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최근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폭이 크게 늘어났다는 통계가 발표되자 미국 발(發) 보호무역주의와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졌다. 상무부가 집계한 12월 무역적자의 규모는 531억 달러로, 시장 예상치인 521억 달러를 상회했고 2008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적자를 기록했다. 미국의 무역수지는 지난해 8월까지 소폭 개선되는 듯하다가 9월 이후 다시 적자폭을 키워가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무역수지 불균형은 미국의 수입 수요 증가에 의한 측면이 강하다. 미국의 가계 소비가 확대되면서 수입 역시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8-9월에는 미국에 허리케인이 연속으로 상륙해 피해를 복구하는 과정에서 소비가 더욱 늘었고, 연말에는 쇼핑시즌의 영향이 크게 반영됐다.
게다가 수입이 늘어났다고 해서 미국 내 제조업체들이 타격을 입은 것도 아니다. 현재 미국의 생산 경기는 상당히 좋다. 산업생산 증가율은 2014년 이후 처음으로 전년동기대비 3%대로 올라섰고, 생산이 늘어나면서 설비가동률도 점차 상승해 78% 수준으로 높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자꾸 무역적자를 트집잡는 이유는 미국으로의 직접투자 유치를 위해서다. 외국에서 생산해서 미국으로 수입하는 것을 점점 더 어렵게 할 것이니, 그보다 미국 영토 내에서 생산하는 편이 어떻겠냐는 것이다.
미국의 제조업체들이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는 것을 줄이고 글로벌 기업들이 미국으로 공장을 옮길 유인책을 제시하는 셈이다. 지난 세이프가드 조치 이후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대규모 제조공장을 짓게 하는 강한 유인책이 될 것’이라고 언급한 점에서도 그 의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미국이 멕시코에 대해 무역 압박을 하고 있는 것 또한 대멕시코 무역적자 자체에 대한 불만이라기 보다는 멕시코에 진출해있는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에 대한 불만이다. 이에 멕시코에 공장이 있는 완성차 업체들은 이미 미국 투자를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무역적자는 미국 안팎의 글로벌 기업들에 미국 투자를 압박하기 위한 명분이며, 트럼프 대통령은 궁극적으로 미국 내 설비투자를 유도하는 정책을 통해 성장률도 끌어올리고 자국민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그 목표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화투자증권의 권희진 연구원은 “미국이 앞으로도 무역적자의 규모와 상관없이 이와 같은 정책을 고수할 것”이라며, “특히 11월 중간선거까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지지기반인 중산층 근로자 계층에 어필하기 위해 보호무역 성격의 발언과 미국으로 수출하는 글로벌 제조업체들에 대한 압박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