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드립니다, 임신입니다”… 몸이 이상해서 테스트기를 사용했더니 2줄이 나와 설레는 마음과 떨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병원에 가서 의사로부터 들은 첫 마디. 기쁨과 벅차오르는 감정도 잠시, 나이가 많거나 건강상태가 별로 좋지 않다는 이유로 걱정하는 산모들이 있다. 이들은 바로 고령의 나이에 임신을 하고 임신중독증 가능성이 있는 ‘고위험 산모’들일 것이다.
임신은 축복할 만한 일이지만, 산모 입장에서 생각하면 우선적으로는 체중증가와 체형변화를 위시한 여러 기능상의 큰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으며, 주변의 배려를 받는다고 할지라도 불편한 몸으로 인해 편안한 일상생활도 어려워진다. 안 그래도 이렇게 힘든데 고위험 산모로 분류돼 병원을 보다 더 자주 다녀야 하고, 출산하기 직전까지 불안한 마음을 가져야 하니 엄마가 되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고령 임산부 규정은 세계보건기구, 국내산부인과학회 기준에 따르면 만35세 이상의 임산부이며, 쌍둥이 분만일 경우 만 31세 이상을 고령임신으로 보고 있다. 고령임신은 태아와 산모 모두에게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고령임신을 하게 되면 엄마, 아빠의 염색체가 만나는 것이기 때문에 태아의 경우 다운증후군, 에드워드 증후군과 같은 염색체 질환의 위험이 높아진다. 특히 만35세 이상으로는 1:230 정도로 증가할 수 있다. 산모의 경우 임신중독증이라는 임신성 고혈압, 당뇨병 등 합병증이 발병할 위험성이 높아진다. 조기진통, 조산과 같은 합병증 역시 산모의 나이가 증가함에 따라 그 위험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임신중독증 증상은 머리, 간, 폐, 신장까지 산모의 전신에 나타날 수 있다. 대표적인 임상양상으로 두통, 상복부 복통, 전신부종, 소변량 감소, 단백뇨, 임신성 자간 경련 발생 등이 있다. 특히 임신성 자간 경련이 발생하면 경련 도중 산모의 호흡 억제로 인한 태아의 저산소성 뇌손상 등의 위험성도 있다.
따라서 임신중독증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고령산모, 당뇨, 비만, 이전 임신에 임신중독증 증상이 있던 산모는 산전 진찰을 꾸준히 받아야 한다. 산부인과학회에서는 28주까지 4주에 한번, 32주까지 2주에 한번, 36주 이후 매주 한번을 기본적인 산전진찰 주기로 권고하고 있으며, 고위험 산모의 경우 상태에 따라 내원주기가 짧아질 수 있다. 매번 산전진찰 시에는 체중 변화와 혈압 등을 꾸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미국산부인과학회에서는 고위험 산모에게 저용량 아스피린을 임신 초기(12주 이후)에 복용하는 것을 권장한다. 임신중독증으로의 진행 속도를 지연시키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사료된다. 문헌상으로는 초기 임신 중독증의 발병율을 낮추고, 분만 주수를 지연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그러나 임신중독증의 유병률 자체를 낮추거나 임신중독증에 동반되는 태아성장지연의 예방하는 효과는 없는 것으로 나타나 온전한 예방 및 치료법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주기적인 산전진찰을 통해 상태를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그에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
산모와 아이가 모두 건강한 출산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먼저 몸이 건강한 상태에서 임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임신 이전부터 산부인과 진료를 통해 빈혈, 혈압, 비만 등의 상황을 개선해 임신을 계획할 수 있도록 하고, 기저 질환이 있는 경우 위험성이 낮아진 상황에서 임신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고위험 산모의 경우 규칙적인 산전진찰은 필수이며, 증상에 따라 수시로 산부인과 주치의와 상의해 상태에 따른 빠른 대처가 필요하며, 임신 기간 동안 식이관리와 가벼운 운동을 병행해주는 것이 좋다.
글 : 강남호산여성병원 박예진 원장