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2000년대 후반 이후 중국정부의 제조업 위축 정책으로 제조업 분야의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되은 가운데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가 최근 몇 달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월 25일 HSBC가 발표한 중국의 2월 제조업 PMI는 전월보다 1.9% 하락한 50.5로 최근 4개월 들어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으며, 수출 주문은 감소했지만 제조업 생산량 및 주문량 총액은 완만한 증가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구매자관리지수(Purchasing Managers' Index ; PMI)는 HSBC가 매월 업계 내 400개 이상 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구매관리지수로 ‘제조업 경기 동향 지표’로 많이 사용되며, 50을 넘으면 경제가 성장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중국은 2011년 11월부터 50을 밑돌았던 PMI가 지난해 4/4분기부터 50을 넘어 성장 추세로 돌아섰지만 지표 회복세는 주춤한 편이다. 이에 경제 전문가들은 무역과 투자에서 하락세가 있을 경우 중국 경제의 회생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제조업 과잉 생산 등으로 위기 봉착
중국의 수출은 2000년부터 2008년까지 9년간 연평균 25%라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수출 주도의 경제 발전으로 이익을 창출한 많은 수출업체들은 생산규모를 더욱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지속했다. 중국 정부 역시 수출로 재정 수입이 대폭 증가하자 철도, 고속도로, 공항 등 인프라 건설에 예산을 투입하면서 철강, 시멘트 등과 같은 산업 발전을 견인했다.
그러나 최근 유럽 재정위기 및 글로벌 경제위기가 심화되면서 국제 수요가 위축되자 중국 제조업의 과잉 생산은 심각한 문제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중국의 국가정보센터는 현재 중국의 제조업 생산과잉은 산업별 평균 28%에 달하며, 전체산업의 35.5%가 생산능력 이용률이 75%가 채 되지 않는다고 보고했다. 경제학자 랑셴핑은 “생산과잉이 중국의 장기불황의 원인이 될 수 있으며 오는 2015년에 제조업의 붕괴현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현재 중국의 제조업 생산과잉률은 철강 21%, 자동차 12%, 시멘트 28%, 농약 60%, 유리 93%, 광전지 95% 등으로 철강, 시멘트, 자동차, 방직 등 전통산업뿐 아니라 풍력설비 등 신흥산업에서도 생산과잉이 심각한 상태다.
중국에 진출했던 외국기업들이 기술이전을 제한함에 따라 중국 제조업의 외국기술 의존도는 현재 매우 높은 편이다. 실제 중국의 방직기계의 70%, 첨단 공작기계의 75%, 고속인쇄기의 75%, 집적회로 제조장비의 85%가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광섬유 제조장비는 수입의존도가 거의 100%에 달한다.
핵심기술 부족은 국제 분업시스템에서 중국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제한할 뿐 아니라 중국 기업의 자체적인 첨단기술 개발능력을 약화시킨다. 중국 산경신문은 중국이 우세한 제조업 분야의 60%가 중·저기술 제조업이라고 지적했으며, 중국 공업정보부 역시 중국의 외국기술 의존도는 50% 이상으로 이는 선진국의 외국기술 의존도가 30% 이하(미국, 일본은 5% 미만)인 것과 비교하면 그 차이는 매우 큰 것이라고 전하고 있다.
최근 제조업은 전자, 디지털 중심으로 발전방향이 바뀌고 있다. 최근 첨단소프트웨어, 신소재, 새로운 기능의 기계, 3D 인쇄 제작 등 신기술 및 인터넷을 통해 제공되는 각종 소프트웨어 서비스 등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제조업의 디지털화는 ‘제3차 공업혁명’의 시대로의 진입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이전의 저가 노동력 위주의 제조업은 경쟁력을 상실하게 돼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가졌던 지위가 큰 도전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제조업 대량생산 체제는 다품목 소량생산 체제로 변화하고 고객의 요구에 바로 대응하기 위해 설계자와 생산라인이 더 밀접해지는 현상이 나타날 전망이다. 또한 노동력보다 첨단기술이 중요하므로 생산원가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미국 포브스는 중국 경제의 진짜 위험요소는 제조업 거품임을 지적하고, 최근 자동화, 인공지능, 3D인쇄 등의 빠른 발전이 저가 노동력을 기반으로 발전했던 중국 제조업에 타격을 줄 것이라 예측하기도 했다. 또한 대만은행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정부에 제3차 공업혁명 및 제조업 디지털화에 대비한 정책 지원, 중소기업을 위한 R&D센터 설립 등으로 중국 진출기업의 U턴을 지원해야 한다는 제언을 하기도 했다.
이에 코트라 측은 대만과 마찬가지로 중국 대륙에 공장을 세우고 OEM 주문방식으로 물건을 생산, 수출하는 형태로 진출해 있는 한국은 중국 제조업이 흔들릴 경우 한국경제와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므로 대만의 정책 제언을 귀담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악화되는 경영 환경
현재 중국 제조업체의 경영 환경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는 노동력과 자금, 전기는 부족한 반면, 세금과 생산비용은 높아지는 소위 ‘삼황양고(三荒兩高)’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은 30년간 지속된 산아제한 정책의 영향이 최근 20~30대 노동 가능 인구의 감소로 이어져 노동력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젊은 층의 서비스업 선호 및 제조업 기피 현상과 최저임금 상승으로 높아진 인건비 등으로 제조업 분야의 노동력 부족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는 상황이다. 그동안 값싼 노동력을 기반으로 생산원가를 절감했던 중국의 제조업은 이제 옛말이 된 시대가 온 것이다.
중국 중앙은행의 통화 긴축정책은 중소기업이 은행에서 자금을 빌릴 수 있는 기회를 축소시킴에 따라 체제 외 융자를 받는 기업이 증가하고 있으며, 또 석탄 가격은 크게 상승한 반면 전기 가격은 조정 폭이 낮아 전력 생산기업들이 전기를 생산할수록 손해를 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이는 전력기업들의 태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 기업의 평균 조세부담률은 40% 이상으로 매우 높고, 인건비, 원자재 수입가격 및 환율, 자원·환경 비용 상승 등으로 생산비용은 계속 오르는 양상을 보이며 기업의 이윤 축소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 재정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중국 내 규모 이상 기업이 달성한 매출이익 금액은 2만6,785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 하락했고 전월보다 하락폭이 0.5p%나 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 상승으로 제조기지로서 매력 감소
중국의 노동비용은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며 이미 아시아에서 3위로, 최저임금은 인도의 2~3배에 달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현재 중국 동부 연안의 평균임금이 2,500~3,000위안인 반면 베트남은 1,000위안, 인도는 600위안 정도에 불과하다. 미국의 ‘상업주간’은 1990년 이후 중국의 평균임금 상승률은 매년 13%에 달했으며 최근 5년간은 상승률이 19%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2월 발표한 ‘취업추진규획(2012~2015)’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12·5규획 기간에 최저임금을 매년 13% 인상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5년간 2배 상승함을 의미한다. 또한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2015년 중국의 동부 연해 도시의 노동비가 미국의 일부지역보다 약 5~10%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중국 투자에 대한 기업들의 투자의지와 정부지원에 대한 만족도도 점차 낮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TEEMA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대만기업의 대중국 투자의지는 최근 3년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지난해에는 50% 미만으로 떨어졌다. 중국 정부의 무역분쟁 해결에 대한 만족도도 하락하고 있어 외투기업들에 대한 중국 정부의 지원정책도 악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가속화되는 탈 중국현상
국제 산업 가치사슬 안에서 중국이 장기간 중·저기술 제품생산을 담당했던 것과 최근 인민폐 절상, 평균임금 상승, 노령화 사회 진입 등의 추세는 중국의 제조업 경쟁력 상실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생산비용 지수로 보면 멕시코, 인도, 중국 순으로 투자환경이 좋은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의 컨설팅사인 알릭스 파트너스에 따르면 중국은 제조업 생산비용에서 이미 멕시코와 인도에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비용 지수는 미국을 기준(100)으로 산출할 경우 멕시코(78), 인도(81)에 비해 중국(93)은 상대적으로 생산비용이 높은 편이다. 이에 비해 멕시코는 풍부한 노동력과 낮은 임금, 선진 시장에의 근접성, 낮은 물류비용 등으로 구미기업들의 새로운 투자지로 부상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많은 외투기업들은 중국에서 철수했거나 철수를 고려 중이다. 해외진출 미국기업 중 이미 첨단 생산라인 일부를 미국으로 다시 이전한 기업들이 많으며, 지난해 중국 진출 유럽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응답기업의 22%가 중국 철수를 고려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미국의 경제정책연구센터는 미국기업의 본국 회귀현상이 현재 시작단계에 불과하지만, 3~4년 내로 그 추세가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스턴 컨설팅그룹(BCG)도 2020년에는 중국에 있는 미국 기업의 15%가 미국으로 돌아올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 및 유럽에서는 금융위기로 실업률이 높아지자 일자리 창출 및 현지 수출경쟁력을 제고해 침체된 경기를 되살리기 위한 목적으로 제조업 부흥의 재공업화 정책을 펴기 시작했다. 제조기업 유치를 위한 토지 및 세수혜택 정책들이 마련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중국 제조기업들도 인건비 상승 및 중국 수출품에 대한 반덤핑세 부과에 대응해 구미지역 진출을 검토하고 있는 실정이다. 제일재정일보는 중국 파이프 제조기업인 진롱동관(金龍銅管)이 미국 알라바마에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고 보도(2013. 3. 6.)했다.
외국기업들의 중국 철수현상이 본격화되면 주요 기업 철수 시 관련 부품공장들이 함께 이전하는 연쇄현상이 발생할 수 있으며, 대외기술 의존도가 높은 중국의 제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중국의 제조기술 역량이 아직 낮은 상황에서 첨단기술 제조업이 구미 지역으로 빠져나가면 중국의 기술개발능력의 발전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미국과 유럽에서 재공업화가 진행되면 투자기업 유치정책뿐 아니라 대외수출 관련 정책에서도 적극적인 지원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향후 구미지역의 보호무역조치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존재하며 중국과의 무역 마찰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여 중국의 대외수출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제조업의 미래는?
외투기업의 철수현상으로 고부가가치 첨단 제조업 및 조립라인이 중국에서 빠져나가고 나면, 중국 제조업은 부품 및 원자재 위주로만 재편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은 아직까지 제조업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고 최근 정부 차원에서 산업구조의 고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만큼 향후 핵심기술의 개발과 습득을 통해 제조업을 빠르게 첨단화시키고 소프트웨어 환경을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또한 각종 세금우대 정책, 금융 정책, 정부지원 정책 등을 통해 제조업을 보호하고 인재 양성에도 적극 나서야만 현재 중국 진출 제조기업의 이탈을 방지하고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