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 분야에서 VR·AR·MR 시장의 체감 온도는 어느 수준일까? 전자부품연구원(KETI) VR/AR 연구센터 박영충 센터장은 “현재는 도입단계보다는 검토단계로 보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지적하며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에서 VR·AR·MR에 대한 연구와 투자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고 모니터링이나 가상훈련 등이 제조업에 실제 적용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국내 제조업에 확산되는 시기도 3년 내에는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가상화 훈련…우수 인력 양성의 ‘Key'
“실사에 정보화된 이미지를 접목시키는 AR은 기술 개발이 VR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렵다. 제조현장에 적용하기에는 AR이 좀 더 적합하지만 저시야각, 고중량, 사용편의성 부재 등 기술적 난제로 인해 실제 산업현장에 적용할 만한 AR 기기가 없어 산업영역으로 빠르게 확산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AR이 산업영역으로 확산하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기술적 난제들을 해결한 AR기기의 출시가 필요하다. 현재 VR은 실제와 같은 환경을 컴퓨터로 재현한 것으로 기존의 기술적 문제로 대두됐던 고해상도, 고시야각, 휴먼팩터 문제 등이 상당부분 개선됐고, 게임, 엔터테인먼트뿐만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산업훈련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고 박영충 센터장은 말했다.
현재 정부에서는 가상훈련산업을 24개 핵심 개혁과제 중 제조업 혁신전략 3.0의 일환으로 항공훈련, 자동차·철도·중장비 훈련, 스포테인먼트 분야 등을 중심으로 적용해 왔다.
제조업의 가상훈련은 AR·VR·MR 기술과 시뮬레이션 기술이 결합해 보다 현실적이고 사실적인 이미지와 전문화된 데이터를 보여줌으로써 작업자들의 숙련도를 높이고 있다. 이를 통해 고령화되는 숙련 작업자들의 퇴사 후 부족한 전문인력 확보의 돌파구가 되고 있다.
슈나이더 일렉트릭 소프트웨어 아시아 영업총괄 이강주 전무는 “신입 인력이 현장에서 선배에게 배워서 터득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보통 3년에서 5년 정도가 걸렸다면, 이제는 가상훈련을 통해 그 기간을 1/3 이상으로 줄여 짧은 훈련기간으로 현장 투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와 똑같은 가상의 공장 안에서 수없이 공장 구석구석을 둘러보고 작업을 반복함으로써 실제 작업시 작업능력 향상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고 발생을 가상의 환경에서 경험함으로써 위기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위기대처능력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슈나이더 일렉트릭 소프트웨어의 심싸이(SimSci) 아이심(EYESIM)을 통한 공정 3D 시뮬레이션을 통해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이강주 전무는 “프로세스 오토메이션 분야뿐만 아니라 많은 제조기업에서의 고민 중 하나는 ‘전문 인력을 어떻게 빠르게 숙련 작업자로 양성해서 제몫을 담당하게 할 것인가!’일 것이다. 시뮬레이션 훈련은 그런 면에 최적화 돼 있다고 할 수 있다. 혹한기나 무더위에 현장에 나가지 않고도 사무실에 앉아 마치 게임을 하듯이 3차원 시뮬레이션 모니터를 보며 나의 아바타를 조이스틱 등의 조작기로 조정해 실제 현장과 똑같은 가상의 공장 안을 돌며 설치된 개폐기, 펌프, 센서, 벨브 등을 살펴보면서 작업을 진행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슈나이더 일렉트릭 소프트웨어 글로벌 시뮬레이션 & 트레이닝 솔루션 부문 Dr. lan Willetts 부사장은 “우리는 시뮬레이션과 공정최적화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 심싸이(SimSci)社의 인수를 통해 플랜트 공정에 최적화된 가상현실 시뮬레이터 아이심(EYESIM) 소프트웨어와 화학·정유 등의 프로세스 오토메이션 현장에서 쌓아온 오랜 적용 노하우를 흡수함으로써 작업자들이 실제 공장과 같은 3차원 시뮬레이션 환경 속에서 공장 내부의 시설점검, 안전교육, 사고 발생시 대처방법 등을 훈련할 수 있다”고 “최근에는 VR 헤드셋을 착용하고 몰입감을 높여 보다 리얼한 공간에서 훈련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슈나이더 일렉트릭 소프트웨어 글로벌 시뮬레이션 & 트레이닝 솔루션 부문 Dr. lan Willetts 부사장(左)과 슈나이더 일렉트릭 소프트웨어 아시아 영업총괄 이강주 전무(右)
국내 발전플랜트에서도 AR·VR 기술이 적용돼 최근 주목을 받았다. 한국전력공사와 전자부품연구원(KETI)이 공동으로 스마트변전소를 개발한 사례다. 스마트변전소는 에너지 사물인터넷(IoT)과 VR, AR을 접목하며 전력 현장에 적용함으로써, 작업자가 현장과 동일하게 느낄 수 있는 정밀한 3차원 가상환경의 구현이 가능한 ‘차세대 실감형 전력설비 가시화 기술’이다. 이를 통해 전력설비 점검 및 유지보수 업무효율성을 향상시키고 사고로부터 작업자의 안전을 강화할 수 있다.
박영충 센터장은 “스마트변전소에는 VR과 AR 기술이 모두 적용됐다. VR의 경우 발전소를 그대로 스캔해 실제와 같은 가상환경을 제공하고 작업 가이드를 통해 교육훈련을 시키는 것이다. AR의 경우는 마이크로소프트(MS) 홀로랜즈를 착용하고 실제 발전설비 위에 가상의 정보를 입혀 작업자의 설비 운영효율 및 점검할 수 있는 기술을 적용한 사례이다”고 소개했다.
실감형 공장, 협업·공유·빠른 의사 결정의 도출
형태는 다르지만 VR·AR·MR 기술을 기반으로 실현된 가상의 공장은 사용자들의 다양한 요구에 의해 보다 진화하고 있다. 단순히 작업자의 훈련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공장의 실제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사무실에서 현장 상황과 정보를 습득할 수 있어서 작업자에게 코칭, 대응 등의 의사결정을 내리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영충 센터장은 “발전소의 근무형태는 기술원과 운영원으로 구분되며, 발전설비의 기술적 문제는 기술원이 담당하고, 설비 운영은 운영원이 담당하기 때문에 기술원과 운영원이 상시 의사소통을 하는 근무형태이다. 발전소에서 발전설비를 운영하는 운영원들은 현장에 투입돼 설비운영 및 점검을 하고, 설비의 기술적 문제가 발생하면 기술원들이 전화 또는 방문 등의 형태로 문제를 해결하는 형태로 업무가 진행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기술원들은 실시간으로 실제 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상황을 모니터링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요구가 있다.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을 함께 접목해서 통합 모니터링 시스템이 가능하다면 기술원들이 실시간으로 발전설비의 상황을 보다 정확하게, 마치 문제가 발생한 발전설비 앞에서 운영원과 실제 대화하고 있는 현실감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운영원들과의 의사소통이 원활해지고 작업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Dr. lan Willetts 부사장 역시 가상현실과 증강현실로 구현한 시뮬레이션 형태의 공장이 기업에게 빠른 의사결정을 내리는 근거가 될 것이라는데 동의한다. “가상현실의 플랜트를 통한 작업자 훈련과 더불어 플랜트를 종합적으로 모니터링해 데이터를 추출하고 싶어하는 니즈가 있다. 이것은 기업에게 안전훈련을 통한 기업 재산의 보호와 숙련인력 양성을 통한 효율 확대와 더불어 새로운 부가가치를 더해주는 것으로 플랜트의 수명주기를 개선하고 다운타임을 줄여 보다 스마트한 환경으로 이끌어 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제조업의 현장뿐만 아니라 설계 분야에서도 시뮬레이션과 VR을 결합해 새로운 미래를 제시하고 있다. 최근 엔비디아는 시각, 청각 및 촉각을 통해 현실 세계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는 사실적이고 협업적인 VR 환경인 프로젝트 홀로데크(Project Holodeck)를 발표했다. 기술 데모스트레이션인 홀로데크 환경을 통해 제작자는 실제처럼 생생한 해상도의 모델을 VR로 옮겨 동료 또는 친구들과의 협업 및 공유를 통해 디자인 관련 의사 결정을 보다 쉽고 빠르게 내릴 수 있다.
디바이스 개발 서둘러야
현재 VR 디바이스는 페이스북의 오큘러스, HTC의 바이브(Vive), 뷰직스(Vuzix). 엡손 모베리오를 비롯해 모바일 기반의 삼성전자의 기어 VR, LG전자의 360VR, 헤드셋 안에 칩을 내장해 일체화시킨 마이크로소프트(MS)의 홀로랜즈 등이 대표적이다.
박영충 센터장은 AR·VR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디바이스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디바이스는 해외 기업들의 개발 제품이 많이 있지만 산업용 디바이스는 거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 시장의 핵심 기술 확보가 앞으로의 시장 선점을 위한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제조 분야별로 적용되는 디바이스가 각각 다르기 때문에 VR·AR 디바이스의 핵심 기술 확보를 통해 산업현장에 특화된 다양한 디바이스의 출시가 가능하며, 이러한 국산 디바이스를 통해 SW 및 콘텐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현재 산업용 디바이스는 아직 개발되지 않은 부분이 많기 때문에 디바이스 핵심 기술인 부품이나 칩의 개발이 앞으로의 시장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강주 전무는 창조적인 가상훈련 시나리오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공장, 플랜트 등에서 발생하는 대형 사고의 경우 일반적으로 예상하고 막을 수 있는 사고들도 있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한 부분에서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사고 발생 시나리오의 개발은 이미 기술력을 갖춘 해외 기업들도 고민하는 부분으로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에서 할 수 있는 분야이다”며 “AR·VR 기술 기반의 다양한 훈련 시나리오 개발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진화하는 VR·AR 디스플레이
“현재는 VR·AR 관련 디바이스의 가격이 높고 착용시 무겁고, 20분 이상 착용시 어지러움증을 유발하는 등의 부작용으로 인해 제조업으로의 확산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때문에 앞으로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디바이스의 개발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박영충 센터장은 내다봤다.
또한 “무게가 가볍고 투명한 안경형태의 디바이스가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 착용하고 있어도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의 무게를 가지고 있으면서 솔루션 작동시 중단 없이 동작할 수 있는 사양의 컴퓨팅 성능이 칩 형태로 내장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AR, VR의 구분을 명확히 적용하는 곳도 있지만 앞으로는 두 기술이 융합한 MR 형태의 기술이 각광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출시된 디바이스 모델중에는 MS사의 홀로랜즈가 칩 형태로 내장돼 있으나 아직은 1세대 모델의 개발자 버전으로 가격과 무게가 아직 해결할 과제로 남아있다.
마크 해밀턴(Marc Hamilton) 엔비디아 솔루션 아키텍처 및 엔지니어링 부문 부사장은 엔비디아 딥 러닝 데이 2017 미디어 라운드 테이블에서 박영충 센터장과 유사한 견해를 내놓았다. “VR·AR 시장의 미래는 밝다. 오늘날 여러 가지 디스플레이가 있는데 VR·AR 분야에서도 여러 가지 기술 발전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한 올해는 훨씬 더 가볍고, 해상도가 높고, 착용이 간편한 새로운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들이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투자 활성화·표준·시험기준 마련돼야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과 함께 우리나라에서도 VR·AR 시장의 활성화와 생태계 조성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정부에서 3백억원, 민간에서 300억 원을 합쳐 총 6백억원을 투입해 VR 게임, VR 테마파크 등을 중심으로 ‘가상현실 선도 프로젝트’를 추진중이다. 올해는 건축, 교육, 의료 등으로 확대해 가상현실 초기 생태계 조성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러한 VR/AR 분야의 투자는 구글, 퀄컴, KKR, NHN, 삼성전자 등 글로벌 기업의 투자규모에는 미치는 못하는 수준이다.
박영충 센터장은 “이미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국내외 일부 기업들은 AR·VR 관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몇 조, 몇 천억 원대로 투자를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기술력을 강화하기 위해 기술력을 가진 스타트업을 막대한 자본력으로 인수합병하고 있다”며 우리도 좀 더 특화된 강소기업을 만들고 산업생태계 조성을 위한 투자 규모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현재는 국제표준이나 시험기준 등도 마련된 것이 없기 때문에 해외 시장에 수출 활로를 확대시키기 위해서라도 디바이스에 대한 국내·외 표준, 시험 인증, 휴먼팩터 등 VR·AR 디바이스 성능평가 시스템 마련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