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소재 후보로 거론되는 탄소나노튜브(이하 CNT)의 사업화가 진전되고 있다. 과거 시장 성장이 지연되면서 주춤했지만, 최근 공급과 수요 측면의 이슈들이 해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에서 발표한 ‘탄소나노튜브 사업화 진전 가속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기업들은 CNT 사업의 차별적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CNT는 탄소 원자들이 육각형을 이뤄 연결된 튜브 형태를 지니며, 철에 비해 높은 강도, 다이아몬드와 비슷한 높은 열전도도, 구리와 비슷한 높은 전기전도도를 가진다는 점이 밝혀지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됐던 소재다. 2000년대 초 다수의 기업들이 CNT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기대와 달리 CNT 시장은 낮은 생산성, 높은 가격 등 공급 측면의 문제와 더불어 대형 수요처 부재라는 문제 등으로 인해 크게 성장하지 못했다.
CNT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시장의 가장 큰 이슈는 높은 CNT 가격이다. 다행히 최근 전기 방전법, 레이더 증착법, 열분해법 등 CNT 생산 방법의 등장으로 대량생산의 가능성이 열렸고, 설비투자비 R&D 비용 등의 고정비 비중이 높은 상황이므로 생산량이 늘어나면 점차 해결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한 최근 반도체, 에너지, 디스플레이 산업의 기술 진보가 진행되면서 기존 소재의 물성을 뛰어 넘는, CNT 수준의 성능이 필요한 어플리케이션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고분자 등의 주 재료에 CNT를 복합화하면 인장강도와 탄성률이 높고, 열/전기 전도성 등의 특성을 가진 복합소재를 만들 수 있다. 시장 초기에는 고강도 구조용 복합재를 만드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됐다. 실제로 테니스라켓, 자전거 프레임, 골프채 헤드, 골프공 등 스포츠 용품에 적용된 사례가 있다.
또한 CNT의 전기전도성은 전자파 차폐(EMI), 정전기 방지(ESD) 소재로 이용할 수 있고, 뛰어난 열전도성은 발열·방열 소재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소량 첨가로도 높은 열전도율을 구현할 수 있어 차량용 반도체나 차세대 고성능 컴퓨팅, 통신 장비 등의 방열시트 등 향후 적용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가장 빠른 성장이 예상되는 분야는 전지재료이다. 기존의 흑연 대신 CNT로 대체하거나 CNT를 섞어서 사용하면 전지의 에너지 밀도를 높여 기존 제품 대비 사용 시간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고감응형 센서, 트랜지스터, 헬스케어 분야 등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연구가 계속 진행된다면 완전히 새로운 제품의 탄생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시장 초기, 시장 성장에 대한 의문으로 일부기업들이 철수했지만, 남은 기업들은 생산 이슈를 해결함과 동시에 수요처를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가능성을 엿본 기업들은 각자의 특성에 맞는 사업 모델, 전문 사업 영역을 찾으며 고객 니즈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CNT 기반 제품 및 솔루션을 출시하고 있다.
하지만 CNT 사업은 아직까지 매출, 손익 측면에서 규모있게 육성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상업화 문턱을 넘지 못하는 소재가 많은 가운데 CNT 시장의 성과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향후 시장 성장을 낙관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 나노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플러렌, 그래핀, 나노 와이어, 셀룰로오스 나노섬유 등과 같은 차세대 신소재들과의 경쟁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 관계자는 “현재 CNT가 줄 수 있는 가치와 한계는 어느 정도 검증됐다. 수요 확대에서 나타나는 기회와 타 소재의 위협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CNT 기업들은 선발자로서의 우위를 극대화 해야한다”면서 “생산 공정 혁신을 통한 코스트 절감 노력과 함께 고객 가치를 제고하는 어플리케이션 선점, 나노 소재의 인체에 대한 안전성 강화, 수요 기업 니즈 파악 후 협업을 통한 새로운 용도 발굴 지속 등 많은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