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서울 강서구 염창동에 소재한 H사는 지난 2006년에 설립돼 IT관련 제품을 개발하는 연구중심의 기업이다. 창사 초기 내비게이션과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장치 등을 개발하던 회사는 2007년 기술연구소를 설립하고 다년간의 연구개발의 노력 끝에 내비게이션 연동 블랙박스를 개발했다. 이어 자체브랜드를 출시해 국내외 블랙박스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기술과 품질로 승부하기 위해 다수의 특허를 등록했으며, 업계 최초로 품질보증 마크 등을 획득했다.
초창기 내수시장을 중심으로 판매하던 H사는 꾸준히 해외시장 진출을 타진해 미국 시장에 먼저 진출하게 되었고 이후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유럽연합(EU), 호주 등 다수의 국가로 시장을 늘려갔다. 수출대상 국가들 가운데에는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나라로의 물량이 증가해 H사는 FTA의 수혜업체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이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인력난이었다. H사는 해외영업부 대리 1인과 구매팀 과장 1인이 FTA 업무를 병행하고 있었는데 관련 지식이 없었고 FTA 교육도 수강한 경험이 없었던 터라 해당 업무를 진행하기에 어려움이 많았다. 그렇다고 중소기업 사정상 전담 인력을 새로 채용하기도 쉽지 않았다. 바이어들로부터 FTA 특혜를 받을 수 있도록 원산지증명서를 발급해 달라는 요청이 쇄도했지만 제대로 된 대처를 할 수 없어 발만 구르고 있었다.
중소기업의 FTA 활용 여부는 최고경영자(CEO)의 결단에 달려 있다. H사도 마찬가지였는데, 다행히 평소 FTA에 대한 관심도가 높았던 CEO가 적극적인 지원과 대응에 나섰다. 회사는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진행하는 ‘FTA 대행 컨설팅’을 신청했고 관세법인의 지원을 받아 그동안 부딪친 모든 실무상 애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관련 교육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FTA 전문가 수시로 회사 방문해 밀착지원
H사의 상황을 파악한 중소기업진흥공단 FTA 컨설팅 전문가(이하 컨설팅 전문가)는 FTA 대행 컨설팅을 통해 기초부터 FTA 업무역량 확보를 위한 체계적인 지원을 실시했다. 월 2회 업체 방문을 원칙으로 하되, 필요시 추가 방문을 실시했다, 방문 컨설팅을 통해 FTA의 정의 및 전체적인 FTA 업무 흐름에 이어 각 단계별로 해야 할 일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시급한 업무도 지원키로 했다.
무역의 전체 흐름에서 봤을 때 FTA 활용 여부는 ‘비즈니스 기회 포착’(자사 생산물품 협정 대상여부 및 FTA 세율·원산지 기준 이해, 비즈니스 전략 수립) → ‘생산’(자사 생산물품의 원산지 기준 충족여부 확인. 미 충족시 생산방법 변경) → ‘수출’(FTA별 원산지증명서 발급 및 원산지 증명에 필요한 각종 입증서류 완비) → ‘검증’(상대국 세관의 검증 준비) 등에 대응할 수 있는지를 놓고 판가름하게 된다.
H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원산지증명서(C/O) 발급을 위한 다양한 제품군과 복잡한 소요부품 자재명세서(BOM)를 작성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완제품과 원재료·부분품의 정확한 HS코드 분류 및 원산지 업무를 해본 경험이 없는데다가 원재료 및 부분품을 공급하는 협력업체들의 원산지 관리 능력도 기대할 수 없어 이들이 발급해줘야 하는 원산지(포괄)확인서를 받을 수도 없었다. 총체적으로 업무를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컨설팅 전문가는 첫 방문에서 H사의 주요 수출물품인 블랙박스의 수출현황과 관세율 및 그에 따른 실익을 고려해 5개 FTA 협정국(아세안·캐나다·미국·호주·EU)과 7개 모델(LK-7900·LK7200·LK-9300·LK-9350·LK-9700·LK-7950·LK-9750)을 컨설팅 대상으로 선정했다. 컨설팅 대상으로 선정한 7개 제품에 대해서는 각 원재료별 HS코드를 분류해 BOM을 작성하는 한편, 컨설팅 요원들이 회사 직원들과 함께 직접 연구소를 방문해 실제 제조공정을 확인하는 등 이론 및 실습을 통해 함께 제조공정도를 작성했다.
이 가운데 LK-7200, LK-9300, LK-9350, LK-9700 모델의 경우 제품의 업데이트가 잦은 특징을 가지고 있어 기존에 작성된 BOM과 제조공정도는 새로 수정해야 했다. LK-7950, LK-9750모델은 한-EU FTA의 원산지결정기준이 MC50으로 확인되어 충족을 위해서는 거래업체로부터 원산지확인서 수취가 이루어져야 했다. 그러나 원산지확인서 발급에 어려움이 있는 영세 협력사들이 많았으며 FTA 컨설팅을 통한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었다.
컨설팅 전문가는 H사를 대신해 협력사들에게 FTA별 원산지 관리 및 품목분류 방안을 교육했고 생산과정상의 원산지 관리 체계를 완성했다. 또한 회사의 원산지관리 전담자들은 추가 컨설팅을 통해 BOM과 제조공정도 작성이 완료된 제품의 원산지증빙서류(원산지소명서, 물품설명서 등)의 작성 방법도 교육 받았다. 유관기관의 밀착지원 덕분에 H사는 추후 국내산 판정 제품에 대한 원산지증명서 발급시 필요한 증빙서류 준비를 모두 완료했다.
품목별 원산지 인증수출자 획득 성공
컨설팅 전문가는 한-아세안 FTA의 경우 H사가 품목별 원산지인증수출자 인증을 받게 되면 원산지증명서 발급 시 제출서류 간소화 및 시간 단축의 효과가 있으므로 회사의 현 상황에 필수적으로 인증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원산지결정기준 충족이 확인된 LK-7900모델의 품목별 원산지인증수출자 인증절차를 진행해 2015년 6월 8일 LK-7900의 한-아세안 FTA 품목별 원산지인증수출자 인증을 획득했다.
컨설팅 전문가는 인증 기간 중 사후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인증된 사실과 변경(상호·주소·대표자 성명·원산지관리전담자) 사항이 있는 경우, 신청 세관장에 신고해야 하며, 인증사항에 실질적인 변화가 있는 경우 인증이 취소될 수 있는 사항 등을 담당자 교육을 통해 설명했다. 또한 사후검증에 대비해 수출물품의 원산지결정기준 충족여부에 대한 지속적인 검토가 필요한 부분을 거듭 강조했다.
한편, 원산지증명서는 발급주체에 따라 기관증명방식과 자율증명방식으로 구분되며, FTA 협정별로 규정하고 있다. 아세안, 싱가포르, 인도는 기관증명방식을, 칠레,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EU, 미국은 자율증명방식이며, 페루는 최초 5년간은 기관증명방식과 자율증명방식을 병행하고 6년차(2016.8.1)부터 자율증명방식만으로 운영된다.
FTA 활용 직후 수출 급증
원산지증명서 기관발급의 경우 관세청이 운영하는 전자통관서비스인 ‘유니패스(UNI-PASS)’와 상공회의소에서 운영하는 무역인증서비스센터를 통해 신청이 가능하므로 컨설팅 전문가는 처음 발급시 서명등록 및 공인인증서 등록 등에 어려움이 생길 점을 고려해 원산지증명서 발급 시뮬레이션 교육을 실시했다. 자율발급도 사전에 원산지 판정이 이뤄져야하며 발급 후에도 원산지증명서 발급대장에 발급내역을 기입해 관리하는 것은 물론 증빙 및 관련서류를 5년간 보관해야하기 때문에 관련 매뉴얼을 전달해 체계적 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H사는 컨설팅 전문가의 지원으로 원산지증명서 발급 및 FTA 업무 진행에 대한 애로사항을 일부 해결하게 됐다. 한-아세안 FTA 체결국 바이어의 FTA 원산지증명서 발급요청에도 적극대응이 가능해졌으며, 해외영업 담당자는 태국과 인도네시아에 소재한 업체와 FTA 특혜 원산지증명서 발급을 조건으로 거래를 성사시켜 수출시장을 확장시켜 나갔다.
이에 따라 H사의 연도별 매출액은 2012년 65억 원에서 2013년 40억 원으로 주춤했다가 2014년 60억 원으로 다시 상승곡선을 그렸으며 2015년에는 상반기에만 88억 원을, 연간 전체로는 150억 원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수출액도 2012년 7천만 원, 2013년 8억2천500만원, 2014년 12억 원으로 늘었으며 올 상반기에만 11억9천만 원을 기록했다. 연말까지 19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기업진흥공단 FTA 대행 컨설팅을 진행해 한-아세안 원산지증명서 발급이 가능해진 이후 매출 및 수출이 급격히 증가한 것이다.
한-아세안 FTA 품목별 원산지인증수출자 인증으로 FTA 원산지증명서를 발급받게 됨에 따라 태국의 수입자는 관세 5%를 내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또한 현재 계약을 진행 중인 인도네시아 업체와 거래가 성사되면 수입자 측에서 2016년 10%에서 5%로 관세가 인하되는 혜택을 볼 수 있다.
H사는 한-아세안 FTA 품목별 원산지인증수출자에만 그치지 않고 LK-7950, LK-9750 제품에 대해 주요 수출국인 한-EU FTA 품목별 원산지인증수출자 인증을 받기 위한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한-EU FTA 품목별 원산지 인증수출자로 인증된다면 FTA 특혜관세를 활용할 수 있게 되어 매출액 증대가 예상된다.
더불어 H사는 원산지관리 시스템의 적극적인 활용을 위해 국제원산지정보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FTA-PASS’(www.ftapass.or.kr)를 도입했다. FTA-PASS는 중소기업들에게 무료로 제공되며 원산지 제도가 변경됐을 때 자동 업그레이드가 되기 때문에 별도의 관리직원을 둘 필요가 없다. 전사적자원관리(ERP)를 보유한 기업은 이와 연동해 사용할 수 있다. FTA-PASS 도입 후 H사는 거래처 및 원재료 관리, 원산지 판정까지 체계적 원산지 관리가 가능해졌다. 이를 통해 FTA 업무 담당자의 업무 시간 및 부담이 줄어 비용절감도 이뤄졌다.
9개월 동안 체계적으로 지원
중소기업진흥공단은 FTA 대행 컨설팅 사업을 통해 9개월에 걸쳐 H사의 FTA 활용을 지원했다. 장기간 밀착 지원을 진행한 결과, 단기 컨설팅으로는 할 수 없는 많은 지도·자문이 이뤄질 수 있었다. 특히 H사의 경우와 같이 컨설팅 대상 물품과 BOM 원재료 개수가 많고, 제품이 자주 업데이트 되는 상황에서 단기간에 컨설팅 효과를 낼 수 없는 업체에게 중소기업진흥공단의 FTA 대행 컨설팅은 알맞은 컨설팅이다.
지원 기간이 긴 만큼 업체 내부 사정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으므로, 이를 고려한 맞춤형 컨설팅이 가능하며, 업체 담당자와의 신뢰감을 형성할 수 있어 더욱 정확하고 일괄적인 자문을 할 수 있다. 컨설팅 기간 중 FTA 활용 교육 및 문의사항에 대한 빠른 답변이 가능하고, 이들 컨설팅 전문가를 원산지 전담자로 지정할 수 있어 중소기업들은 FTA 전문 인력을 채용한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컨설팅 전문가는 협력사들로부터 원산지(포괄)확인서를 수취하는 과정에서 H사를 대행해 협력사 관계자들에게 FTA 관련 자문 및 교육 등을 진행하는 등 단기간에 해결하기 힘든 문제들을 함께 풀어나갈 수 있었다.
컨설팅 전문가는 앞으로 남은 컨설팅 기간에도 H사에 대한 성의 있는 지원을 해 컨설팅의 목표인 FTA 전문 인력 활용효과 및 자력에 의한 FTA 업무 진행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궁극적으로 H사의 수출 경쟁력 증대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