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축하받고 싶었을 것이다. 남들은 한 번 서기도 힘든 자리에 세 번이나 서게 되면서 여러 가지 계획들이 있었을 것이고 그것을 짧게나마 기자들 앞에서 얘기해 자신의 취임 일성을 널리 알리고 싶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자랑스럽게 기자들 앞에 선 그가 황급히 엘리베이터로 이동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기까지는 채 5분이 소요되지 않았다.
결선투표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 끝에 26대 중기중앙회장으로 선출된 김기문 신임회장은 이미 2차례나 중기중앙회장의 자리를 거쳤던 인물로 ‘중통령’의 자리를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 중 하나다. 그리고 그 역시 그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이번 선거에 많은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올해 중기중앙회 선거를 관통한 단어 중 하나는 ‘혼탁’이었다. 현 정부 들어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이 강화되면서 이미 ‘부총리급 의전’을 받는 자리인 중기중앙회장의 자리를 차지하고자 하는 후보군도 다섯명으로 늘어나 선거는 ‘치열함’과 ‘과열’을 거쳐 ‘혼탁함’으로 치달았다.
아쉽게도 이 ‘혼탁함’의 중심에 김기문 회장의 이름이 있다. 그의 측근이 선거운동 과정에서 기자에게 현금 50만 원, 24만 원 상당의 시계를 제공하고 유권자들에게도 500만 원 이상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현재 검찰수사를 받고 있으며, 본인이 몸담고 있는 제이에스티나가 대북테마주로 떠오르면서 내부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가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당선직후 기자실을 찾은 김기문 회장에게 기자들은 김 회장의 입장을 듣고자 했으나, 그는 별다른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은 채 현안 관련 질문 하나에만 답변하고 황급히 엘리베이터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기자들이 엘리베이터를 멈춰 세운 채 질문을 이어 갔고, 그 과정에서 중기중앙회 직원들과 그의 측근들 그리고 기자들 사이에 몸싸움과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결국 김 회장은 “현재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중인데 무슨 말을 하겠는가. 나는 모르는 일”이라는 말만 남기고 황급히 자리를 뜰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잔칫날, 결국 자신이 주인공이 되지 못한 것이다.
국내 중소기업은 국내외적으로 여러 가지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런 때일수록 중소기업을 대표하는 중기중앙회는 앞장서서 중소기업인들을 독려하고 이끌어나가야 할 책임이 있다. 부총리 급의 의전을 주는 이유도 그런 연유이다.
그러나 기자들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가 결국 ‘나는 모른다’는 말 뒤로 숨은 김 회장의 발목에 채워진 ‘의혹’의 쇠사슬은 너무나 무겁고 견고해 보인다. 그의 행보가 앞으로 얼마나 경쾌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