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례 성지순례(하지)에서 약 2천명에 달하는 사상자가 발생해 혼란스러운 상황인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에서 메르스가 다시 창궐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사우디에 진출한 국내 기업의 각별한 주의가 요청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백재현 의원(경기 광명갑)이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이하 ‘코트라’) 중동·아프리카·CIS팀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사우디 내 5월 이후 7월까지 감소 추세였던 상황과 대조적으로 8월부터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코트라에 의하면 사우디에는 현재 42개사 1,000여명의 우리 주재원이 거주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청되는 상황이다. 코트라 리야드 무역관은 과거 사우디에서의 메르스 발생은 낙타와 접촉이 빈번한 소도시 중심이었으나, 최근에는 수도 리야드에서 발생하는 추세여서 한국 기업에게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코트라가 백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사우디아라비아 보건부는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음 메르스 감염자가 확인된 이후 2015년 9월 24일까지 총 1,249명 감염, 532명 사망, 43% 사망률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중 작년 하반기 메르스 감염자 및 사망자 수는 111명 감염, 63명 사망이었고, 올 상반기 메르스 감염자 및 사망자 수는 216명 감염, 105명 사망이었다. 7월 15명 감염(7명 사망)으로 잠시 진정세를 보이던 추세는 8월 127명 감염(42명 사망)으로 급반전해 폭증세를 보였고, 9월에도 24일까지 65명 감염(23명 사망)으로 진정세로 돌아서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기존 사우디 메르스 발병이 낙타 사용이 빈번한 소도시 위주로 진행된 반면, 현재 메르스 감염 사례는 수도 리야드를 중심으로 발견되고 있다는 점으로 이는 대도시 중심으로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에게 심각한 위협 요소가 될 전망이다. 백재현 의원에게 제출한 코트라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사우디아라비아내 메르스 감염자수는 총 216명으로 이중 91명(42%)이 리야드에서 감염됐고, 7월부터 9월 24일까지 총 감염자 207명 중 178명(86%)이 리야드에서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사우디에는 총 42개 우리 기업에서 1,000여명의 주재원이 파견돼 있는데, 수도 리야드에도 삼성물산(255명), 삼성전자(4명), 현대중공업(2명), LG전자(11명), 두산중공업(6명), 대한항공(3명), 포스코건설(2명), STX중공업(20명) 등 다수의 주재원이 거주하고 있고, 코트라의 리야드무역관에도 직원 3명 및 가족 6명이 주재하고 있다.
이런 폭증세를 반영하듯 사우디 당국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데, 코트라에 따르면 사우디 보건부 감염예방통제국장이 8월 리야드내 메르스 확산의 주요 원인으로 병원내 2차 감염 예방을 위한 적절한 감염통제 조치가 미흡했던 점을 지적했고, 같은 달 19일에는 사우디 보건부 차관이 리야드내 메르스 확산과 관련해 리야드 소재 병원 책임자들과 긴급 간담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또한 9월 11일 사우디 정책당국은 8월 이후 사우디아라비아내 메르스 감염자 급증에 따라 하지 순례기간 동안 성지인 메카와 메디나내 낙타 도축 및 낙타 출입을 불허한다고 발표했다. 성지순례객은 하지 기간 동안 낙타, 소, 양 등을 도축해 나온 고기를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는 전통 의식을 수행하나, 금번 조치로 낙타 반입 및 도축 금지됐다. 코트라 중동·아프리카·CSI팀에 의하면 올해 성지순례객은 200만명으로 추산고, 여기에는 국내 체류 내외국인 무슬림 성지순례객도 200여명 정도로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백재현 의원은 “올해 메르스 환자를 국가별로 보면 사우디아라비아와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환자가 전체의 95%에 달하는만큼 사우디 상황은 항상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며, “사우디 현지에 있는 우리 기업인들의 수가 1,000명이 넘고, 대규모 인파가 몰려 메르스 전파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성지순례 기간 중 하지에 참여한 국내 체류 인원도 적지 않은 것을 고려한다면 더욱 그러하다”고 강조했다.
백 의원은 “코트라 중동팀에서 제출한 자료를 보면 최근 메르스 급증 사태는 한국 기업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돼 있지만, 리야드무역관에서 최근 직접 작성해 코트라 해외비즈니스 정보 포털 ‘글로벌 윈도우’ 현장정보에 게재한 '사우디의 메르스 발생 현황 및 한국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보면 최근 에는 과거와 달리 수도 리야드를 중심으로 메르스가 발생하기 때문에 현지 진출 한국 기업에게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정반대의 판단을 내리고 있다”는 점을 피력했다. 이어 “정부가 메르스의 사실상 종식을 선언한 이후에도 이틀에 하루꼴로 의심자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코트라의 안일한 인식은 호미로 막을 수 있는 일을 가래로도 못 막게 될 상황을 만들 수 있으므로 항시 경계를 늦추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주문했다.
한국기업 영향과 관련 코트라 측은 "사우디 무역관 확인결과, 메르스는 사우디 현지에서 3년 전부터 이슈가 됐기 때문에 최근 상황은 비즈니스 당사자들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지 않다고 전해왔다"며 "현지 진출 한국 기업들의 피해사례도 발견되지 않으며, 진출기업 확인결과 메르스는 비즈니스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것이 지배적임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무역관에서 방한 바이어를 섭외하거나 현지 무역사절단 상담 등을 주선할시 한국의 메르스 사태를 언급하거나 우려하는 바이어는 없었으며, 현지 행사는 모두 예정대로 추진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10월 26일부터 29일까지 개최되는 ‘사우디 리야드 국제 건축전’에도 참가기업 9개사가 예정대로 참가하되, 사업수행 시 사업 참가기업들에 현지상황을 안내하고, 안전수칙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