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대기업 및 세계 각국은 신성장동력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를 늦추지 않고 있다. 경기 침체기 이후 성장한 기업은 침체기에도 R&D 투자를 확대하면서 침체기 이후를 대비하고 경쟁력을 확보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기업의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는 저조한 실정이다.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정부투자가 시급하나, 정부의 산업기술 R&D 투자재원(1/3~1/10 수준)은 타 경쟁국에 비해 매우 적은 게 사실이어서 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정부와 민간의 역량을 결집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미래지향적 생태계 구축을 유도할 정부의 역할이 시급하다는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세계시장에서 First Mover로 도약하기 위해, 우리의 강점을 잘 발휘할 수 있는 핵심 성장동력 분야를 발굴해 집중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산업핵심기술개발 추진계획에 따르면 국내산업은 노동-설비투자 중심의 자본집약적 성장이 한계에 봉착하고 세계시장에서 중국 등 신흥국의 약진이 두드러진 상황이다. GDP 대비 R&D 투자 비중은 꾸준히 증가했지만 선진국 대비 창의성과 기술혁신 능력은 여전히 미흡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세계 수출 1위
대기업·하드웨어에 편중된 불균형적 성장으로 산업 생태계가 견고하게 형성되지 못하는 등 산업의 기초 체력 약화도 한 몫 하면서 중소기업 성장 정체로 대·중소기업간 성장격차가 심화되고,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지닌 글로벌 전문기업군이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핵심부품(IT장비·센서 등), 시스템반도체(SoC), 소프트웨어 등은 여전히 세계 수준과 격차가 존재하고 있고, 하드웨어 위주 IT발전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어 우리경제의 잠재성장률 제고 및 경쟁국대비 비교우위 확보를 위한 전략산업 및 신성장동력 분야에 대한 집중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아울러 창조경제 생태계 조성과 글로벌 전문기업 육성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기반 창출이 필요하다.
세계 주요국, 신성장 동력 발굴 추진
세계 주요국들은 경제위기 극복 뿐 아니라 차기 글로벌 경제의 주도권 확보를 위해 R&D를 통한 신성장동력의 발굴·육성 관련 정책을 추진 중이다. 미국은 ‘국가혁신전략(2009, 2011)'을 통해 국가적 중대 산업분야를 선정하고 집중 육성해 경제 활성화를 모색하고 있다.
신성장동력으로 5대 분야(청정에너지, 생명공학, 나노기술, 첨단제조업, 항공우주, 의료기술, 교육기술)를 선정하고 2011년 2월부터 국가적 우선순위로 육성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는 ‘산업구조 비전 2020(2010)’을 통해 자동차 산업 의존에서 벗어나 다극중심의 산업구조로 재편하기 위한 신산업 분야를 육성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5개 전략분야(인프라수출, 차세대 에너지, 감성·문화산업, 의료·간호·헬스 등 사회적 과제해결, 로봇·우주 등 프론티어)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산업의 부가가치 및 고용창출을 도모하고 있다.
독일 역시 미래 시장을 선도하고 경제·사회·문화적 질을 향상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개발 및 기존기술의 혁신적 발전을 위해 ‘독일하이테크 전략 2020(2010)’을 밀고 있다. 5개 중점 추진분야(기후·에너지, 의료·식량 자원, 전기자동차, 안전, 통신)를 설정하고 관련 분야에서 새로운 시장이 창출될 수 있도록 기술혁신 정책을 펴나가고 있다.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중국은 경제체제의 발전적 전환을 계속적으로 추구하면서 ‘제12차 5개년 계획(2011)'을 통한 ‘7대 전략적 신흥산업’을 선정, 육성을 도모하고 있다. 7대 신흥산업별(신에너지, 전기자동차, 바이오 산업, 에너지 절약 및 환경보호, 신흥 정보산업, 첨단장비 제조업, 신소재) 세부 업종을 제시해 중점 육성하고 있다.
산업기술 R&D의 현주소
우리 정부는 산업 경쟁력 강화 및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해 그간 중장기 연구개발 사업 및 성장동력 프로그램을 지속 가동해 왔다. 산업부는 17대 산업분야 산업융합원천기술개발 사업(정보통신 포함)을 통해 2009년부터 올해까지 5년간 약 8조 2천억 원을 쏟아 붓는다. 지난해에는 미래산업선도사업을 신설, 2년간 490억 원이 투입되기도 했다.
정부는 세계 7대 기술 선진국을 목표로 11대 프로젝트(초고집적 반도체, 첨단소재기술, 차세대 자동차, 첨단생산시스템, 고선명 TV, 신에너지 기술 등)를 추진하고 있다.
5~10년 후를 대비, 10대 산업 및 38개 세부품목을 선정·지원하고 새로운 먹거리가 될 미래 신산업 창출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여기에 3대(녹색, 첨단융합, 고부가 서비스) 분야, 17개 신성장동력 분야를 집중 육성,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유도키로 했다.
그러나 문제는 남아있다. 투자효율성차원에서 효율적 재원 배분을 위한 정부·민간 역할 등 구분이 미흡하다.
효율적 재원 활용을 위해 기술수준과 국내기업 역량에 따라 정부·민간의 역할과 다양한 기술획득수단(단독개발, 공동연구, 구매)을 구분해 지원할 필요가 있지만 기술개발 과제를 백화점식으로 지원하고 있다.
특히, 대기업 조차도 투자가 곤란한 High-Risk, High-Return의 신산업 분야 R&D에 있어, 민간의 기술개발 리스크를 분담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제시하는 정부 R&D의 역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융합형 과제를 위한 개방형 프로세스 설계 미흡도 문제다. 개별 업종별 과제 발굴·기획으로 분야별 칸막이가 존재해 산업간·기술간 융합형 과제 도출이 곤란하다는 데 있다. MD, PD 등 국내 기술전문가 중심의 과제 발굴·기획으로 디자이너, 시장전문가, 해외전문가 등 다양한 전문가의 참여기회가 제한된 점도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산업 경쟁력 패러다임의 변화
산업경쟁력의 패러다임이 개별기술·제품에서 생태계 경쟁력으로 변하고 있으나, 정부 R&D 지원은 기존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생태계 중심의 R&D 연계시스템 부족으로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이 동반성장하는 건전한 산업생태계 조성 및 R&D사업화 성과가 성에 차지 않는 이유다.
기술개발 외에 관련 분야 기술간 연계, 사업화(비즈니스 모델) 및 인프라(인력, 장비 등) 등을 포괄한 생태계 창조형 R&D 과제 발굴이 필요한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자동차, 항공기, 전자제품, 소프트웨어 등 분야의 경우 부품·소재·장비 등을 개발하는 중소기업은 개발제품의 납품을 위해 대기업과 협력, R&D를 수행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산업·과제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화된 과제 추진도 문제점으로 도출됐다. 1990년도에 Fortune America 500으로 선정된 기업 중 2010년까지 500대 기업에 머문 기업은 약 24%에 불과, 기존 방식을 고수하면서 환경변화에 대응 못한 것이 원인이다.
산업·과제 특성에 따라 규모 및 사업기간, 지원방식이 검토되기보다 가이드라인(5년, 연간 100억 원 내외)에 따라 과제를 설계하거나 수행 과정에서 환경변화, 시장성 등 불확실성을 고려하지 않고 선형식으로 추진됐다. 과제수행 시 신기술 출현 등으로 사업추진 타당성이 없어졌음에도 기술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거나 기술개발 과정에서 환경변화를 반영한 목표 조정은없었다.
이에 정부는 기술수준 및 민간역량을 고려해 민간·정부 간 역할을 구분하고 기술개발이 아닌 기술획득 전략을 마련 투자의 효율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쟁력의 원천이 특정 기술·제품에서 ‘융합’ 또는 ‘생태계’ 중심으로 변하고 있는 만큼, 생태계 및 타 분야와 융합을 고려한 과제 발굴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R&D 성과 제고를 위해 산업·기술 특성을 고려해 규모, 사업기간, 수행 프로세스 등을 차별화한 맞춤형 설계 역시 필요하다.
기술개발 동시에 기술을 사업화로
정부는 투자의 효율성 제고를 위한 핵심 분야에 대한 집중 지원키로 했다. 우리나라의 특화된 자산을 바탕으로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있는 산업군 및 미래 유망품목을 발굴해 집중 투자한다는 전략이다. 융합형 과제 발굴을 위한 개방형 프로세스 역시 도입된다.
국내 기술개발 전문가 외에 해외 및 다양한 분야 전문가의 참여를 확대하고, 융합형 과제 발굴을 위한 기획 프로세스를 추가할 계획이다. 기술개발과 동시에 기술이 사업화로 이어지는 산업생태계 조성도 추진된다.
기술개발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을 고려하고 신시장 창출을 위한 인증, 인프라 등 전반적인 문제를 도출하기로 했다. 또한 국내외 기술수준 및 민간 역량에 따른 기술획득 전략을 마련하고 연구기관의 기술역량을 최대한 활용가능하도록 맞춤형 과제 설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산업기술혁신 5개년 계획과 연계해 추진
창의·소재부품·에너지산업 등 4개 분과위원회(산업부 국장 및 MD 중심) 및 27개 실무작업반(산업부 과장 및 PD참여)을 설치해 업종별 후보과제를 도출한다. 후보제품들을 통합·조정해 신규제품군을 발굴하고, 신규 제품군과 관련된 MD, PD들로 작업반을 새로 구성해 과제기획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직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산업 영역(C영역)에 대한 과제 발굴과 성장동력 및 고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필요하지만 개발 리스크가 커 민간의 R&D 투자가 어려운 분야에 대한 과제가 집중 발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