선, 컨테이너선 등으로 특화되어 있어 엔저에 따른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별로는 우선 엔저의 진앙지인 일본에서는 섬유, 일반기계, 디스플레이, 철강 등이 엔저로 인해 수출 둔화 등 부정적인 영향을 상대적으로 크게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에서도 철강, 섬유, 일반기계, 석유화학제품의 수출 둔화를 유발할 것으로 예상되며, 동남아 지역도 엔저의 영향을 많이 받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미국, 유럽의 경우에는 일본, 중국, 동남아 등 아시아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영향을 받는 산업분야가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에서는 섬유, 디스플레이와 같이 일본제품 가격인하에 따른 수출 영향을 받는 제품도 있다. 하지만 환율 영향 자체보다는 수요가 위축되고 있는 영국·독일의 일반기계와 같이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 둔화가 수출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KOTRA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 ‘엔저에 따른 수출 경쟁력 현황 및 전망’을 통해 해외 주요 시장에서 엔저에 따른 우리 상품의 수출 경쟁력 동향을 긴급 점검하고, 엔저 종합비상대책을 마련해 시행한다고 밝혔다.
KOTRA는 엔저에 따른 수출기업의 경쟁력 저하를 극복할 수 있도록 ‘엔저비상종합대책’을 수립해 수출기업을 적극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주요 사항으로는 일본 오사카와 나고야에 원가절감을 위한 공동물류센터 거점을 확대하고, 나고야에 자동차부품업체 현지마케팅 밀착지원을 위한 Korea Auto Parts Park를 신설 한다. IT·한류·부품소재 분야 마케팅을 강화하고, 공동 R&D 수요 발굴을 확대 할 예정이며, 원화강세를 활용한 일본기업 M&A도 지원할 계획이다.
KOTRA 최동석 시장조사실장은 “엔저로 일본은 물론 글로벌시장에서도 우리 제품의 가격경쟁력 저하가 가시화될 것으로 우려되는 만큼 기업은 비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노력이 요구된다”며 “KOTRA도 비상대책반을 가동, 종합적인 엔저대책을 마련하고 수출기업 지원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생산 투자 수출 실물 지표 개선?
최근 우리 경제는 물가 안정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생산 투자 수출 등 주요 실물지표가 개선되었으나, 고용 증가세가 둔화되고 소비가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통계청이 발표한 ‘2013년 1월 산업활동동향’을 분석한 자료에서 “1월 광공업생산은 자동차·기타운송장비 등이 증가했으나 반도체·영상음향통신 등이 감소하면서 전달보다 1.5% 줄었다”고 밝혔다.
광공업생산은 작년 8월 이후 넉 달 연속 증가세를 이어오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감소했다. 다만, 작년 같은 달보다는 7.3% 증가했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8.1%로 전달보다 0.3%포인트 하락했다.
서비스업은 운수업과 출판·영상업이 증가했으나 부동산, 교육, 도소매, 음식·숙박업 등이 부진하며 전월대비 0.9% 감소했다.
소매판매는 준 내구재(0.8%)는 증가했으나 내구재(-7.1%)와 비내구재(-0.6%)가 감소하면서 전월대비 2.0% 줄었다.
설비 투자
설비투자는 기계류와 운송장비 투자가 줄면서 전월대비 6.5% 감소했다. 기계 수주는 공공부문이 크게 늘면서 전월대비 2.3% 증가했다.
지난 해 .4/4분기 설비투자(GDP 속보치)는 전기 대비 2.8% 감소(전년 동기 대비 5.1% 감소)한데 비해 12월 설비투자지수는 기계류와 운송장비 투자 증가로 전월대비 9.9% 증가(전년 동월 대비 6.3% 감소)했다.
제조업평균가동률 역시 오름폭을 보였고 기업투자심리도 소폭 개선되고 있으나 기계수주 등 선행지표는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어 향후 추이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건설 투자
건설투자의 건설기성(불변)은 건축공사가 호조를 보이며 전달보다 0.2% 증가했다. 반면, 건설수주(경상)는 전달보다 24.2% 급감했다.
12.4/4분기 건설투자(GDP 잠정치)는 전기 대비 1.3% 감소했다(전년 동기 대비 4.1% 감소). 향후 건설투자는 주택시장 회복 지연, 건설 수주 부진 등으로 당분간 어려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건설수주는 부진한 흐름이 지속되고 있으나 건축허가면적이 11월에 이어 2개월 연속 증가하는 등 선행지표가 혼조세를 보이는 가운데 미분양 주택 수는 전월대비 소폭 감소했다. 취득세 한시 감면 등으로 12월 주택매매거래는 증가하였으나 감면 종료 후 감소로 전환될 소지가 상존한다.
광공업 생산
이에 따른 광공업·서비스업·건설업·공공행정 등 4개 부분으로 구성된 전(全)산업생산은 전달보다 0.7% 감소하고, 작년 같은 달보다는 3.5% 증가했다.
현재의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종합지수 순환 변동치는 전달과 같았고, 향후 경기 국면을 예고하는 선행종합지수 순환 변동치는 한 달 전보다 0.2포인트 떨어졌다.
12월 광공업생산은 영상음향통신, 자동차, 반도체 및 부품 등이 증가하면서 전월대비 1.0% 증가(전년 동월 대비 0.8% 증가)했고 전월대비로는 영상음향통신(20.4%), 자동차(2.3%), 반도체 및 부품(1.4%) 등의 생산이 증가한 반면, 의복 및 모피(△11.1%), 전기 장비(△2.9%), 기계장비(△1.6%) 등은 하락을 면치 못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반도체 및 부품(17.1%), 영상음향통신(9.8%), 화학제품(3.4%) 등의 생산이 증가한 반면, 기계장비(△15.4%), 비금속광물(△12.6%), 자동차(△6.2%) 등은 감소했다.
재고가 전월대비 0.9% 감소하고 출하가 2.4% 증가하면서 제조업 재고/출하비율(재고율)은 전월에 비해 3.7%p, 재고는 전월대비로 석유정제(26.1%), 의복 및 모피(5.9%), 화학제품(2.6%) 등은 증가했으나, 영상음향통신(△8.9%), 기계장비(△6.0%), 반도체 및 부품(△2.9%) 등은 감소세를 보였다.
출하는 전월대비로 반도체 및 부품(1.9%), 영상음향통신(26.0%), 기계장비(5.9%) 등이 증가했으나, 비금속광물(△6.2%), 의복 및 모피(△7.7%), 식료품(△1.3%) 등은 하락했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8.4%로 전월 대비 0.9%p 상승했으며 광공업생산은 IT, 자동차 등 주요 품목의 수출증가율이 조업일수 감안 시 전월보다 둔화되는 가운데 재고조정, 기저효과 등으로 다소 조정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국제곡물과 비철금속은 전반적으로 상승세
주요 곡물은 미국·아르헨티나 등 주요 생산국 기후여건 악화, 재고전망 하향조정 등 공급여건의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중국 대두수입 큰 폭 증가 등 수요 확대로 전반적인 상승 기조를 보였다.
미국의 가뭄 상태비율이 69.8%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아르헨티나의 경우 중남부지역에서 고온 건조한 기후가 지속 (브라질) 비가 많이 내려 파종지연이 예고되고 있다.
비철금속은 중국, 미국, 유럽 등 주요국 경기지표 호조세로 수요 회복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전반적으로 전월대비 상승했다.
대외적으로는 美재정지출 자동 삭감 협상 유럽경제 회복 지연 등으로, 대내적으로는 소비 부진 환율 변동 투자 개선세 지속여부 등으로 경제여건의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내외 경제동향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국내외 시장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경제 활력 제고를 위한 정책대응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생활물가 안정 일자리 창출 등 서민생활 안정에 주력하면서 경제체질 개선을 위한 정책노력 역시 지속돼야 한다는 시각이다.
재정부는 “넉 달 연속 증가세를 보이던 광공업생산이 다소 줄어든 가운데 서비스업과 소매판매도 동반 감소했다”며 “동행지수는 변동이 없었으나 선행지수는 소폭 하락하는 등 혼조 흐름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이어 “광공업생산이 감소한 것은 반도체·LCD 등의 수요가 둔화하며 생산이 줄어든 데 따른 것”이라며 “서비스업과 소매판매의 경우 개별소비세 인하 및 취득세 감면 종료 등 일시적 요인에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또 “설 명절이 작년보다 늦어지면서 계절조정 효과가 크게 나타난 측면도 있어 1~2월 지표를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재정부는 “OECD 경기선행지수가 넉 달 연속 상승하고 국내 소비자와 기업의 심리도 다소 개선되는 추세”라며 “다만, 유로존 실물경제의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주요 선진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국내외 경제상황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위험요인 관리를 강화하고 설비투자 회복 등 경제 활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이어 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