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의 국제적 팬데믹 사태는 전 세계 글로벌 밸류체인(이하 GVC)에 큰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코로나19 사태의 안정화 이후, 중국을 대신해 새로운 GVC의 중심 지역으로 기대받는 국가는 멕시코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보고서인 ‘코로나19가 불러올 글로벌 밸류체인 변화’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전 세계의 경제가 마비된 현재, 국제 교역량이 세계대전 이후 최대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은 북미와 아시아 교역이며, 특히 GVC 활용 비중이 넓은 자동차 및 전자 업종의 피해가 막대한 상황이다.
코로나19 사태는 그간 견고하다 여겨져 온 GVC의 허점을 찔렀다.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해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제 조업 마비 현상은 1차 벤더 위주로 설계돼 온 공급체인 위기관리 체계의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2차 및 3차 벤더는 사각지대에 노출돼 있었다.
또한 GVC에 있어서 과한 의존도의 위험성도 부각됐다. 그동안 지적재산권, 생산공정, 비용 등을 이유로 단일기업 혹은 특정 지역 소싱에 의존하는 경직된 공급체인이 보편화한 상황에서, 전 세계적인 혼란에 힘없이 무너져버리는 상황이 초래되기 시작함에 따라 경각심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특히 GVC 중심 지역으로 큰 역할을 차지해 온 ‘중국’을 향한 의존도를 낮춰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했다. 전 세계 중간재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3년 5%에서 2018년 13%로 거의 세 배가량 증가한 시점에서, 더 이상 과도한 대중국 의존도를 유지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멕시코가 중국을 대신할 새로운 GVC 중심 국가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미국의 제조업 총생산은 전년 수준을 유지한 반면, 동기간 대중 제조품 수입은 전년 대비 17% 감소했다.
미·중 무역분쟁 등의 이슈 아래 대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미국의 대중 비동기화 현상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하며, 미국 제조업의 가치사슬에서 중국의 비중은 작아지고, 베트남 등 저임금 아시아 국가 및 멕시코의 입지가 확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기회를 포착한 멕시코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18년부터 멕시코가 낮은 인건비와 지리적 이점을 살려 중국 공급체인을 빠른 속도로 대체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 속 코로나19 사태가 미국과 멕시코 간 Nearshoring의 추세에 촉매제가 돼 준 것이다.
KOTRA의 이정민 미국 워싱턴 무역관은 “수년 내 중국을 중심으로 한 공급 네트워크에 대한 의존도가 하락하고, 새로운 GVC 중심 지역으로 멕시코가 부상할 것으로 예측된다”라며 “기업이 다각화하고 회복력을 갖춘 공급 네트워크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기 시작했다. 비용이 아닌 위기관리의 관점에서, GVC 전략을 재설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