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제재 면제를 조건부로 연장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또한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KOTRA는 ‘이란핵합의 현황점검과 우리기업 대응방안’ 보고서에서 미 행정부가 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조건부 인증하면서 120일 이후 미국의 핵합의주체 이탈 및 장기적으로 ‘스냅백(Snap-back, 제재복원)’ 조치까지 가능하다고 밝혔다.
KOTRA 측은 미국의 이번조치로 인해 한국 기업이 받는 타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하며 침착하게 비즈니스에 전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조건부 인증이지만 실제 복원까지는 난관이 존재해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많은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JCPOA 인증이 다소 뜻밖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 발간한 저서 ‘불구가 된 미국(Crippled America)’에서 이란 핵협상을 역사상 최악의 합의라고 비난하는 등 적극적인 파기 의사를 피력해 왔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13일, 이란의 JCPOA 준수 여부에 대해 이미 인증 불가를 표명한 바 있고, 최근 이란에서 벌어진 반정부 시위 때도 연일 이슬람공화국 체제 비판에 나서는 등의 행보를 보여왔기 때문에 이번 핵협상 인증에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제재 유예조치 연장을 결정하면서 JCPOA는 당분간 효력을 유지하게 됐다.
KOTRA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제재 유예의 조건으로 JCPOA의 대폭적인 수정을 내건 이상, 앞으로 주요 당사국간 힘겨루기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당장 120일 안에 당사자 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미국이 핵협상 주체에서 이탈할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언에 이란 현지에서도 혼란이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고 이란 현지 상황을 전했다.
한편, 이란 제재 복원(Snap-back)의 현실화 가능성에 대해 KOTRA는 과거 사례를 살펴본 결과, 120일 후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제재를 복원시킨다면 한국 기업의 이란 비즈니스에 위협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제재가 복원되면 그간의 각종 프로젝트들이 타격을 입을 수도 있어 이란의 원유수출 재개에 따라 추진된 각종 정유시설 및 플랜트 공사와 사우스파르스(South-Pars) 등 가스전 개발 사업이 장기간 정체에 빠질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미국의 JCPOA 파기에도 불구하고 실제 제재조치가 취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기 때문에 ‘섣부른 대응은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이란산 원유 수입대금을 기반으로 한 원화‧유로화 대체결제시스템을 운용하고 있어 당장 이란 기업과의 거래가 막힐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KOTRA는 분석했다.
윤원석 KOTRA 정보통상협력본부장은 “비록 이란 제재가 재개된다 해도 당장 거래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므로 한국 기업들은 JCPOA 인증여부에 동요하지 않고 차분히 이란거래 지속할 필요가 있다”며 “JCPOA는 미국과 이란의 양자 합의가 아닌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과 독일이 포함된 다자 합의이므로, 미국이 단독으로 제재를 가한다 해도 과거보다 파급력이 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