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홍합 단백질, 게코도마뱀의 발, 딱정벌레 날개잠금장치, 깡총거미의 발, 엉겅퀴 씨앗 등 자연계에 존재하는 화학적·물리적 현상을 모방해 이용하는 생체모방 기술이 다양한 분야(의료, 로봇, 항공, 의류 등)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의료 및 반도체의 소재 시장이 커짐에 따라 건조하거나 습한 표면, 굴곡진 표면 등에 반복적으로 탈부착할 수 있으며 오염물을 남기지 않는 점착 소재 개발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기존에 개발된 점착 소재들은 습한 환경에서 접착력이 급격하게 저하되거나, 반복적인 탈부착에 한계가 있으며, 청정을 요구하는 유리 및 반도체에 오염물을 남기는 문제점이 있다.
미래창조과학부 기초연구지원사업(개인연구), 교육부 글로벌박사양성사업, 보건복지부 중계연구지원사업을 수행한 방창현 교수 연구팀(성균관대)은 문어 빨판의 독특한 돌기 원리를 밝히고, 이를 모사해 습한 환경에서도 접착제 없이 탈부착할 수 있는 고점착 패치 소재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연구팀은 문어의 빨판 내부에 존재하는 독특한 돌기를 관찰해 미세 돌기와 빨판 내부표면에서 유체의 응집력을 통해 빨판의 부압(negative pressure)이 증가됨을 최초로 증명했고, 이를 모사해 다양한 환경(건조하거나 습한 표면, 물 속, 굴곡진 피부 등)에서 탈부착이 가능하며 오염물도 남기지 않는 점착 소재를 개발했다.
탄성고분자(elastomer)의 미세 구형 돌기를 가지는 음각의 문어모사 빨판 컵은 점착 시 외부의 힘에 의해 표면의 수분을 밀어내고, 남은 수분은 구형돌기와 돌기 주변 표면 사이의 공간으로 모세관 효과에 의해 포집된다. 그리고 점착을 위한 외부의 힘을 제거하면 포집된 수분은 응집력에 의해 유지되며, 동시에 문어빨판 모사 컵과 부착 표면 사이의 공간은 진공상태로 변해 높은 부압이 유도된다. 연구진은 이러한 현상을 최초로 분석하고 수학적 모델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유체의 부분적인 젖음(wetting) 현상을 이용해 고분자 몰드(mold)를 제작했으며, 열에 의해 경화되는 고분자를 사용해 문어모사 빨판이 고밀도로 배열된 고점착 패치(3cm×3cm)를 개발했다. 이 패치는 고분자 주조(casting)를 통해 쉽고 저렴하게 생산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문어모사 패치는 점착표면에 오염물을 남기지 않으며 물방울이 맺힌 습한 유리표면에 대해 3N/㎠, 물속의 유리표면에 대해 4N/㎠, 실리콘 오일 속의 유리표면에서 15N/㎠의 수직 점착력을 나타냈다. 수직 점착력이 높을수록 패치와 표면과의 부착이 강하게 이루어짐을 의미한다. 건조하거나 습한 표면, 물 속, 굴곡진 피부 등) 표면에서 1만 회 이상의 반복적인 탈부착에도 점착력이 유지됐다. 나아가 습한 피부표면에도 안정적인 점착력(3N/㎠)을 갖는 것을 확인했다.
반복적 탈부착이 가능한 문어모사 패치의 고점착 성능은 수분환경 하에서 세계 최고의 성능 수준이며, 이를 이용해 반도체 산업에서 사용하는 8인치 웨이퍼를 물속에서 고정/이동시키는 응용기술 구현에 성공했다.
이 같은 소재는 청정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공정의 이송/고정 시스템 및 전자부품의 점착소재로 응용이 가능하다. 또한 사람의 피부와 같이 거칠고 유분이 존재하는 표면에도 효과적으로 점착되며, 추후 피부부착 의료용 생체신호 모니터링 소자의 부착소재 및 약물을 로딩한 창상치료 의료패치에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방창현 교수는 “이 연구는 습한 환경 및 피부표면에서 끈적이는 화학 접착제 없이 반복적으로 탈부착이 가능한 고점착 패치 소재를 개발한 것으로, 청정 전자소자의 공정, 패키징 소재 산업과 의료용 패치, 진단 치료용 웨어러블 디바이스, 장기 조직 봉합 및 치료용 패치 등 점착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 획기적인 원천 기술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연구 의의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