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대기업 중심으로 발달한 한국 경제의 불균형 문제가 지적되면서, 국가 경쟁력을 이끌고 있는 이탈리아의 장인기업 문화가 재조명받고 있다. 한국이 이탈리아의 사례에서 취하고 버릴 것은 무엇일까?
이탈리아의 장인기업은 총 140만 개로, 약 290만 명이 장인기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장인기업의 95%는 전체 종업원 수 10명 미만의 소규모 형태다. 그럼에도 이들 장인기업이 창출하는 부가가치는 이탈리아 전체 GDP의 12%를 차지한다. 그만큼 유럽 경제 위기 속에서 자국경제의 대들보 역할을 해왔다.
이탈리아 장인기업이 이처럼 발전할 수 있었던 원인은 △가족중심 기업문화와 기술 축적 △생산특화 클러스터를 통한 유기적 협업 △미(美)와 창의성을 추구하는 장인정신 △대기업과의 대등한 비즈니스 관계 △정부 및 EU의 세제 지원 등이다.
한국 기업과 이탈리아 장인기업은 품질과 해외 진출을 중시하는 점에서 유사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달리 이탈리아 장인기업은 가격보다 기술우위와 전수에 주력하고 대기업과 비교적 대등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특히 이탈리아는 지역 생산협력 체계를 구축해 대기업과 능동적인 협업 관계를 발전시켜 왔기 때문에 오랜 세월 생산시설 확충이나 현대화 없이도 대량 주문에 대처할 수 있었다.
한국도 산업단지와 더불어 대기업을 멘토로 하는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설립, 정책적으로 지역기반 클러스터를 육성중이다.
클러스터의 핵심은 분업체계 형성과 네트워킹을 통한 신기술, 지식 창조에 있다. 이에 KOTRA 밀라노 무역관은 “단순히 부지와 부수적인 혜택 제공만으로 기업들을 유인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이탈리아로부터 클러스터 내에 상생 네트워크를 활성화시키는 노하우를 배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한 “이탈리아 클러스터가 특별한 입지조건보다는 지역문화를 바탕으로 형성된 것처럼, 한국도 지역 경쟁력이 발휘되는 분야를 중심으로 구성주체를 모집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한국기업은 규모에 비해 뛰어난 해외 마케팅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유럽시장 포화와 세계화 추세로 신흥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는 이탈리아 기업들에게 최적의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밀라노 무역관은 “우리 기업들은 중국, 동남아 등 명품에 대한 신규 수요가 많은 지역에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어, 명품 기술을 보유한 이탈리아 장인기업과 함께 공격적인 시장진출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