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조선업계 빅3(삼성·현대·대우)가 각각 재합병·노조파업·여신회수 및 대금보증 등 내부 불안요소를 해결하는데 골몰하고 있다.
특히 정부의 산업 구조조정과 노동개혁 등과 맞물려 극심한 수주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내부진정에도 힘을 빼고 있어 힘겨운 모습이다.
◆삼성重, '원샷법' 통해 삼성엔지니어링 합병 재추진 분위기 솔솔…계획은 없으나 필요성은 있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일명 '원샷법')의 시행 이후 삼성엔지니어링과 합병 재추진 가능성으로 이목을 끌고 있다.
지난 2014년 삼성중공업은 삼성그룹의 사업구조 개편과 해양플랜트 사업확장을 목적으로 삼성엔지니어링을 합병키로 했으나, 반대주주들의 주식매수 청구가 약 7천63억 원 규모(매수 한도액 : 4천100억 원)로 이뤄지면서 좌절됐다.
업계에서는 당시 삼성중공업-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좌절은 상법상 명시된 반대주주들의 주식매수 청구기간(20일)과 의무기간(1개월)으로 인해 사업재편을 위한 기업의 의사결정이 방해받은 것이라며, 이번 원샷법 시행이 합병 재추진의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원샷법'이 ▲반대주주 주식매수청구 기간 단축(20일→10일) ▲반대주주 주식매수 의무기간 확대(1개월→3개월) 등의 내용을 골자로 상법·세법·공정거래법 등의 사업재편과 관련된 절차·규제를 한 번에 풀어 주는 3년제 한시법인 까닭에, 양사의 합병을 위한 탄력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박대영 삼성중공업 대표가 기자간담회를 통해 "합병 재추진 계획은 없다"면서도, "삼성엔지니어링의 기술이 삼성중공업에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며 가능성을 일부 남겨둔 것처럼, 양사가 합병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도 재추진 가능성이 높은 이유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삼성중공업이 올 2분기까지 1조8천억 원의 적자를 내고 있는데다, 자체적인 구조조정을 진행중이라 합병에 나설 여력이 없을 것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현대重, 노사 임단협 및 구조조정 갈등…장기화 경우 수출전선 타격 多
현대중공업그룹은 그룹 내 조선계열사인 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 등 3사의 구조조정과 임금단체협상에 따른 노사간 갈등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현재 3사의 노조 측은 "그룹이 올 2분기 흑자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일방적인 분사와 사내복지 축소·고정연장수당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다"며 "오는 31일부터 연대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다"고 강경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에 현대중공업그룹 측은 "그룹의 흑자전환은 정유계열사인 현대오일뱅크의 실적호조가 가장 큰 이유이며, 계열사별 비용절감·자산매각 등의 경영합리화와 환율변동, 자재비 절감 등에 힘입은 것이다"며 "올 상반기 현대중공업 수주실적이 연 목표의 21%에 불과할 만큼 경영환경은 여전히 어렵다"며 지속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할 뜻을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노조파업 문제와 함께 조선업계 빅3중 하나인 현대중공업 그룹의 파업사태가 불거질 경우, 수출전선에 심각한 타격이 될 것"이라고 우려섞인 전망을 표했다.
◆대우조선, 비리·상장폐지 등 이슈거리 산재…소난골 프로젝트 기점으로 개선돼 나갈 것
대우조선해양은 현재 남상태·고재호 전 사장의 비리와 함께 주 채권자인 산업은행과의 금전유착관계가 불거지면서 강도높은 조사를 받고 있다.
또 총 자본규모가 마이너스 1조2천억 원으로 완전자본잠식에 빠진데다, 다음달부터 도래할 회사채·기업어음(CP) 등의 만기로 인해 최악의 경우 법정관리는 물론 유가증권시장 상장폐지 위험까지 존재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앙골라 국영석유회사인 소난골이 발주한 원유시추선(드릴십) 2기의 인도시기를 9월말로 확정하면서, 1조원의 유동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됐고, 산은의 자금지원 여력이 아직 남아있어 위기는 가까스로 넘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내에서는 소난골의 여신회수 압박과 인도대금 보증문제 등으로 인한 인도완료 여부가 아직 불투명해 대우조선해양의 위기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9월말 인도할 수 있도록 양측이 노력하자는 뜻으로 협의했으며, 소난골측이 인도시점 합의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면서도 "아직 자금문제가 완벽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라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발표된 대우조선해양 지원안에서 2조 원 자본확충 계획을 세웠는데, 현재 1조6천억 원 정도의 지원여력이 남아있다"며 "자본확충이 제대로만 된다면 상장폐지는 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조선업계는 극심한 수주가뭄과 경쟁국(중국·일본)과의 생존경쟁에 직면해 3천200여명의 감원과 비주력분야 감축 등 정부주도의 몸집줄이기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실업자들에 대한 대책마련이 필요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