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빅데이터와 IoT시대가 도래 하면서 개인정보 유출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개인정보 보호의 필요성은 모두가 공감하고 있지만, 그 범위와 강도에 대해서는 국가마다 견해가 다르다. 자유로운 개인정보 이용은 IT산업의 발전을 가속화하고 사회적 투명성을 높인다는 장점이 있지만, 사생활 침해와 각종 개인정보가 범죄에 활용될 수 있다는 치명적인 문제를 야기한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비교적 자유로운 개인정보 사용을 허용하는 미국의 경우, IT산업의 큰 발전을 이뤘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소비자가 명시적으로 거절하지 않는 한 쿠키를 수집할 수 있고, 수집한 쿠키를 바탕으로 타겟광고를 할 수 있다. 인터넷의 구조나 쿠키가 무엇인지 잘 모르는 일반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사실상 개인정보를 동의 없이 수집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니냐는 비판도 있지만, 그만큼 혜택도 있다. 자신이 원하는 광고를 볼 확률이 높아지면서 검색을 하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기업들은 보다 적은 돈으로 효율적인 광고를 할 수 있게 된다.
공유경제에서도 개인정보 이용은 중요하다. 미국의 차량 공유기업이나 주거 공유기업은 범죄경력을 조회할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한 서비스 제공자들을 배제하고 소비자들에게 안전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범죄자나 정신질환자 리스트를 구입하거나, 범죄경력 앱을 이용할 수 있다.
개인정보의 이용은 사회적 투명성도 제고한다. 미국은 공직자는 물론 일반인의 재산과 주택, 계좌 등을 조회할 수 있어 탈세나 뇌물수수 등이 어렵고, 가명이나 차명으로 재산을 은폐할 수도 없다.
또한 법제도의 신뢰를 높이기 때문에 정부와 시민 간 상호 신뢰가 두터워 법제도의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미국의 소비자 도산법은 소비자들의 부채를 관대하게 탕감해 재기를 돕고 있는데, 이는 채무자들이 대출한 자금을 횡령하기 어렵다는 신뢰에 기인한다. 한국도 비슷한 도산법을 가지고 있지만, 채권자들이 채무자의 재산을 조사할 방법이 없어 횡령 의혹이 많이 제기되고 있다.
반면, 유럽은 소비자의 개인정보를 엄격하게 보호하고 있어 IT산업의 혁신이 더딘 편이다. 게다가 2012년부터 개인정보 규제를 보다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 기업들의 우려가 크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도 지나친 개인정보 보호 규제로 자국의 IT산업 경쟁력이 저하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빅데이터와 IoT의 발달에 따라 미국에서도 개인정보 보호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2020년까지 네트워크에 연결된 디바이스의 수가 500억 개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만큼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기기와 센서가 폭증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피해의 강도도 훨씬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에는 신용카드의 부정결제나 불법 계좌 이체 등 재산적 손실이 주류를 이뤘다면, 신체에 부착하는 IoT 기기들은 신체적 피해를 가져올 수도 있다.
한국의 경우, 유럽처럼 엄격한 개인정보 보호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어떤 부분에서는 더 엄격한 부분도 적지 않다.
이에 LG경제연구원의 문병순 책임연구원은 “한국이 글로벌 기준과 비교해 과한 부분은 없는지, 그렇게 해야 할 충분한 근거가 있는지 등을 검토해야 한다”면서 “100% 정보보호는 불가능하므로, 특정정보가 누출됐을 경우, 치명적인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개인정보 보호와 IT산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비식별화 기술이나 보안기술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