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플라스틱 3대 전시회 중 하나인 ‘차이나플라스’가 지난 5월 20일부터 23일까지 중국 광저우에서 열렸다. 이 전시회에 국내의 대표적인 석유화학 기업들도 참가해 중대형 전지, 태양광 전지, 수처리 등 미래 유망 제품의 소재로 사용되는 화학제품들을 소개했다. 전시회 가 열리는 기간 동안 대량 생산이 용이한 범용 제품보다는 부가가치가 있는 미래 유망 소재가 대대적으로 선보임에 따라 이러한 제품 개발에 각 기업들이 관심을 두고 있음을 드러냈다.
보고서는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이 최근 보여주고 있는 실적 부진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으로 신사업을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현재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2011년 하반기부터 부진한 실적을 보이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실적 부진에 대한 주요 요인으로 보고서는 세계 경제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은 가운데 가장 큰 시장인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세를 꼽았고 중장기적인 측면에서는 미래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어렵게 하는 것으로 공급적인 측면을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북미에서 경쟁력 있는 셰일 가스가 대량 개발되면서 북미 화학 기업들이 다시 범용 석유화학 제품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고, 2016년부터 저가 원료에 기반을 둔 범용 제품들이 미국에서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들 제품은 미국, 유럽뿐만 아니라 중국 시장에까지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세계 석유화학 산업의 성장 과정을 살펴보면 1910~1940년대에는 석유화학 산업이 태동하면서 다양한 신제품이 개발됐으며 1900년대 초 석유 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비교적 값이 싸고 사용이 편리한 석유를 이용하는 산업들이 성장했다. 특히 제1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석유 제품들은 운송용 제품으로 본격적으로 사용됐고 각 기업들은 석유에서 생산되는 경유와 등유 외에 나프타를 이용한 화학제품 개발에 관심을 가지고 제품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이후 1930년대를 지나면서 듀폰(DuPont)의 나일론 등 다양한 제품들이 개발됐고 석유화학 산업은 본격적인 성장을 시작했다. 당시 새로 개발되는 화학제품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한 획기적인 제품들이었고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과거에도 화학 산업은 있었지만 주원료로 석탄을 이용했다. 석탄의 경우 고체이기 때문에 운송이 쉽지 않고 대량으로 취급하기가 어려워 확대가 제한적이었다. 그 후 석유가 개발되면서 부산물로 비교적 취급이 용이한 나프타가 쏟아져 나왔고 이를 이용해 다양한 제품이 개발됐다. 1950~1970년대는 석유화학 산업이 폭발적인 성장을 하면서 기업들의 참여가 확대되던 시기다. 이 기간 동안에는 석유화학 제품을 사용하는 분야가 늘면서 석유화학 산업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기존 화학 기업들은 물론 석유 개발을 하는 기업들도 사업 수직 계열화를 바탕으로 적극 참여한 결과 1960년 말에 접어들면서 점차 공급 과잉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 기간 동안에는 제품 개발보다는 새로운 응용 분야를 적극 모색했다.
1970~1990년대는 두 차례에 걸친 석유 파동이 일어나면서 석유화학 사업의 위기가 닥쳤다. 1973년 제4차 중동 전쟁이 발발하면서 주요 원유 생산국들인 중동 국가들이 감산과 가격 인상을 단행했고 이에 따라 세계는 큰 폭의 물가 상승과 함께 경제 성장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게 된다. 초기에는 석유화학 제품의 가격 인상을 염두에 두고 미리 사두려는 수요 때문에 오히려 수요 성장 폭이 더욱 커졌다.
하지만 수요 성장이 둔화되면서 점차 설비 과잉이 가시화되기 시작됐고 이후 이란의 회교 혁명에 이어 이란-이라크 전쟁이 발발하면서 2차 석유 파동이 일어났다. 이때부터 석유화학 경기는 크게 영향을 받았다. 여러 범용 제품들의 설비들은 가동률 하락이라는 문제에 직면했고 급기야는 크게 적자를 보는 기업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하던 석유화학 산업의 큰 변화가 나타났다.
2000년 대 이후 선진국에서는 점차 석유화학 수요가 정체되고 있는 반면, 중국 등 신흥국에서는 경제 성장에 힘입어 본격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저가 원료를 기반으로 한 중동 기업과 대규모 시장을 등에 업은 중국 기업들의 위상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여러 가지 새로운 석유화학 제품이 개발되고 있긴 하지만 과거와 같은 시장 파괴력이 없는 상황이어서 석유화학 시장은 성장기 후반 내지 성숙기에 접어든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듀폰, 지속적인 변화 추구
듀폰은 1802년 화약을 만들면서 화학 사업을 시작한 회사다. 창사 이래로 지금까지 취해 온 전략 방향은 주로 경쟁 기업이 가지고 있지 않는 제품을 개발해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자는 프로덕트 리더십(Product Leadership)에 기반한 전략이다.
듀폰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석유화학 제품들이 많다. 우선 나일론을 들 수 있다. 나일론은 1938년 개발됐던 당시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군용 낙하산에 사용되는 등 특수 용도로 사용됐으나 나일론을 사용한 스타킹과 같은 새로운 제품이 탄생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 외에도 1938년 개발된 테프론(Teflon), 1960년에 개발된 델린(Delrin) 등의 제품들은 지금도 자동차, 전자, 생활용품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되고 있을 정도로 획기적인 제품이다. 듀폰은 이러한 신제품 개발 노력을 바탕으로 석유화학 시장 창출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
그러나 석유화학 산업 붐이 한창일 때 듀폰은 석유화학 사업의 전환을 시도했다. 1956년 기초 석유화학 제품에 대한 생산 확대를 더 이상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는 다우, 유니언카바이드(Union Carbide) 등 화학 기업뿐만 아니라 쉘(Shell) 등 여러 석유 기업들이 수직계열화를 통한 원가 경쟁력을 기반으로 시장에 적극 진입하면서 듀폰의 석유화학 사업의 경쟁력이 약화될 것으로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1959년에 크게 두 가지의 사업 전략을 추진하기로 한다. 첫째는 적극적인 해외 시장 확대를 통해 성장 동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겠다는 것이고 둘째는 회사의 다양한 보유 역량을 조합하거나 최적화해서 새로운 제품 개발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새로운 제품 개발을 자체적으로 진행해 왔으나 한계에 달했다고 판단, 이때부터는 벤처 투자 등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신제품 개발을 1960년대 말까지 추진했다. 이후에는 획기적인 신제품 개발이 점점 어렵다고 판단하고 제품 공정의 상업화나 개선 등에 중점을 두는 연구를 주로 하기 시작했다.
1970년대 석유 파동 이후 Conoco를 인수하는 등 안정적인 원료 확보를 위한 활동을 확대하고 회사 보유 역량에 기반한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중장기 리스트럭처링(Restructuring) 전략을 펼친다. 1984년 Conoco내 사업이지만 듀폰과 관련이 없는 비닐 관련 제품 생산설비는 물론 패키징, 우레탄 고무 사업 등도 매각했다.
반면, 역량이 있다고 판단했던 섬유 관련 사업 및 페인트 사업은 지속적인 인수를 통해 사업을 확장했다. 1984년 Exxon의 탄소섬유 사업을 인수했을 뿐만 아니라 1989년 Hercules의 섬유 카펫 사업을 인수했다. 또한 포드의 페인트 사업부를 인수했고 1998년 페인트 등 코팅 전문 회사인 Herberts를 인수하면서 자동차 코팅 분야의 1위로 자리매김하는 한편 페인트 등 당시의 고부가 사업 확대에 적극적이었다.
듀폰의 이러한 전략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1980년대 중반부터 농업 바이오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에 많은 투자를 해왔으며 자체 연구 개발뿐만 아니라 바이오 기술 회사인 Pioneer 지분을 인수했다. 또 Optimum Quality Grains라는 합작회사 형태의 연구 개발 회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병충해에 강한 다양한 품종을 개발했고 2000년대 들어서는 바이오 분야에서의 신제품 개발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 하에 투자를 더욱 늘리고 있다. 최근 바이오 리파이너리 공정 개발뿐만 아니라 Sorona 제품 개발 등 바이오 화학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듀폰은 2004년 섬유 사업의 상당 부분을 매각하면서 현재는 바이오 관련 사업 매출이 전체 매출의 약 43%를 차지할 정도로 바이오 기술 기반의 회사로 변모하고 있다.
다우케미칼, 점진적인 다운스트림 사업 확대
다우케미칼(이하 다우)은 공정 리더십(Process Leadership)에 기반한 원가 경쟁력을 추구했다. 다우는 석유화학 산업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전에 브롬과 염소와 관련된 화학제품을 생산해 왔다.
특히 1920~1930년 기간 동안에는 염화 칼슘, 염화 마그네슘 등 마그네슘/칼슘 컴파운드 제품의 강자였다. 석유화학 사업은 1930년대에 본격적으로 시작됐는데 처음에는 석유 개발 과정에서 쓰이는 화학제품을 대량 생산하면서 대규모 생산 설비의 공정 설계 등의 기술력이 축적됐다.
1950년대에는 올레핀, 방향족, 그리고 기타 기초 석유화학 제품 및 플라스틱 생산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특히 그동안 다우에서 축적해 온 염소 관련 기술을 바탕으로 PVC를 대량 생산하고 플라스틱 백이나 클리너 등 실제 응용 제품을 직접 생산하면서 석유화학 제품의 사용 분야를 더욱 확대시켰다.
한편 다우는 오일과 가스를 대규모로 확보하고 파이프 라인을 구축하는 등 원가 경쟁력을 위한 수직 계열화에도 집중했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회사의 주요 목표는 비용 리더십(Cost Leadership)과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범용 화학제품을 최대 규모로 확보하고 최고의 수익을 내는 회사가 되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1950년대 중반 이후에는 내수 시장에만 머무르지 않고 해외 시장에 관심을 두고 직접 투자나 합작회사를 통해 적극 진출하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으며 그 결과 1940년대 말 해외 매출 비중이 약 5%에서 1991년 52%로 급증했다.
그러나 1970년대 석유 파동으로 인한 석유화학 사업의 위기가 찾아오고 회사의 실적이 악화되면서 기존과 확연히 다른 새로운 전략과 조직을 세웠다. 기초 화학 및 플라스틱 분야에서의 강점을 살리면서 비교적 부가가치가 높은 플라스틱 생활용품과 농화학 같은 스페셜티 화학제품의 판매 비중을 50%로 늘리겠다는 제품 포트폴리오 전략을 세웠으며 이를 위해 각 국가별로 독자운영 조직 형태를 바꿔서 각 지역별 조직을 통합 운영하기로 했다.
1980년대 초 다우는 석유와 가스 사업을 매각했고 같은 시기에 브롬 사업도 처분한 반면 생활용품 플라스틱, 산업용 스페셜티 화학제품 사업은 확대했다. 생활용품 생산 판매 업체인 Morton Thiokol의 플라스틱 관련 사업 부문과 Dompak를 인수했고 폴리우레탄 폼을 생산하는 Upjohn, 수처리 분리막 기술을 보유한 Film Tec 그리고 농화학 회사인 United Agriseeds 등을 인수했다.
1979년 다우 사업의 약 85%가 기초 석유화학 및 범용 플라스틱이었지만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1987년 기초 석유화학 제품과 플라스틱 제품 매출 비중이 48%로 줄어들었고 나머지 52%는 생활용 화학제품, 그리고 산업용 화학제품들이었다.
하지만 기초 화학 및 범용 플라스틱 사업의 비중을 단순히 축소한 것만은 아니었다. 1990년 중반에도 경쟁력을 가진 기초 화학 및 범용 플라스틱 설비를 새롭게 증설했고 기존 범용 제품 생산 공정의 기술 개선을 위한 연구 개발도 지속했다. 대표적인 사례로서 1993년 메탈로센 촉매를 이용한 폴리에틸렌 생산 신공정 ‘Dowlex’를 개발한 경우를 들 수 있다.
메탈로센 촉매를 사용하면 기존 공정에 비해 생산성을 대폭 향상시킬 수 있고 더 좋은 품질의 제품 생산이 가능하다. 대표적인 범용 제품인 폴리에틸렌 중에서 메탈로센 촉매를 사용해서 만들어진 제품은 지금까지도 다른 폴리에틸렌 대비 높은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중국 기업과 함께 중국에 석탄을 원료로 한 대규모 범용 석유화학 제품 생산 설비에 투자했고 브라질에선 식물 자원을 원료로 사용한 폴리에틸렌 생산 설비에 투자하는 등 저가 원료 기반의 범용 제품 생산 설비에 지속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다우의 경우 위기가 닥쳤을 때 이를 극복하기 위해 조직에 변화를 주면서 원가 경쟁력을 기반으로 부가가치가 높거나 플라스틱 생활용품에 집중함으로써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또한 적극적인 해외 진출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었고 현재 석유화학 산업을 이끌어가는 일류 기업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 산업 동향
1962년 건설된 울산 공업 지구에 정부의 중화학 공업 육성 정책에 의해 석유화학 공업 단지가 들어선 이후 국내 석유화학 산업은 비약적인 발전을 해왔다.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의 경우 초기 석유화학 산업에 진입할 때 정부의 협조 하에 경쟁력 있는 대규모 산업 단지를 세우고 이후 지속적으로 성장했다.
2000년 대 초 세계 경기 악화로 일시적인 어려움을 겪긴 했으나 중국 시장의 부상으로 다시 경기가 회복되면서 상당 기간 동안 높은 성과를 이뤘다. 그러나 최근 저가 원료에 기반한 설비들이 늘어나고 중국 경기가 둔화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실적 개선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보고서는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향후 환경이 개선될 요인보다 중국 성장 둔화, 저가 원료 기반의 북미 설비 확대 등 악화될 요인이 더 많기 때문에 전체 석유화학 경기가 좋아진다고 하더라도 예전과 같은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지적하고 따라서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이 향후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려면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