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품질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강재 사용으로 인해 민간 건설부문에서 지속적인 안전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이 가운데 건설자재의 품질 확보와 관련된 대표적인 사고는 2014년 2월 17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로 인해 대학교 학생들이 신입생 환영행사 중 10명이 사망하고 128명이 부상당하기도 했다. 역시 강도 미달의 저급 저강도 강재의 사용이 원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외에도 규격미달의 건설자재/부재의 사용 사례 증가도 한 몫 한다. 주로 중량 기준 미달의 수입 철근 및 H형강에서 사례가 늘면서 구조물 안전성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연도별 붕괴 건수를 보면 2009년도가 220건, 2010년 261건, 2011년 369건, 2012년 402건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박명재 국회의원이 관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원산지 표시 위반 단속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더라도 알 수 있다.
2015년 단속 금액의 49.2%가 철강제품이며, 철강제품의 원산지 표시 위반 건수도 2013년 58건에서 2015년 111건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철강제품의 원산지 표시 위반 국가별 단속실적은 2015년 총 111건의 대부분인 95건이 중국으로 수입산 철강제품의 국내산 둔갑 심각성이 확인됐고 나머지는 일본 8건, 베트남 5건 등이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찬열 국회의원은 지난 6월 삼풍 참사 21주기를 맞아 삼풍백화점 참사의 재발 방지와 국민의 안전을 지킨다는 차원에서 일명 ‘삼풍참사재발방지법’이라 불리우는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을 지난 6월 말 동료의원 18명과 함께 대표발의한 바 있다. 그러나, 저질 수입산 철근이 유통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하에 철근 원산지 표기법을 포함한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이 건설업계에서 이슈가 되고 있다.
철근을 포함해 건설에 쓰인 자재의 원산지를 공사현장 표지판과 준공표지석에 적어놓도록 강제하는 법에 대해 건설업계에서는 반대의 입장을 강력하게 전달하고 있다.
저질 수입산 철근의 유통을 막겠다는 취지와 달리 건설자재의 원가상승 등을 문제삼아 반발을 하고 있는데, 문제는 철근원산지 표기를 주장하는 국내 철강업계나, 이를 반대하는 건설업계 모두, 가장 중요한 소비자의 의견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한 소비자단체가 건설안전을 위한 정책 수림과 집행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하기 위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를 발표해 주목을 끌고 있다.
23일 한국여성소비자연합(회장 김천주, 이하 본회)에 따르면 '건설안전과 관련한 소비자 의식조사' 결과 응답 소비자 대부분은 안전을 위해 소비 단계에서의 건설용 강재 원산지 표시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소비단계에서 건설용 강재 원산지 표시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92.6%로,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 7.4%보다 85.2% 높게 나타났다.
원산지 표시가 필요하다는 이유에 대해 건물 안전(65.3%), 철강재의 품질 관리(13.0%), 투명한 유통환경 조성(9.5%), 부정부패 근절(8.1%), 소비자의 알 권리 확대(2.6%) 순으로 꼽았다.
가장 효과적인 원산지 표시 위치로는 건물외관(37.1%), 별도 표지판(28.9%), 건축물 대장(26.5%), 분양 광고(11.6%) 순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은 건설용 강재의 원산지를 쉽게 식별하게 된다면, 강재의 품질이 향상되고, 원산지가 둔갑된 부적합한 철강재 유통이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우리나라의 안전의식 수준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72.3%(매우 낮음 18.0%, 낮음 54.3%)가 낮다고 응답했고, 안전교육이 필요한지에 대한 질문에는 91.0%가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사)한국여성소비자연합 관계자는 "원산지 표시의 경우 의식주(衣食住) 중 먹는 것과 입는 것의 원산지는 모두 표시하면서, 안전과 직결된 건설(住)은 어떤 자재로 지어졌는지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고액의 가치를 지불하면서도 소비자에게는 전혀 정보가 제공되지 않는 실정이기 때문에 소비자보호 및 알 권리 차원에서 소비 단계에서의 원산지표시제 도입 필요성에 대해 다각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 판단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조사는 전국에 거주하는 만 20세 이상 성인 1천 명을 대상으로 1:1 면접 방식으로 조사한 것으로 95% 신뢰수준에서 ±3.1%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