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4차 산업혁명 기술이 기존의 서비스․교통․물류․의료 등 다양한 분야와 결합하며, 광범위하고 빠르게 우리의 일상을 바꿔놓고 있다. 이는 우리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반면, 다양한 법적 쟁점을 내포하고 있어 그에 따른 새로운 규범 체계의 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한국법제연구원과 국회도서관의 공동주최로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에서 열린 '인공지능(AI) 시대의 법적 쟁점' 세미나에서는 인공지능의 불법행위에 대한 종래의 책임체계는 책임귀속의 문제를 규율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제헌 70주년 기념으로 마련된 이번 세미나에서는 국회도서관의 허용범 관장의 개회사, 한국법제연구원의 이익현 원장의 환영사, 문희상 국회의장의 개회사를 필두로 한국법제연구원의 최환용 부원장이 사회를, 국회도서관의 김성호 법률자료조사관, 목포대학교의 김도승 교수, 한국법제연구원의 장민선 연구위원이 발표자로 참석했으며,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인공지능과 불법행위 책임'이라는 주제로 발표한 국회도서관의 김성호 법률자료조사관은 "사람을 공격하지 않고, 사고를 회피하도록 인공지능을 설계하더라도 불법행위를 완전히 막을 수 없다"며, "자율주행자동차가 복잡한 도로교통 상황에 사고를 내는 경우, 의료로봇이 환자의 생명이나 신체를 침해하는 경우가 바로 그 예"라고 설명했다.
김성호 조사관은 "사고발생이 초기 프로그래밍의 오류인지, 사용과정에서의 학습에 의한 것인지, 혹은 다른 외부환경의 영향 때문인지 밝히기 어렵다"며, "이러한 경우 일반적인 책임원칙으로 대응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김 조사관은 "인공지능에 의한 불법행위책임을 기존의 불법행위이론으로 규율할 수 있지만, 향후 인공지능이 고도화되는 시기에는 한계에 직면할 것"이라며, "기술적‧법적으로 합리적 기준을 마련하는 일은 인공지능의 개발을 촉진하는데도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목포대학교의 김도승 교수는 '인공지능 기반 행정의 법적 문제'에 대해 발표를 진행했다. 김 도승 교수는 "인공지능은 민간은 물론 공행정에도 활용할 수 있다"며, "국민 중심으로 정부서비스를 최적화하고, 혁신하는 것이 지능형 정부의 목표"라고 말했다.
김도승 교수는 "공공분야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할 수 있는가는 다른 측면에서도 검토가 필요하다"며, "행정기관의 인공지능 기술의 활용은 업무 서비스의 고도화‧효율화를 가져올 수 있지만, 인공지능의 특성이 공행정의 합법‧합헌성에 위배되는 문제도 내포돼 있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행정서비스는 인공지능 행정에 대한 행정법이론의 충분한 평가와 적응이 선행돼야 하며, 헌법적 가치가 반영되도록 전문적인 통계‧관리를 통해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며,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행정절차법제 재구성에 대한 논의와 더불어 인공지능행정으로 인한 피해 발생을 대비해 행정구제법제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인공지능의 해외입법동향과 시사점'에 대해 발표를 진행한 한국법제연구원의 장민선 연구위원은 "강인공지능의 시대가 머지않았다"며, "인공지능 기술이 초래하는 위험의 완화, 사고 발생 시 책임의 배분, 인권보호를 위한 법적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민선 연구위원은 "미국의 경우 AI 암흑기에도 뇌과학 등 AI 핵심기술 개발과 인재 양성에 주력했고, 유럽연합은 지능정보화 기술에 대해 법‧정책적으로 적극 대응을 하고 있는 모습"이라며, “우리나라 역시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한 대통령 직속의 4차 산업혁명 위원회가 인공지능 R&D 전략을 발표하는 등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 연구위원은 “국내외 모두 인공지능에 대한 산업 활성화를 국가 전략으로 삼고 있는 동시에, 인공지능 위험에 대한 대응은 국가 차원의 법 제도 구축보다는 학계‧산업계를 중심으로 연구지원과 윤리적 차원의 가이드라인을 수립하는 것이 특징“이라며, ”인공지능에 대한 윤리적 차원의 접근은 인공지능에 대한 최소한의 평가체제 및 사회적인 책임성을 반영하는데 유용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서 토론자로 참석한 부산대학교 김현수 교수는 “인공지능 기술의 규율방향성은 불법행위책임법리의 유추나 확장을 넘어서 법 정책에 대한 선택이 필요하다”고 말했으며, 박재윤 교수는 “인공지능의 기술발전을 저해하지 않도록 새로운 규율 도입을 성급히 결정하지 말고, 문제점을 검토하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심우민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종래의 기본 법률들을 정비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체계적인 영향분석을 제도화해야 한다”는 의견 등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