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대기업이 골목 상권까지 장악하는 바람에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들의 설 땅이 점점 좁아지고 있습니다”
서울시 구로구 공구유통상가 내에 입점해 있는 계양종합공구 이영설 부장의 탄식 소리가 들려왔다. 대기업들이 영세한 공구 시장까지 무차별 침투하고 있어 영세 상인들의 좌절 깊이도 남달라 보인다.
단순히 ‘대기업은 안된다’라는 논리가 아니다.
깊어지는 불황 속에 대기업이 기존 적합 업종은 물론, 신규 진출 업종이 확대되면서 대기업들과 동네 상인들의 골목 전쟁이 계속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8일 계양종합공구 점포 앞을 지나면서 우연히 눈에 띈 것은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중고공구들이었다.
“수리를 의뢰해 놓고 경영이 어려워진 나머지 1년 이상 찾아가지 않은 제품들입니다. 주된 사업은 아닙니다”
이영설 부장은 이 회사 직원으로 입사했다. 그리고 가게를 인수하면서 본격 사업을 벌였다. 이 자리에서만 25년간 고객과 거래했다. 1981년 구로기계공구상가가 조성된 점에서 보면 구로공구상가 역사와 궤를 같이해온 산증인이다.
그런 그가 “아무리 무한 경쟁시대라고 하지만, 상황이 너무 안 좋습니다. 설비투자도 위축되면서 자그마한 공사조차도 문의하는 사람이 없습니다”라고 토로했다.
단순히 경제가 위축된 탓일까.
“대한민국 기능인들이 국제기능올림픽대회를 석권하다시피 금메달을 손에 거머쥐고 돌아오지만, 대우를 받지 못하는 국내 현실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기능공에 대한 처우개선이 시급하다는 말로 풀이된다. 공고를 졸업한 친구들도 하나둘씩 산업계에서 손을 떼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기초 문화가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문제로는 직원 채용이다. 제대로 공구를 판매하려면 20년여 정도는 이 계통에서 버텨줘야 하는데 1년도 안 돼 그만두는 바람에 그에 대한 리스크를 안고 갈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호소했다. 그만큼 훈련만 시켜준 셈이다. 운영하는 입장에선 부담될 수밖에 없다.
대부분 고객은 영세 건설업자들, 소위 인력장사를 하는 사람들이다. 직원 월급과 월세, 관리비는 물론 부대비용을 제하고 나면 손에 쥐는 금액은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결론이다.
그런데도 그가 손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손에 묻은 기름칠은 거짓말하지 않는다’는 생각 때문이다.
열정과 도전 정신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이 부장은 "대기업과 중소상인들이 공생하는 분위기가 만연해지는 그 날을 생각하며, 오늘도 달려갈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